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헌마788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5호 등 위헌확인 (동법 제61조)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02년 8월 29일 판결.

【판시사항】

1.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2.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직에서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한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하여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고,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의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 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도 포함되는 것이다. 2.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직에서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모든 범죄를 포괄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오늘날 누구에게나 위험이 상존하는 교통사고 관련 범죄 등 과실범의 경우마저 당연퇴직의 사유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반한다. 오늘날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모든 범죄로부터 순결한 공직자 집단’이라는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익만을 우선한 것이며, 오늘날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개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의 중요성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단 공무원으로 채용된 공무원을 퇴직시키는 것은 공무원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므로 같은 입법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당연퇴직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은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종전에 1990. 6. 25. 89헌마220 결정에서 위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의견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기본권의 보장 등 공익실현이라는 국가작용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용인 공무수행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라는 근무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국가의 공적사무를 수행할 권리와 이에 따른 신분상ㆍ재산상의 부수적 권리를 향유함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고도의 윤리ㆍ도덕적 의무를 부담한다.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해임되지 아니하도록 신분을 보장하여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성실히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공무원의 신분은 무제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헌법이 정한 신분보장의 원칙 아래 법률로 그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공무원에게 가해지는 신분상 불이익과 보호하려는 공익을 비교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고, 종전의 우리재판소 견해는 유지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지방공무원법(1966. 4. 30. 법률 제1794호로 개정된 것) 제61조(당연퇴직) 공무원이 제31조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7조 제2항, 제25조, 제37조 제2항 【참조판례】

1. 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판례집 12-2, 399 헌재 1997. 3. 27. 96헌바86, 판례집 9-1, 325 2. 헌재 1997. 3. 27. 94헌마196등 판례집 9-1, 375 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곽일병 (2001헌마788)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석조

2. 박연수 (2002헌마173)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영복

【주  문】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1966. 4. 30. 법률 제1794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1헌마788 사건

청구인은 1992. 8.경 9급 수산직 지방공무원으로 채용된 이후, 1995. 2. 6.경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사무소 산업계에서 근무하던 중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의 혐의로 기소된 후, 2001. 1. 12.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하였다가 2001. 9. 7.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선고유예의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청구인은 지방공무원법 제61조 및 제31조 제5호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되어 공무원직으로부터 당연퇴직 당하게 되었다. 청구인은 이에 위 지방공무원법 규정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1. 10.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2헌마173 사건

청구인은 1990. 6. 5. 충남 공주군 유구면 지방건축서기보로 임용되어 1996. 4.부터 공주시 문화관광과, 도시건축과 등에서 재직하던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된 후 2000. 11. 7. 대전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하였다가 2002. 1. 11.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선고유예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위 확정판결에 의해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제31조 제5호에 의거 당연퇴직 당하게 되자, 위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2002. 3.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1966. 4. 30. 법률 제179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61조(당연퇴직) 공무원이 제31조 각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제31조(결격사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1. 금치산자 및 한정치산자

2.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3.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4.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5.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6.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자격이 상실 또는 정지된 자

7.징계에 의하여 파면의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8.징계에 의하여 해임의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에 따르면 벌금형은 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으면서 벌금형보다 더 가벼운 선고유예는 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10조에 의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제11조 제1항이 보장하는 평등권 내지는 체계정당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다.

(2) 공무원관계의 종료여부에 관해서는 형사판결의 결과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할 수 있도록 징계절차를 통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공직제도의 신뢰성과 공무원의 기본권을 보다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안이다. 순간적인 과실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도 공무원을 당연히 공직에서 퇴직시키는 것은 해당 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기본권 제한의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나.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

(1) 공무원은 헌법과 관계 공무원법 규정에 의하여 고도의 윤리성과 성실성을 갖출 것이 요구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61조에서는 일정한 유죄판결을 받은 자 등이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하고,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에 이 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공무원의 윤리성 등을 갖추게 하여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하여 두게 된 규정이다.

(2) 지방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와 금고 미만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를 구분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만 임용결격사유 및 당연퇴직사유로 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법원은 재판을 받은 공무원에 대하여 공무원법상의 당연퇴직사유를 고려하여 그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는 양형판단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3. 판 단

가. 지방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제도의 의의 및 법적 성질

(1) 당연퇴직 규정의 의의 및 목적

지방공무원법은 공무담임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일정한 사유를 규정하고, 이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이 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는바(지방공무원법 제31조), 이를 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라고 한다. 한편, 동법 제61조는 공무원이 재직 중 위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직으로부터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당연퇴직제도는 지방공무원법 뿐 아니라,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 등 다수의 공무원관계법령에서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는바, 그 효과는 지방공무원법 등 관계법령에 규정된 임용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법률상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지, 공무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별도의 행정처분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누2036 판결, 공1996상, 73 등 참조).

한편, 이와 같이 공무원관계 법에서 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 및 당연퇴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공무원의 직무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공무원직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공무원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공직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누7307 판결).

(2) 선고유예의 의의 및 법적 성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5호가 규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제61조에 의하여 당연퇴직 되는 것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각 조항에 따르면, 청구인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임용된 후에는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선고유예란 범정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일정기간(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서, 단기 자유형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의 집행유예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처벌받았다는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함으로써 장차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는 특별예방의 목적에 이바지하는 제도이다. 선고유예의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의하는 것이지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로서 범죄인의 개전의 정상이 현저할 것이라는 요건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형법 제59조 제1항, 제60조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먼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직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현실적으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하는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의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 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까지 포함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후자는 전자보다 당해 국민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보호영역에서 배제한다면, 기본권 보호체계에 발생하는 공백을 막기 어려울 것이며, 공무담임권을 규정하고 있는 위 헌법 제25조의 문언으로 보아도 현재 공무를 담임하고 있는 자를 그 공무로부터 배제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판례집 12-2, 399, 409-414; 헌재1997. 3. 27. 96헌바86, 판례집 9-1, 325, 332- 333 참조).

(2)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여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입법으로 인한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7. 3. 27. 94헌마196등 판례집 9-1, 375, 383-384).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공무담임권이라는 기본권의 제한이 과연 이러한 헌법적 한계 내의 것인지 살펴 보기로 한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적성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연퇴직제도를 두는 입법목적은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공무원의 직무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공무원직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며, 공무원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공직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공익을 실현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명백하다.

또한 공무원이 범죄로 인하여 형사 유죄판결의 일종인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에 공직 전체에 대한 신뢰의 유지라는 공익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 경우 당해 공무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공익을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나) 최소침해성 원칙 위반여부

입법자는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56).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의 종류나 내용을 불문하고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게 되면 당연히 공직에서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라고 하여도 범죄의 종류, 죄질, 내용이 지극히 다양하므로, 그에 따라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 등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는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벌금형인 경우로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경우를 그 요건으로 하여 법원이 재량으로써 특별히 가벼운 제재를 하는 경우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경우는 비록 선고유예 가운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한정되어 있으나, 이 경우에도 역시 당해 피고인의 책임 및 불법의 정도가 현저하게 크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자로서는 유죄판결의 확정에 따른 당연퇴직의 사유로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모든 범죄를 포괄하여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반드시 필요한 범죄의 유형, 내용 등으로 그 범위를 가급적 한정하여 규정하거나, 혹은 적어도 지방공무원법상에 마련된 징계 등 별도의 제도로써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를 당연퇴직의 사유에서 제외시켜 규정하였음이 마땅하였으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규정함이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따른 기본권 제한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범의 경우마저 당연퇴직의 사유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과실범은 법적인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데 대한 법적인 비난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범죄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연히 그 공무원을 공직에서 퇴직시켜야 할 만큼 그 행위가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정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자동차 등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는 현대 문명의 이기의 이용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 그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과실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위험에 따른 과실범의 문제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독일, 미국, 영국 등의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범죄의 종류 내지 내용, 경중을 중시하여 직무관련범죄, 일정 기간 이상의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고의범, 중죄(felony)의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으로 그 당연퇴직사유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독일의 경우는 고의범으로서 1년 이상의 자유형을 선고받은 경우, 평화에 대한 죄, 내란ㆍ외환의 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자로서 6개월 이상의 자유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한정하여 당연퇴직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다) 법익균형성 원칙의 위반여부

1) 공무원의 퇴직이란 당해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제한이며, 이 가운데 당연퇴직이란 일정한 사유만 발생하면 별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없이 바로 퇴직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직의 상실 가운데에서도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이다. 따라서, 공익과 사익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연퇴직사유를 적절한 제한없이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공익을 사익에 비해 지나치게 우선시키고 있어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익과 사익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이행되어 가는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공직사회 및 민간기업조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즉, 민간기업사회에도 공직사회와 같은 대규모의 관리조직이 생겨나게 된 한편, 국가조직도 능률성, 효율성의 개념을 중시하면서 민간기업의 관리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그 인적구성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지식ㆍ경험ㆍ기술로 무장된 관료집단을 필요로 하여 공무원과 일반의 근로자간, 공직과 사직간의 유사성의 증대, 신분적 특성의 동질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리라고 보인다. 이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는 일반인의 공직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국가적 행정임무의 증대와 이에 따른 공무원 수의 대폭적인 증가현상은 자연히 공무원의 질과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종래 누렸던 엘리트적인 면모가 손상을 입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 공직의 구조 및 공직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지니는 것이고 공정한 공직수행을 위한 직무상의 높은 수준의 염결성은 여전히 강조되는 것이다. 다만, 엘리트적 면모와 사회적 명예직으로서의 공직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모든 범죄로부터 순결한 공직자 집단’이라는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를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른 한편, 현대민주주의 국가에 이르러서는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바, 이는 사회적 법치국가이념을 추구하는 자유민주국가에서 공직제도란 사회국가의 실현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사회국가의 대상이며 과제라는 점을 이념적인 기초로 한다. 이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보호가치 있는 이익과 권리를 인정해 주고, 공무원에게 자유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직무의무를 가능한 선까지 완화하며, 공직자들의 직무환경을 최대한으로 개선해 주고, 공직수행에 상응하는 생활부양을 해 주고, 퇴직 후나 재난, 질병에 대처한 사회보장의 혜택을 마련하는 것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생활보장의 가장 일차적이며 기본적인 수단은 ‘그 일자리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에서 개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의 중요성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공익과 사익의 현대적인 상황 속에서 단지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그 직으로부터 퇴직당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나치게 공익만을 강조한 입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더욱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를 지방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규정체계상 공익과 사익간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입법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공무원으로 채용되려고 하는 자에게 채용될 자격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사유와 기존에 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자를 퇴직시키는 사유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무원을 새로 채용하는 경우에는 채용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해당자가 잃는 이익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일단 채용된 공무원을 퇴직시키는 것은 공무원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므로 당해 공무원이 잃는 이익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다루고 있는 이익의 크기가 현저하게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격의 문제로 파악하여 그 사유를 규정함에 있어 공직취임 이전의 임용결격사유와 이후의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공직취임 이후의 퇴직자의 사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선고유예와 같은 판결의 경우를 당연퇴직의 사유로서 규정하는 것은 법원으로 하여금 형사범죄의 판단을 함에 있어 불필요한 왜곡을 가져오기도 한다. 즉, 지방공무원법상의 당연퇴직 규정이 당해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효과는 중대한 것으로, 경미한 죄의 경우에는 오히려 형법상의 형벌의 효과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책임 정도에 따른 처벌을 하고자 하는 법원으로서는 당해 형사범죄에 대한 유ㆍ무죄 및 선택형의 결정, 양형 판단을 하면서, 법원으로 하여금 벌금형을 선택하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자칫 형사판결이 왜곡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형법 및 특별법상 범죄에 대한 법정형 중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데, 증거에 의하여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법원으로서는 형사처벌 외에 공무원직마저 상실하게 하는 것이 범죄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한다고 하여도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없게 된다.

(라) 소 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종류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였고, 공직제도의 신뢰성이라는 공익과 공무원의 기본권이라는 사익을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하고 과도하게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담임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제한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재판소가 종전에 1990. 6. 25. 89헌마220 결정에서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의견은 재판관 한대현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8인의 찬성으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5.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무담임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제한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나,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 공무원근무관계의 특수성과 공무원의 신분보장

기본권의 보장 등 헌법이 목표로 하는 가치 즉,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작용은 현실적으로 공직을 담당하고 있는 개개인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공익실현이라는 국가작용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용인 공무수행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라는 근무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국가의 공적사무를 수행할 권리와 이에 따른 신분상ㆍ재산상의 부수적 권리를 향유함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고도의 윤리ㆍ도덕적 의무를 부담한다.

즉,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고(법령준수의무)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할 뿐 아니라(복종의무), 나아가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성실히 근무하는 등의(성실의무) 직무상 의무를 다하여야 함은 물론이고(국가공무원법 제56조, 제57조, 지방공무원법 제48조, 제49조), 공익실현이라는 국가작용의 궁극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은 직무수행능력 뿐 아니라,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품위유지의무,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지방공무원법 제55조),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공정히 집무하여야 하며(친절ㆍ공정의 의무, 국가공무원법 제59조, 지방공무원법 제51조),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 또는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나 향응 등을 수수하여서는 아니되는 등(청렴의무, 국가공무원법 제61조, 지방공무원법 제53조) 직무의 공공성에 상응하는 고도의 윤리성까지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해임되지 아니하도록 신분을 보장하여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성실히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것임과 동시에, 공무원의 신분은 무제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헌법이 정한 신분보장의 원칙 아래 법률로 그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헌재 1990. 6. 25. 89헌마220, 판례집 2, 201, 204-206),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제68조와 지방공무원법 제60조는 “공무원은 형의 선고ㆍ징계처분(징계) 또는 이 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ㆍ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당연퇴직 규정인 국가공무원법 제69조와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직권면직 규정인 국가공무원법 제70조와 지방공무원법 제62조 등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나. 유죄판결과 공무원신분상 불이익 처분의 관련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청구인들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임용된 후에는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고도의 윤리ㆍ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그가 수행하는 직무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하여는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신뢰가 기본바탕이 되어야 하는바, 공무원이 범죄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당해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어 원활한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생기고, 이는 곧바로 공직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범죄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공무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과하는 것은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고 공무원에게 공무를 위임한 국민의 일반의사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런데 범죄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공무원에 대하여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하는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그 자체를 이유로 일정한 신분상 불이익처분이 내려지도록 법률에 규정하는 방법과 별도의 징계절차를 거쳐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하는 방법 중 어느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 것으로서, 그 중 어느 방법만이 헌법에 합치하고 다른 방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다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별도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에 따라 공무원에 대하여 부과되는 신분상 불이익과 그로 인하여 보호하려고 하는 공익이 합리적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헌법적 제약이 따른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제도에 의하면,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범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도 있으며(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 형법 제51조),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더라도 법관은 위와 같은 양형의 조건을 고려하여 형종, 형량을 선택하게 되어 있어 재판을 받는 지방공무원에 대하여 지방공무원법상의 당연퇴직사유를 고려하여 그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는 폭넓은 양형판단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법관이 지방공무원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의 판결을 함에는 기소된 지방공무원을 공직으로부터 배제하겠다는 판단이 내재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범정이 매우 무거운 범죄 또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 등에는 벌금형 등 금고형보다 가벼운 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까닭에 유죄로 인정되는 이상 법관으로서도 기소된 지방공무원의 직을 유지시켜줄 길은 없으나, 이러한 범죄에 관하여는 범죄의 중대성 및 공무원 신분의 특수성에 비추어 당연히 공무집행으로부터 배제시키겠다는 입법자의 확고한 의사가 현출된 것으로 보아 긍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결 론

그렇다면, 공무원에게 가해지는 신분상 불이익과 보호하려는 공익을 비교할 때, 이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고, 종전의 우리재판소 견해는 유지되어야 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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