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구상금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다26807, 판결] 【판시사항】 [1]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법령 위반'의 의미 [2] 경찰관이 교통법규 등을 위반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순찰차로 추적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중에 그 도주 차량의 주행에 의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경찰관의 추적행위가 위법한 것인지 여부(한정 소극)

【판결요지】 [1]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여 그 법령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2]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 또 범죄를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자는 현행범인으로, 누구임을 물음에 대하여 도망하려 하는 자는 준현행범인으로 각 체포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정지 조치나 질문 또는 체포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대상자를 추적할 수도 있으므로, 경찰관이 교통법규 등을 위반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순찰차로 추적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중에 그 도주차량의 주행에 의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추적이 당해 직무 목적을 수행하는 데에 불필요하다거나 또는 도주차량의 도주의 태양 및 도로교통상황 등으로부터 예측되는 피해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유무 및 내용에 비추어 추적의 개시·계속 혹은 추적의 방법이 상당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추적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민법 제750조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민법 제750조 ,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

제3조 제1항 ,

제5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

제2항 제4호 ,

제21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7. 25. 선고 94다2480 판결(공1997하, 2650)


【전문】 【원고,피상고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웅)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0. 4. 12. 선고 99나2972, 298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한다.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소외 1은 1997. 1. 13. 01:20경 광주 33마5433호 승용차(이하 '가해차량'이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광주 동구 학동 소재 부궁가든식당 앞 도로상을 남광주사거리 방면에서 화순군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그 곳이 유턴금지 지점임에도 중앙선을 침범하여 함부로 유턴을 하였고, 이에 그 곳으로부터 약 250m 전방에서 112 순찰차를 세워놓고 순찰근무를 하던 광주동부경찰서 학운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인 소외 조판관과 김양진은 순찰차에 장치된 확성기와 수신호로 소외 1에게 정지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소외 1은 위 경찰관들의 정지 지시를 무시하고 남광주사거리 방면으로 시속 약 70㎞의 속력으로 도주하였고, 이에 위 경찰관들이 경광등을 켠 채 확성기로 정지 지시를 하면서 가해차량을 계속 뒤따르자, 소외 1은 남광주사거리에서 우회전한 직후부터 더욱 가속하여 시속 약 120㎞의 속력으로 광주 동구 동명동 소재 조선대학교 후문 입구 외곽도로 방면으로 계속 도주하면서 횡단보도 및 교차로상의 차량신호를 수회에 걸쳐 위반하며 진행하였으며, 위 경찰관들도 이에 따라 속도를 높여 조선대학교 후문 앞까지 경광등은 켜고 싸이렌은 울리지 아니한 상태로 확성기로 정지 지시를 반복하면서 약 50m 내지 7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가해차량을 추적하였다. 그러던 중 소외 1은 같은 날 01:30경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조선대학교 후문 입구 앞 교차로에 이르러 차량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하다가 때마침 조선대학교 후문 방면에서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소외 김맹수 운전의 광주 60사2805호 영업용택시의 운전석 부분을 가해차량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김맹수와 승객인 소외 김준우, 송경태 등을 모두 사망에 이르게 하고, 승객인 소외 조영호에게는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혈흉상 등을 입게 하였으며, 피해차량을 수리비 금 4,486,820원 상당이 들도록 파손시켰다. 소외 1이 불법유턴한 위 부궁가든식당 앞에서부터 남광주사거리까지의 도로상에는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3곳,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가 1곳 있고, 인근에 아파트들이 있으며, 남광주사거리에서부터 조선대학교 후문 입구 앞까지의 도로상에는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5곳 있고, 주위에 조선대학교와 소규모 상점들이 있으며, 유턴지점에서부터 사고지점까지의 도로상에는 모두 4곳의 교차로가 있고, 그 중 남광주사거리에서부터 사고지점까지 사이에 있는 교차로 3곳에는 모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유턴지점에서부터 남광주사거리까지는 편도 2차로, 남광주사거리에서부터 사고지점까지는 편도 4차로이고, 남광주사거리에서부터 사고지점까지 차량의 제한속도는 시속 70㎞, 유턴지점에서부터 남광주사거리까지의 거리는 약 840m, 남광주사거리에서부터 사고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970m이다. 남광주사거리에서부터 사고지점까지의 도로는 평소 차량통행이 많고, 사고지점은 교통사고 다발지점인바,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에는 야간이라 주간보다는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았다.

나.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소외 1이 위 경찰관들의 정지 지시를 무시하고 도주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4호의 준현행범인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위 경찰관들의 추적행위는 준현행범인의 체포를 위한 행위로 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이는 도로교통법위반 행위에 대하여 범칙금통고서를 발부하는 등의 교통단속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니, 이 사건 순찰차는 도로교통법상의 긴급자동차로서 과속으로 차량신호를 위반하면서 가해차량을 추적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경우에도 도로교통법 제25조 제3항 제121조의 각 규정이나 경찰관 실무전서, 파출소 근무경찰관 특별교육교재 및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무제한적인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의 특례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 필요성 및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경찰관들이 추적을 시작할 무렵에는 소외 1에게 수신호를 할 수 있을 만큼 순찰차가 가해차량에 근접한 거리에 도달한 때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발생 이전에 순찰차가 가해차량에 어느 정도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였던 상황이었으니 위 경찰관들로서는 가해차량의 차종, 색깔 등은 물론 차량번호까지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보이고, 한편 위 경찰관들은 오래전부터 그 인근을 관할하는 파출소에서 근무하여 왔으니 위 부궁가든식당 앞에서부터 사고지점에 이르는 도로의 상황에 대하여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경찰관들로서는 우선 가해차량의 추적이 어렵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그 차량번호 등을 기록함으로써 차량추적이 중단되더라도 계속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가사 가해차량의 특정이 불가능하였다 하더라도 그 도주로의 도로상황에 정통한 위 경찰관들로서는 순찰차가 가해차량에 접근함에 따라 소외 1이 점차 가속하여 시속 약 120㎞의 속력으로 횡단보도와 교차로상의 차량신호를 위반하면서 도주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으므로 가해차량을 계속 추적하다가는 가해차량이 과속과 신호위반 등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와 같은 상황하에서는 교통사고 발생의 현실적인 위험성을 용인하면서까지 가해차량을 무리하게 추적하기보다는 무전으로 다른 순찰차와 공조하여 가해차량과 그 운전자를 확인하는 등의 수사방법을 택하였어야 했다고 한 끝에, 그렇다면 위 경찰관들의 추적행위는 그 추적의 필요성이 결여되었거나,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예측되는 구체적 위험발생 가능성에 비추어 그 계속 수행 내지 그 수행의 방법 등이 현저히 상당성 내지 합리성을 결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 가.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여 그 법령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7. 7. 25. 선고 94다2480 판결 참조),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1항), 또 범죄를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자는 현행범인으로, 누구임을 물음에 대하여 도망하려 하는 자는 준현행범인으로 각 체포할 수 있으며(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제2항 제4호, 제212조), 이와 같은 정지 조치나 질문 또는 체포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대상자를 추적할 수도 있으므로, 경찰관이 교통법규 등을 위반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순찰차로 추적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중에 그 도주차량의 주행에 의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추적이 당해 직무 목적을 수행하는 데에 불필요하다거나 또는 도주차량의 도주의 태양 및 도로교통상황 등으로부터 예측되는 피해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유무 및 내용에 비추어 추적의 개시·계속 혹은 추적의 방법이 상당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추적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돌이켜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1은 중앙선을 침범하여 불법으로 유턴한 데 그치지 않고 경찰관의 정지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응한 채 빠른 속력으로 도주를 기도하여, 이른바 거동수상자로서 교통법규 위반행위 외의 다른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판단될 수 있는 상황에 있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순찰차에 탑승하고 있던 위 경찰관들로서는 소외 1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는 외에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그를 정지시켜 그에 대하여 직무질문을 할 필요도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순찰차에 의한 가해차량의 추적은 그 직무 목적 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할 것이다. 가해차량의 차량번호를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었다거나 무선으로 수배하여 다른 순찰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도주하는 차량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추적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부정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순찰차가 가해차량을 추적한 도로 양옆으로는 아파트와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교차로와 횡단보도도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것들 말고는 달리 특별히 위험한 도로교통상황이 있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바, 여기에다가 그 곳은 편도 2차로 또는 4차로의 비교적 폭이 넓은 도로로서 당시는 사람이나 차량의 왕래가 별로 없는 새벽 1시가 넘은 시간대였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당시의 도주차량의 행태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위 경찰관들이 이 사건 추적으로 인하여 제3자가 피해를 입으리라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예견하였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당시 이 사건 순찰차는 가해차량을 바짝 뒤쫓지 아니하고 50m 내지 70m 정도의 거리를 내내 유지하며 여유를 가지고 추적하였다는 것이니, 이 사건 순찰차의 추적방법 자체도 특별히 위험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순찰차에 의한 경찰관들의 추적행위는 그 추적의 필요성이 결여되었거나, 예측되는 구체적 위험발생의 가능성에 비추어 그 계속 수행 내지 그 수행의 방법 등이 현저히 상당성 내지 합리성을 결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한 끝에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추적행위의 필요성 유무 및 추적행위에 수반되는 구체적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이강국(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