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도3292
업무상과실치상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판시사항】 [1]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2] 내과의사가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와 환자에 대한 진료 경과 등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환자의 뇌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하여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 내과의사의 업무상과실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2] 내과의사가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 피해자의 증세와 관련하여 신경과 영역에서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회신 전후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그 회신 내용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자 그 회신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증세가 호전되기에 이르자 퇴원하도록 조치한 경우, 피해자의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하여 내과의사의 업무상과실을 부정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68조
[2]
형법 제26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공1984, 1320),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공1987, 364),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공1996하, 3632),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도1678 판결(공1997하, 3531),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공2000상, 260)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전병남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1. 5. 31. 선고 2001노9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서울 동작구에 있는 종합병원 내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자이고, 피고인 2는 같은 병원 내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자인바, 같은 병원 신경과 공소외 1과 순차로 상호 공모하여, 1992. 8. 1.경 위 종합병원에서, 피해자 (43세) 가 격심한 두통과 분출성 구토 등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는바, 피해자는 같은 해 6. 23.경부터 1주일간 도끼로 머리를 찍는 듯한 격심한 두통과 분출성 구토 증세를 보였고, 같은 해 7. 12.경 같은 증세와 함께 머리를 두손으로 감싸고 "아이구, 아이구"하는 비명까지 지르는 등 분출성 구토를 동반한 심한 두통증세를 보여 같은 해 7. 20.경 위 병원 내과에서 공소외 최상운으로부터 외래진료를 받고, 고혈압이라는 진단하에 혈압강하제를 복용하였으나, 여전히 위 병세가 낫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두통과 구토에 관한 전문적인 진찰과 치료를 받기 위하여, 같은 해 8. 1.부터 15일간 입원을 하게 되었으면, 그 주치의인 피고인 2, 담당과장인 피고인 1으로서는 피해자에 대한 자세한 병력과 증세, 건강상태 등에 관하여 정확히 문진하여 위와 같은 증상을 파악함과 동시에, 초진시 피해자의 측정혈압 수치가 130-110mmHg으로 최저혈압이 정상인보다 많이 높았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단순 고혈압이 아닌 뇌압 상승에 의한 2차성 고혈압, 즉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 등 병인성 고혈압일 가능성이 충분하였으므로,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뇌전산화단층촬영, 척수액검사 등의 정밀검사조치를 취하여, 피해자의 두뇌에 있는 뇌동맥류 파열 여부를 조기발견하고, 뇌동맥류 제거수술을 함으로써 뇌동맥류의 대파열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공소외 1에게 신경과 협의진료를 보내어 회신받은 내용인 "뇌신경에 이상이 없다."는 취지의 공소외 1의 소견을 경솔히 오신한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병세를 제대로 관찰 내지 진단을 하지 아니하고, 혈압강하제만 계속 투여하면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병세 및 입원동기와는 무관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 간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등 오진을 하여, 입원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하고, 공소외 1은, 같은 해 8. 3.경 위 병원 신경과에서 피고인 2, 1의 협의진료 요청을 받았으면, 피해자의 두통과 구토증세에 관한 정확한 병력, 두통의 초발시기, 두통의 부위와 강도 및 지속성 여부, 분사성 구토의 동반 여부 등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문진과 아울러 안구운동 및 안저검사, 대광반사, 구역반사 등을 포함한 뇌신경검사, 경부항직검사 등을 실시하여, 두통과 분사성 구토로 인하여 입원한 피해자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 진단하여야 함에도, 형식적인 문답과 무릎을 두드려 보는 타전검사만을 한 채, 위와 같은 기본적인 필수 검사조차 실시하지도 아니함으로써, 위 증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정상인과 다름없다는 취지인 "이상소견 없다."고 오진을 하는 등 피고인들과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순차적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혈압강하제만 투여하였을 뿐,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근본적 치료를 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입원기간 내인 같은 해 8. 10.경 뇌동맥류 소파열에 의한 1차 지주막하출혈을 야기시키고, 같은 해 11. 10. 2차 출혈을 야기시키고, 같은 해 11. 19.경 뇌동맥류 대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인하여 같은 해 12. 4.경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뇌동맥류 결찰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되지 못하고 의식불명상태인 이른바 식물인간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제1심이 피해자에게 1992. 8. 10.경 지주막하출혈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을 같은 달 1.경 지주막하출혈이 있었다고 변경하여 인정하는 한편, 그 판시 사실관계에 비추어 비록 내과 전문의인 피고인 1과 내과 1년차 수련의인 피고인 2에게 직접 신경과 소관인 지주막하출혈을 진단, 치료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피고인들로서는 다시 한번 그 때까지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피해자의 두통과 구토 증세에 관한 정확한 병력, 두통의 부위와 강도 및 지속성 여부, 분출성 구토의 동반 여부 등에 대하여 문진하고,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거나 재차 협의진료를 요청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의 "현재로서는 이상 소견 없어 보입니다."라는 소견만을 경솔히 신뢰한 채 이를 게을리함으로써 피해자를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 할 것이어서, 피해자에 대한 담당 주치의 및 전문의로서의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등 참조). 관련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1992. 6. 23.경부터 1주일간과 같은 해 7. 중순경 격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여 그 치료를 위하여 같은 해 7. 20. 위 병원 내과에서 소화기 내과 전문의 최상운과 순환기 내과 전문의 홍석근으로부터 외래 진료를 받았고, 같은 달 27. 위 홍석근으로부터 다시 외래진료를 받았으나 모두 고혈압으로 진단되어 혈압강하제를 복용하였는데, 위 병세가 낫지 않아 두통과 구토에 관한 전문적 진찰과 치료를 위하여 1992. 8. 1.부터 같은 달 14.까지 위 종합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실, 피해자나 가족은 입원 당시 피해자가 1992. 6.말경부터 위와 같은 증세와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우며, 목이 뻣뻣한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였으나, 실제로 입원 당시 피해자의 두통은 종전보다 완화된 상태였고, 목이 뻣뻣한 상태와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운 상태는 남아 있었으나 입원 이후 구토를 하지는 아니하였던 사실, 피고인 2가 주치의로서, 피고인 1이 내과 전문의로서 피해자를 함께 진료하던 위 입원기간 중이나 피고인 1이 피해자의 퇴원 후 외래진료를 담당하였던 1992. 10. 19.경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피해자에게 뇌지주막하출혈을 의심할 만한 정도의 두통과 구토 증세가 보이지 않았던 사실, 피고인 2는 피해자가 1992. 8. 1. 입원한 이후 주치의로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문진을 한 후, 이학적 검사와 신경학적 기본검사인 뇌신경 검사, 뇌막자극징후(경부항직), 감각신경, 운동신경, 심부전 반사 등을 실시하였으나 모두 정상으로 나타나자, 일응 피해자의 질환을 본태성 고혈압으로 추정하면서 일과성 허혈성 발작(뇌혈관 질환), 뇌막염 등에도 의심을 둔 후, 우선 내과 영역인 고혈압에 대한 치료를 수행하는 한편, 피고인 1과 의논을 거쳐 같은 달 3. 뇌혈관 질환 및 뇌압상승 등이 피해자의 증세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같은 병원 내의 전문과인 신경과에 협의진료를 요청한 사실, 위와 같은 협의진료 요청을 받은 같은 병원 신경과 전문의 공소외 1은 피해자에 대한 문진과 안구운동검사, 대광반사, 구역반사 등을 포함한 뇌신경검사, 운동검사, 감각검사, 경부항직 검사, 안저검사 등을 실시한 후, 피해자에게 이상 소견이 없어 보인다고 회신한 사실, 이에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협의진료 회신 결과를 믿고 그 이전 피고인 2가 피해자에 대하여 실시하려고 계획하였던 뇌전산화단층촬영 및 뇌척수액 검사 등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후 피해자에게 뇌혈관계통 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적 검사 및 고혈압에 대한 치료를 계속한 사실, 피해자는 입원 후 1주일 정도 지나면서 두통 증세가 경미하게 된 데 이어 점차로 두통과 구토증세가 없어지고, 혈압도 잘 조절되기에 이르자 피고인들은 같은 달 14. 피해자를 퇴원하도록 조치한 사실, 피해자는 퇴원 후 같은 해 10. 19. 피고인 1으로부터 마지막 외래진료를 받기까지 두통과 구토 등 별다른 이상 없이 잘 지냈던 사실, 뇌동맥류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은 뇌의 지주막과 연막 사이를 통과하는 뇌의 동맥 일부분이 주로 선천적인 요인으로 약하여 세월이 흐름에 따라 동맥의 내압(혈압)에 눌리어 서서히 부풀어올라 풍선이나 혹 모양으로 되었다가, 이 부풀어오른 부분(뇌동맥류)이 동맥의 내압에 견딜 수 없게 되어 파열하면서 뇌압을 상승시키는 질환인 사실,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은 뇌전산화단층촬영을 하더라도 발견할 가능성이 낮고, 뇌출혈 분야를 전문하는 의사가 아니라면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을 진단하기 어려운 사실, 입원하기 전 피해자에게 나타난 지주막하출혈은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로서 피해자의 입원 기간 중 또는 피고인 1의 외래진료 기간 중 뇌전산화단층촬영을 하거나 뇌척수액 검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발견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위와 같은 피해자에 대한 진료의 경과, 내과의사로서는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특히 피고인들이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 피해자의 증세와 관련하여 신경과 영역에서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회신 전후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그 회신 내용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자 그 회신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증세가 호전되기에 이르자 퇴원하도록 조치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내과의사인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하여 업무상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내세우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의 뇌동맥류 소파열과 대파열을 예방하지 못하여 피해자가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였으니, 원심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또는 의료사고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이용우 배기원(주심)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