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의)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다27449, 판결] 【판시사항】 [1] 구 약사법의 시행 당시 약사가 환자의 증세에 대하여 문진을 하고 감기약을 조제한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무면허 의료행위 자체를 근거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조제약을 복용한 환자에 대하여 복용 후의 예후관찰이나 부작용 발생시 병원으로 입원시키는 등 처치의무가 약사에게 있는지 여부(소극) [4] 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약사에게 설명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5] 의약품 복용 후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소하고 사전의 검사방법이 없으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고 그 부작용이 아주 중대한 경우, 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약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소극) [6]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의 요건 [7] 가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8]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재산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요건 [9] 약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거나 설명의무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하여도 진단행위나 치료행위 등은 할 수 없으므로 의사가 아닌 약사가 스스로 또는 그 종업원을 통하여, 환자의 증세에 대하여 문진을 한 후 감기로 진단하고 각종 의약품을 혼합하여 조제하는 등의 행위를 한 일련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2] 무면허로 의료행위를 한 경우라도 그 자체가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당해 의료행위에 있어 구체적인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그것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아니한다. [3] 환자가 조제감기약을 가지고 돌아가서 집에서 이를 복용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가 그 감기약을 복용한 후 예후를 관찰하거나 부작용발생시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필요한 처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약사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4]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물론, 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투여도 신체에 대한 침습(侵襲)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 대하여 질환의 증상, 치료방법 및 내용, 그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설명을 아니한 채 승낙 없이 침습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 투약에 있어서 요구되는 의사의 이러한 설명의무는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여 판매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복용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5] 약사가 환자를 문진의 방법으로 진단하여 감기약을 조제하여 줄 당시 그 조제약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에 관한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사태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그 조제약의 복용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그 부작용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반면 그에 관한 사전검사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약사로서는 사용설명서에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표시되어 있는 의약품을 단순 판매하는 경우와는 달리 감기약을 조제함에 있어 조제 전에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을 미리 설명하여 부작용의 존재를 알 길이 없던 환자측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소하다는 점만으로는 그와 같은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6] 환자가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은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7] 약사가 설명의무를 제대로 하였을 경우에도 환자가 그 부작용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대처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약사가 제조한 감기약의 복용을 승낙하였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8]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이나 투약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나, 위자료만이 아닌 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9] 약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거나 설명의무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의료법 제25조 제1항 ,

구 약사법(1999. 3. 31. 법률 제59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4항

[2]

의료법 제25조 제1항 ,

민법 제750조

[3]

민법 제750조

[4]

민법 제750조

[5]

민법 제750조

[6]

민법 제750조 [7] 민법 제750조

[8]

민법 제393조 ,

제750조 ,

제763조

[9]

민법 제393조 ,

제750조 ,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0. 4. 8. 선고 80도428 판결(공1980, 12795),


대법원 1980. 9. 9. 선고 80도1157 판결(공1980, 13176),


대법원 1983. 4. 26. 선고 82도2680 판결(공1983, 925) /[4][6]

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공1994상, 1434) /[4]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공1995상, 885),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공1999하, 2032) /[5]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공1998상, 702) /[8]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0953 판결(공1994상, 1440),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공1995상, 1281),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공1996상, 1526)


【전문】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 1. 4. 6. 선고 2000나1319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위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원고 3, 4에 대한 상고와 원고 1, 2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원심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망 소외 1은 1998. 12. 20. 피고 경영의 약국에서 감기약을 조제받아 복용한 후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진단받고 그 곳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1999. 3. 30. 사망하였다. (2) 소외 1이 약국에 갔을 당시 피고는 약국 조제실에 있으면서 종업원인 소외 2를시켜서 소외 1의 증상과 특이체질 여부를 물어 문진 카드에 그 증상 등을 체크하여 가져오도록 해서 받아본바 증상으로 열, 두통, 한기, 인후통, 인후염이 있고 특이체질은 없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음에 따라서 별도의 문진 없이 감기라고 판단하고 소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 400mg 3알, 소염진통제인 피록시캄 20mg 3캅셀, 항생제인 폴그램 100mg 3캅셀, 소화제인 파가스틴 3알, 위장약인 파모티딘 3알, 영양제인 비타민 비 콤프렉스 3알 등으로 2일분의 약을 조제하여 주는 한편, 소외 1이 그 다음날 대학면접시험을 본다고 하므로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주사약인 영양수액제 모라헤파린 1병도 같이 판매하였다. (3) 소외 1은 집으로 돌아와서 조제약 1첩을 복용하고 소외 2가 소개하여 집으로 온 소외 3을 통하여 1998. 12. 20. 15:00경 모라헤파린을 정맥주사받은 다음 저녁식사 후 20:00경 조제약 1첩을 더 복용하였으나 다시 열이 생기고 상태가 좋아지지 아니하자 1998. 12. 21. 02:43경 어머니인 원고 2와 함께 행림병원에 가서 응급실 당직의사로부터 이화학적 검사를 받은 결과 전신발적, 결막충혈, 인두 편두부궤양 소견으로 나타남에 따라 입원을 하였고, 같은 날 09:00경 내과전문의인 이기범의 진단을 받은 결과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전원하라는 권유를 받고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하였다. (4) 소외 1은 1998. 12. 21. 10:00경 부산대학교병원 피부과 의사 문태근으로부터 약물중독에 의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고 피부과에 입원하여 진료를 받다가 1998. 12. 23.경 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내과로 전과하여 계속하여 진료를 받았으나 1999년 1월 하순경부터 폐렴 및 칸디다혈증이 나타났고 1999. 2. 15.부터는 혼수상태에 이르러 이후 식도궤양, 위출혈, 독성간염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1999. 3. 30.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5) 부산대학교병원 의사 김도훈은 소외 1의 사망원인을 선행사인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칸디다 폐렴, 중간사인 위장관 출혈, 패혈증(추정), 직접사인 호흡부전, 심폐정지로 진단하였고, 소외 1의 부검의 서대영 등은 소외 1의 사인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이에 병발한 칸디다 폐렴 및 패혈증으로 감정하는 한편, 소외 1에게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을 일으키게 한 약물은 피록시캄(아주 빈번하게 연관된 약물 중의 하나), 이부프로펜(연관된 약물 중의 하나)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하였다. (6)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은 주로 약물에 의하여 유발되는 급성 점막, 피부의 불가항력 반응으로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반점, 발진을 특징으로 하며 심한 형태는 중독성표피괴사융해증(TEN)이라 하고, 드물게 세균·바이러스·진균 감염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로 약물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바, 피고가 소외 1에게 감기약을 조제하여 줄 때 사용한 약제인 피록시캄, 이부프로펜도 이러한 약물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으며, 위 증후군은 위와 같은 약물 복용 후 수 시간 내지 수 일 후에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위와 같은 약물을 복용한 사람 중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만 나타나는데 이러한 특이체질을 미리 알 수 있는 검사법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으며, 연간 100만 명당 1-2명이 발병하고, 일단 TEN의 상태가 되면 사망률은 5-50%이며, 그 경과는 패혈증과 위장관 출혈, 폐렴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나. 위 인정 사실에 터잡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약사인 피고가 스스로 또는 그 종업원인 소외 2를 통하여, 소외 1의 두통, 열, 한기 등의 증세에 대하여 문진을 한 후 감기로 진단하고 피록시캄, 이부프로펜 등 각종 전문의약품을 혼합하여 다량으로 조제하는 등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복용 후의 부작용에 대비하여 예후관찰이나 부작용발생시의 병원으로의 전원 등 필요한 처치를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외 1 등에게 부작용 발생가능성이나 그 처치요령 등에 대하여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소외 1이 집에서 위 조제약을 복용한 후 상당시간 발열과 발적 등의 증세를 보인 끝에 병원으로 후송되어 피록시캄, 이부프로펜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그로 말미암은 칸디다 폐렴 및 패혈증의 합병증으로 사망한 이상 피고는 불법행위자로서 소외 1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하여도 진단행위나 치료행위 등은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80. 9. 9. 선고 80도1157 판결 참조) 의사가 아닌 피고가 스스로 또는 그 종업원인 이정욱를 통하여, 이정은의 증세에 대하여 문진을 한 후 감기로 진단하고 피록시캄, 이부프로펜 등 각종 의약품을 혼합하여 조제하는 등의 행위를 한 일련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무면허로 의료행위를 한 경우라도 그 자체가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당해 의료행위에 있어 구체적인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그것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아니한다 할 것이다. (2) 피고가 소외 1에 대하여 위와 같이 진단을 하고 감기약을 조제하여 준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정은이 조제감기약을 가지고 돌아가서 집에서 이를 복용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정은이 그 감기약을 복용한 후 예후를 관찰하거나 부작용발생시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필요한 처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약사인 피고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약품판매 또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1)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물론, 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투여도 신체에 대한 침습(侵襲)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 대하여 질환의 증상, 치료방법 및 내용, 그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설명을 아니한 채 승낙 없이 침습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참조), 투약에 있어서 요구되는 의사의 이러한 설명의무는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여 판매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복용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이정은을 문진의 방법으로 진단하여 감기약을 조제하여 줄 당시 그 조제약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에 관한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사태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그 조제약의 복용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그 부작용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반면 그에 관한 사전검사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약사인 피고로서는 사용설명서에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표시되어 있는 의약품을 단순 판매하는 경우와는 달리 이 사건 감기약을 조제함에 있어 조제 전에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을 미리 설명하여 부작용의 존재를 알 길이 없던 환자인 이정은측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그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소하다는 점만으로는 그와 같은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참조). 피고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와 같은 설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1측에서 그 조제약의 복용에 동의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주장된바 없는 상고심에서의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은 피고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참조), 기록상 나타난 사정만으로 피고가 설명의무를 제대로 하였을 경우에도 소외 1이 그 부작용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대처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피고가 제조한 위 감기약의 복용을 승낙하였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국, 원심이 피고에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2) 그런데 원심은, 판시와 같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다음,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소외 1의 소극적 손해와 원고 1이 지출한 치료비 손해를 소외 1 및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와 함께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원심이 거시한 주의의무 중 설명의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이나 투약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나, 위자료만이 아닌 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입증되어야 한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0953 판결,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위 감기약을 조제함에 있어 그 용법이나 용량을 지키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고, 소외 1로서는 다른 약국에서 조제한 감기약이 잘 듣지 아니하였으며 다음날이 대학면접시험일이라 감기약을 복용하여야 할 필요성은 있었다고 인정되는 데다가,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은 특이체질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인데 그러한 특이체질자인지 여부를 사전에 검사하는 방법이 없고 그 발생빈도가 극히 낮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거나, 설명의무 위반행위와 소외 1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자료 외에 재산상 손해의 배상까지 명한 원심의 조치에는 약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원심판결 중 재산상손해의 인용부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위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위자료 부분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 변재승(주심) 윤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