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다23447
손해배상(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판시사항】 [1] 검사 등의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여 수사한 후 공소를 제기하였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2]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 이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으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3] 강도강간의 피해자가 제출한 팬티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검사결과 그 팬티에서 범인으로 지목되어 기소된 원고나 피해자의 남편과 다른 남자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를 검사가 공판과정에서 입수한 경우 그 감정서는 원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하는데도 검사가 그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은폐하였다면 검사의 그와 같은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 등이 있을 때에는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집·조사된 증거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 후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검사의 구속 및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 구속 및 공소제기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424조는 검사는 피고인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할 수 있다고 해석되므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3] 강도강간의 피해자가 제출한 팬티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검사결과 그 팬티에서 범인으로 지목되어 기소된 원고나 피해자의 남편과 다른 남자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를 검사가 공판과정에서 입수한 경우 그 감정서는 원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하는데도 검사가 그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은폐하였다면 검사의 그와 같은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국가배상법 제2조
[2]
검찰청법 제4조 ,
형사소송법 제424조
[3]
국가배상법 제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8. 13. 선고 93다20924 판결(공1993하, 2422),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38302 판결
【전문】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 1. 3. 16. 선고 2000나59233 판결
【주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을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은 그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아래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 1은 1996. 8. 18. 무렵부터 그 해 10. 22.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야간에 피해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여 피해자들을 강간한 후 돈을 강취하였다는 혐의로 1996. 10. 22. 구속되어 그 해 11. 18.(원심판결의 1996. 10. 22.은 오기이다) 검사에 의하여 성폭력행위등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되었다가 1997. 4. 18.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범죄사실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5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제기하여 1997. 9. 26. 서울고등법원에서 범죄사실 전부에 대하여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석방되었고, 이에 검사가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1998. 2. 27. 대법원에서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됨으로써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서울 구로경찰서는 1996. 8. 무렵부터 관내에서 발생한 강도강간사건에 관한 피해 신고를 받자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하였는바, 그 피해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범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피해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면서, 범인이 범행 후 공범자가 더 있는 것처럼 행세하였고 수돗물을 틀어 범행에 사용한 식칼을 담궈 놓고 나갔다고 진술함으로써 그 부분의 진술에 있어서는 모두 일치하였으나, 범인의 인상착의나 범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 원고 1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진술에 있어서는 각자 차이를 보였을 뿐 아니라, 일부 피해자들의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내용은 실제 원고 1의 인상착의와 다른 점이 있었다. (3) 경찰은 범행 직후 피해자 1이 범인의 정액 등이 묻은 것이라면서 제출한 팬티에서 검출된 범인 정액 및 분비물 등에 대하여 감정의뢰를 하였다가 1996. 10. 30.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감정 결과 그 정액 등의 혈액형은 원고 1(A형)과 다른 O형임이 확인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자 좀 더 정확한 판별을 위하여 1996. 11. 19.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하였는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996. 12. 30. 그 피해자가 제출한 팬티에서 검출된 남성의 유전자형은 원고 1이나 그 피해자의 남편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피해자의 유전자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하였고, 경찰은 그 무렵 그 회신을 검찰에 추송하였다. (4) 한편, 경찰은 피해자 1의 팬티에서 검출된 정액 등에 대한 감정 결과를 기록에 편철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 1이 계속하여 범행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유전자분석감정을 의뢰한 상태에서 위의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였다. (5) 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1996. 10. 30.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위와 같은 감정 결과를 회신받고도 위의 회신 내용을 수사 기록에 편철하지 않고 피해자 1, 2, 3에 대한 보강수사 및 원고 1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마친 후 1996. 11. 18. 그 원고를 기소하였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그 감정 결과를 전혀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제1심법원은 그 회신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원고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제2심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를 통하여 그 회신 내용을 비로소 알게 되어 결과적으로 그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게 되었다.
나. 원심은 나아가, ① 경찰 및 검찰이 원고 1을 범인으로 판단하게 된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을 뿐인데, 비록 피해자들이 그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기는 하나 피해자들은 새벽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 식칼을 들고 있는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 피해를 당하고 있던 급박한 상황에서 범인을 잠깐씩 보았을 뿐이고, 피해자들의 범인에 대한 인상착의 진술도 일치되지 아니하고 있으며, 특히 피해자들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와 그 원고의 인상착의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여러 부분에서 판이하게 다른 점이 보이므로 피해자들의 진술은 선뜻 신빙성을 인정하기에 많은 의문점이 있고, ②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원고 1의 행동 및 성격을 관찰, 분석한 결과 그 원고가 유죄의 피의자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행동을 보였을 뿐 아니라 전형적인 가학적 성격의 소유자라고 판단하였으나, 치료감호소장 작성의 정신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1은 전체지능지수(IQ)가 71로서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가학적인 성격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고면에서 융통성이 결여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감정하고 있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③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바에 의하면, 원고 1은 시골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하여 목수일 등을 배우다 그만두고 인력소개 사무실에 나가 일당 5만 원씩을 받으면서 상당기간 동안 잡부로 종사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그 원고의 성격, 지능, 평소 생활태도, 경력, 직업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원고는 강도짓을 일삼으며 남편 곁에서 부녀자를 강간하고 그것도 단독 범행이면서 마치 공범이 있는 양, 또한 퇴거하면서 수도물을 틀어놓아 아직 현장에 범인이 남아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생리중이므로 강간을 하지 말아달라는 일부 피해자의 애원을 묵살한 채 강간을 자행할 정도로 교활하고도 지능적이지 못하고, ④ 원고 1은 계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고, ⑤ 결정적으로 유전자분석 감정 결과에 의하여 피해자 1의 팬티에서 검출된 범인의 유전자형과 원고 1 및 그 피해자, 그 피해자의 남편의 유전자형이 각각 달라 그 원고가 아닌 제3의 인물이 범인임을 객관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1을 범인으로 단정한 수사기관의 판단은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그 합리성을 긍정하기 힘들고 특히, 수사기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위와 같은 회신결과를 받은 이후로는 더 이상 그 원고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없게 되었다고 볼 것인데 수사기관이 그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위의 증거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아니한 채 그 원고에 대하여 공소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그 원고에게 불리한 증거만을 제출한 결과 그 회신결과를 알지 못하는 제1심법원으로 하여금 그 원고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게 한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의 행위로서 선뜻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도저히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어서 결국 수사기관이 원고 1을 이 사건 범죄의 범인으로 단정하고 구속·기소한 후 공소를 유지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검사는 범죄의 수사를 통한 사회방어 뿐만이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도 함께 지닌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사실도 조사·제출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보아 검사에게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사실을 조사하여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은 결국, 앞서 본 사정에다 원고들의 직업, 연령, 환경, 신분관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는 위자료로서 원고 1에게 돈 20,000,000원, 그 원고의 부모인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돈 2,500,000원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제1주장에 관하여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 등이 있을 때에는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집·조사된 증거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 후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검사의 구속 및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 구속 및 공소제기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3. 8. 13. 선고 93다20924 판결, 1999. 1. 15. 선고 98다38302 판결 들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원고 1을 범인으로 단정하여 구속한 후 기소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되지 아니한다. 우선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하니, 원고 1이 혐의를 받아 구속되어 기소된 사건의 범행은 모두 1996. 8. 18.부터 그 해 10. 22.까지의 사이에 서울 영등포구 대림 1, 2동에서 발생한 강도강간범행으로서 시간과 장소가 인접하여 있을 뿐 아니라, 범인이 공범자가 더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등으로 범행 수법이 유사하여 동일인에 의한 범행으로 보이는데, 범행을 신고한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하여 조금씩 달리 진술하였지만 대체로 범인이 뚱뚱한 체격으로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서울 말씨를 쓰고 있다고 진술함으로써 그 점에서는 모두 원고 1의 인상착의와 일치하였고, 그 후 경찰에서 그 원고를 범인으로 검거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그 원고가 범인인지를 확인하게 한 결과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그 원고가 범인임이 틀림없다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야간에 어두운 집 안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범인에게 제압당하여 극도의 긴장과 불안 상태에서 짧은 순간 범인의 얼굴 등을 본 피해자들이 범인의 얼굴 등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여 진술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이므로 비록 피해자들의 진술 중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구체적인 부분에 일부 모순되는 점이 있고, 원고 1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그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범인이 틀림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이 그와 같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어 그 원고를 범인으로 단정하여 구속한 후 기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수사기관의 행위를 두고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는 없을 터이다. 원심은, 피해자의 팬티에서 검출된 정액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검사결과가 검사가 원고 1을 기소한 1996. 11. 18. 이전에 이미 경찰을 통하여 검찰에 통보된 것을 전제로 하여 검사의 기소가 위법하다고 보고 있으나,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하니, 경찰에서 피해자 1의 팬티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정액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996. 10. 30. 경찰에 피해자 1의 팬티에서 정액 양성반응이 나오고 그 혈액형은 그 피해자의 혈액형과 같은 O형으로 반응하였으나, 그 혈액형은 정액, 질액 기타 인체분비물이 혼합된 물질의 것일 수 있고, 비분비형인 경우에는 모두 O형으로 반응하므로 팬티에 묻은 정액 등이 원고 1의 것이 아닌지의 여부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추후 유전자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감정서를 보내었고, 그 후 1996. 12. 30.에서야 비로소 경찰에 피해자 1이 제출한 팬티에서 검출된 남성의 유전자형은 원고 1이나 그 피해자의 남편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피해자의 유전자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감정서를 보내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검사가 원고 1을 기소할 당시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피해자 1의 팬티에서 검출된 남자의 유전자형이 원고 1 및 그 피해자의 남편의 그것과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감정서를 받아보아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사는 원고 1을 기소할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단지 피해자 1의 팬티에 대한 감정 결과 그 팬티에서 그 피해자의 혈액형과 동일한 O형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고, 그와 같은 감정 결과만으로는 원고 1이 범인이 아니라고 볼 수 없는 상태이었으므로, 검사가 그와 같은 사정하에서 원고 1을 기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수사기관이 원고 1을 범인으로 단정하여 구속하고 기소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국가배상법 제2조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검사가 원고 1을 기소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피해자 1의 팬티에서 검출된 남자의 유전자형이 그 원고 및 피해자의 남편의 그것과 다르다는 감정서를 받고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채 이미 제기된 그 공소를 유지한 행위가 위법하여 피고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기록에 나타난 원고 1의 육체적·정신적 피해, 피고측의 위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원고들의 연령, 직업, 신분관계, 환경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원심이 원고 1의 위자료로 돈 20,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의 위자료로 각 돈 2,500,000원으로 정한 것은 적정하다고 보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끼친 바 없어 피고의 이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질 수 없다.
나. 제2주장에 관하여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424조는 검사는 피고인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할 수 있다고 해석되므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검사는 원고 1을 기소한 후인 1996. 12. 30. 무렵 경찰을 통하여 정액 양성반응을 보인 피해자 1의 팬티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은 원고 1이나 그 피해자의 남편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피해자의 유전자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를 입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한즉, 피해자 1은 범인이 자신의 팬티를 칼로 찢은 후 강간하였는데 당시 범인이 사정을 한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그 날 바로 그 피해자의 팬티가 경찰에 압수되었으며, 그 팬티에 정액으로 보이는 얼룩이 있어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그 팬티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피해자 1의 피해경위에 관한 진술과 그 피해자의 팬티의 압수 및 감정의뢰 경위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 1의 팬티에 묻은 얼룩에서 검출된 남자의 유전자형이 원고 1 및 그 피해자의 남편의 그것과 다를 뿐 아니라 피해자의 그것과도 다르다는 감정 결과는 제3의 범인의 존재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으로서, 원고 1이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들도 범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 1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검사가 그 감정서를 법정에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제1심법원이 원고 1에 대하여 일부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5년의 형을 선고하게 하고, 항소심에서도 그 감정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항소심법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직접 사실조회를 하여 비로소 위와 같은 감정 결과가 나온 사실을 알고서 그 원고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도록 하였으니, 검사는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인 원고 1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입수하고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은폐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도저히 그의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법할 뿐 아니라, 평균적인 검사의 주의력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그와 같은 감정서를 법정에 제출하지 아니한 데에는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나, 검사의 법률적 지위 및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에서의 '위법'이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또는 판결의 이유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의 이 주장들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제3주장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원고 1은 이미 이 사건으로 형사보상금을 수령하였으므로 피고에게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형사보상제도의 취지가 몰각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형사보상제도는 형사재판절차에서 구금되었다가 무죄재판을 받은 경우 그 구금에 대하여 보상을 실시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과는 그 근거 및 요건을 달리하므로 형사보상금을 수령한 피고인에게 다시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고 하여 형사보상제도의 취지가 몰각된다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의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을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조무제(주심) 유지담 손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