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다52506
대여금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판시사항】 [1] 고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허용 여부(소극) [2] 수임인의 위임인에 대한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위임인의 상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본 사례 [3] 수임인의 민법 제688조 제2항 전단 소정의 대변제청구권의 성질 및 그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임인의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 채무자의 무자력이 요건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민법 제496조의 취지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까지도 상계권 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되어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 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 법이 보장하는 상계권은 이처럼 그의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인하는 채무자에게는 적용이 없는 것이고, 나아가 부당이득의 원인이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인함으로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모두 성립하여 양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피해자가 부당이득반환채권만을 청구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청구의 실질적 이유, 즉 부당이득의 원인이 고의의 불법행위였다는 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할 것이어서,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은 현실적으로 만족을 받아야 한다는 상계금지의 취지는 이러한 경우에도 타당하므로, 민법 제496조를 유추적용함이 상당하다. [2] 갑은 주식회사인 을의 이사이므로 그들 사이에는 상법 제382조 제2항에 의하여 위임의 규정이 준용되고, 갑이 을의 공장 매수대금 일부를 마련하기 위하여 병으로부터 대출금을 차용하여 을에게 교부함으로써, 갑은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대출금 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되어, 민법 제688조 제2항 전단의 규정에 의하여 을에게 자신에 갈음하여 대출금 채무를 변제할 것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고, 이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을의 병에 대한 확정판결상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위 대출금 채무를 대등액에서 상계할 권리를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본 사례. [3] 수임인이 가지는 민법 제688조 제2항 전단 소정의 대변제청구권은 통상의 금전채권과는 다른 목적을 갖는 것이므로, 수임인이 이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임인의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96조 ,
제741조
[2]
민법 제404조 제1항 ,
제688조 제2항 ,
상법 제382조 제2항
[3]
민법 제404조 제1항 ,
제688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공1994하, 2290)
【전문】
【원고,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노정석)
【피고,피상고인】 이승갑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양명)
【원심판결】 부산지법 200 1. 6. 28. 선고 2000나2199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 이승갑은 '원고가 피고들에게 구하는 이 사건 대출금 1억 원을 피고들이 아닌 원고(양산시지부)로부터 반환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기록 54-55, 72면), 이는 피고 선농원 주식회사(이하 '피고 선농원'이라 한다)가 원고를 상대로 한 울산지방법원 98가합8918호 계약금반환청구소송에서 확정된 피고 선농원의 원고에 대한 256,049,810원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원고의 피고 선농원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민법 제496조의 취지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까지도 상계권 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되어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 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참조), 법이 보장하는 상계권은 이처럼 그의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인하는 채무자에게는 적용이 없는 것이고, 나아가 부당이득의 원인이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인함으로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모두 성립하여 양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피해자가 부당이득반환채권만을 청구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청구의 실질적 이유, 즉 부당이득의 원인이 고의의 불법행위였다는 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할 것이어서,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은 현실적으로 만족을 받아야 한다는 상계금지의 취지는 이러한 경우에도 타당하므로, 민법 제496조를 유추적용함이 상당하다. 원심의 설시가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같은 취지에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원고(양산시지부)의 판시 상계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민법 제49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 이승갑이 피고 선농원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에 관한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피고 선농원의 원고에 대한 상계권을 대위행사한다는 주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기록 205, 206, 226면). 그리고 피고 이승갑은 피고 선농원의 이사이므로 그들 사이에는 상법 제382조 제2항에 의하여 위임의 규정이 준용되고, 피고 이승갑이 피고 선농원의 공장 매수대금 일부를 마련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이 사건 대출금 1억 원을 차용하여 피고 선농원에게 교부함으로써, 피고 이승갑은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이 사건 대출금 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되어, 민법 제688조 제2항 전단의 규정에 의하여 피고 선농원에게 자신에 갈음하여 이 사건 대출금 채무를 변제할 것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고, 이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앞서 본 피고 선농원의 원고에 대한 확정판결상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이 사건 대출금 채무를 대등액에서 상계할 권리를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수임인이 가지는 민법 제688조 제2항 전단 소정의 대변제청구권은,통상의 금전채권과는 다른 목적을 갖는 것이므로, 수임인이 이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임인의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이승갑이 피고 선농원에 대한 대변제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피고 선농원의 원고에 대한 상계권을 대위행사함으로써 이 사건 대출원리금 채권이 모두 소멸되었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대위권행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제4점에 대하여 피고 선농원이 원심에 이르러 원고에 대하여 직접 판시 상계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고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원고의 상계의사표시가 허용됨을 전제로 하는 주장일 뿐만 아니라, 피고 이승갑이 피고 선농원의 상계권을 대위행사한 것이 정당한 이상 원심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부가적 판단에 관한 것이므로, 어느 모로 보나 그 이유가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 변재승(주심) 윤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