채무부존재확인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 【판시사항】 [1] 상계권의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임차 건물을 계속 점유하였으나 본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한 경우,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성립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상계적상이 있는 채권이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이러한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은 상대방과 사이에서 직접 발생한 채권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제3자로부터 양수 등을 원인으로 하여 취득한 채권도 포함한다 할 것인바, 이러한 상계권자의 지위가 법률상 보호를 받는 것은,원래 상계제도가 서로 대립하는 채권, 채무를 간이한 방법에 의하여 결제함으로써 양자의 채권채무관계를 원활하고 공평하게 처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상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는 수동채권의 존재가 사실상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그 담보적 기능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그것이 위와 같은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그 상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고, 상계권 행사를 제한하는 위와 같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권리 남용의 경우에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2]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기 위하여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492조 [2] 민법 제618조, 제741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5202, 45219 판결(공1992, 1589), 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다50526 판결(공1995상, 1747),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공1998하, 2090),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61398 판결(공2001상, 632)


【전문】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훈)

【원심판결】 대전고법 2002. 9. 27. 선고 2001나568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상계적상이 있는 채권이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이러한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은 상대방과 사이에서 직접 발생한 채권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양수 등을 원인으로 하여 취득한 채권도 포함한다 할 것인바, 이러한 상계권자의 지위가 법률상 보호를 받는 것은, 원래 상계제도가 서로 대립하는 채권, 채무를 간이한 방법에 의하여 결제함으로써 양자의 채권채무관계를 원활하고 공평하게 처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상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는 수동채권의 존재가 사실상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그 담보적 기능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위와 같은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그 상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고, 상계권 행사를 제한하는 위와 같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권리 남용의 경우에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주식회사 대전백화점(이하 '대전백화점'이라고 한다)의 부도로 인하여 대전백화점이 발행한 약속어음의 가치가 현저하게 하락된 사정을 잘 알면서 오로지 자신이 대전백화점에 대하여 부담하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와 상계할 목적으로 대전백화점이 발행한 약속어음 20장을 액면가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할인·취득하고, 그 약속어음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위 약속어음 채권을 취득한 목적과 경위, 그 대가로 지급한 금액, 상계권을 행사하게 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상계권 행사는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는 것이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대립하는 채권, 채무의 담보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상계 주장을 배척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상계, 채권양도,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3. 4. 23. 대전백화점과 사이에 원고 소유인 원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35호 점포 14.1평(이하 '이 사건 점포'라고 한다)을 임대보증금 202,886,000원, 월임료 2,233,800원, 임대기간 1997. 6. 30.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고, 그 후 위 임대차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된 사실, 대전백화점은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한 다음, 2000. 3. 20. 원고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통고와 함께 채권양도 통지를 한 사실, 대전백화점은 원고에게 1999. 10. 8. 이후의 월임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통고를 한 후에도 이 사건 점포를 소외 주식회사 멜리오에게 일방적으로 전대하여 현재까지 이를 점유·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고, 이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이 제3자에게 양도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될 임대차보증금 채무는 202,886,000원에서 1999. 10. 8.부터 대전백화점이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명도하는 날까지 매월 2,233,8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기 위하여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6139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대전백화점이 1993. 4. 23. 체결한 임대차계약서상으로는 임대물건 소재지는 대전 동구 (주소 생략)으로, 그 면적은 14.1평으로 각 기재되어 있고(기록 제24면), 원고 본인이 제출한 준비서면에서는 점포 1개소 14.5평을 대전백화점에 임대하고 있다고 되어 있는 반면에(기록 제259면), 부동산 등기부상으로는 원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이 1층부터 5층, 옥탑 및 지하실까지 총 215.1㎡을 원고가 소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원고와 대전백화점 사이에 1987.에 체결된 종전의 임대차계약서상으로는, 1층부터 5층, 옥탑 및 지하실까지 총 216.9㎡가 임대 목적물로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한편 피고는 2002. 8. 23. 원심 제2회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준비서면에서 대전백화점의 3층부터 5층은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대전백화점 사이에 체결한 임대차계약 목적물의 위치와 면적을 특정하고, 대전백화점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그 임대목적물을 사용·수익하고 있는지 등에 관하여 좀더 세밀히 심리하여 본 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이 있는지 여부 및 그 액수를 판단하였어야 마땅하다(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단전·단수조치로 대전백화점의 모든 층에서 영업을 하지 못한 사정도 일부 보이고, 이 사건 점포를 대전백화점이 일방적으로 소외 주식회사 멜리오에게 전대하였다고 인정함에 있어 원심이 채용한 증거로는 원고가 약속어음을 취득하는 데 중개를 하여준 소외인의 제1심에서의 증언이 있을 뿐인데, 위 증언의 취지가 대전백화점과 주식회사 멜리오 사이에 대전백화점 소유 부분을 임대하였는데 이 사건 점포는 이와 별도로 전대하였다는 취지인지, 이 사건 점포에 대하여는 주식회사 멜리오가 대전백화점 소유 부분을 임차하였음을 기화로 무단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취지인지가 불분명하여 대전백화점이 주식회사 멜리오를 통하여 이 사건 점포를 간접점유하고 있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음을 지적하여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점포의 명도일까지 월 임료 상당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조무제 유지담(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