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다16367
감리비예치보증금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16367, 판결] 【판시사항】 채무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다음에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을 발행한 경우, 기존 채무의 변제기가 어음에 기재된 만기일로 변경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채권자가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그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 미리 그 채무의 변제기보다 후의 일자가 만기로 된 어음의 교부를 받은 때에는 묵시적으로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유예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 때 기존 채무의 변제기는 어음에 기재된 만기일로 변경된다고 볼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다음에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105조 ,
제387조 ,
어음법 제1조 제4호 , 제75조 제3호
【참조판례】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공1990, 1572),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4508 판결(공1999하, 1951)
【전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주택사업공제조합의 소송수계인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기웅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2. 10. 선고 99나58244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삼호건설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1996. 11. 19.자 이 사건 제2차 공사감리계약은 이보다 먼저 체결된 1996. 4. 20.자 제1차 공사감리계약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어서 결국 원고와 위 소외 회사 사이에 체결된 공사감리계약에 따른 총 감리대금은 제1, 2차 공사감리계약상의 감리비를 합산한 금액이 아니라 제2차 공사감리계약상의 감리비인 금 158,000,000원이며, 따라서 위 소외 회사와 소외 주택사업공제조합(1999. 2. 8. 법률 제5908호로 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피고로 전환되어 피고가 위 조합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 사이에 그 감리대금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체결된 이 사건 감리비 예치보증계약에 기하여 위 주택사업공제조합이 보증하는 공사감리비지급채무 또한 위 금 158,000,000원에 국한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위 소외 회사로부터 1995. 11. 28.부터 1997. 10. 26.까지 사이에 5회에 걸쳐 지급받은 금 90,000,000원은 이 사건 공사감리계약과는 별도로 체결한 설계계약상의 설계대금으로 충당하기로 하는 '합의에 따라' 그 설계대금 변제에 충당된 것이라고 인정하여, 이와 달리 위 금원을 원고가 '임의로' 설계대금으로 충당하였다는 전제하에 위 금원 중 금 35,000,000원은 그 지급 당시 이행기가 도래한 이 사건 공사감리비의 변제에 먼저 충당되었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제2차 공사감리계약상의 감리대금 중 중도금은 4회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제1회 중도금부터 그 지급을 지체함으로써 이 사건 감리비 예치보증계약상의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그 보증사고 발생사실을 통지함이 없이 계속하여 감리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그 후 제2회 이후의 중도금도 이행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원심은 사정이 이와 같다고 하더라도 제2회 이후의 중도금을 못 받게 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는 이 사건 감리비예치보증계약 약관 제4조 제2항에 따라 원고가 제1회 중도금에 대한 보증사고 발생사실에 대한 통지와 보증금의 청구를 해태함으로써 피고가 그 보상책임을 면하게 되는 '해태로 인하여 증가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제2차 공사감리계약상의 제2회 이후의 중도금에 대하여는 보상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감리비예치보증계약의 약관에 관한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약관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채권자가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그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 미리 그 채무의 변제기보다 후의 일자가 만기로 된 어음의 교부를 받은 때에는 묵시적으로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유예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 때 기존 채무의 변제기는 어음에 기재된 만기일로 변경된다고 볼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다음에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원심이, 원고가 위 소외 회사로부터 위 제2회 이후의 중도금에 대하여 이 사건 감리비예치보증계약상의 보증기간 이후에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약속어음을 교부받음으로써 그 이행기가 보증기간 이후로 유예되고, 이에 따라 보증기간 내에 발생한 보증사고에 대하여서만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제2회 중도금 이후의 감리비에 대하여는 보상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음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주장의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시점은 이미 제2회 이후의 중도금에 대한 채무이행이 없이 각 이행기가 도과된 후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앞서 본 법리에 의하여 결국 이유 없어 배척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원심의 이러한 판단유탈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