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국민 투표 실시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

10·17 국민 투표 실시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
제6대 대통령 박정희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와 관련된 담화문 1969년 10월 10일 금요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헌법 제 121조 1항에의한 개헌안의 국민 투표를 10월 17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지난 8일 공고하였습니다.

이 개헌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과 시비로 세론이 분분하였으나, 이제 주권자이신 국민 여러분의 의사로서 그 가부를 결정지을 최종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개헌에 대한 나의 소신을 이미 여러 차례 국민 앞에 밝힌 바 있으며, 또 이 개헌 여부를 앞당겨 빨리 국민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겟다는 나의 솔직한 심경은 이미 7,25 담화에서 충분히 밝혀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의 국민 투표는 단적으로 말해서, 누구든지 두 번 이상 대통령을 할 수 없는 현행 헌법 조항을 고쳐서, 세 번까지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냐, 아니냐 하는 개헌 국민 투표이며, 아울러 또 한편으로는 지난 6년 동안 이 정부가 해온 일들이, 잘 한 것인가못한 것인가를 국민 여러분이 저울질하여,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계속해서 이 정권에 일을 맡길 것인가, 아니면 즉각 이 정권을 물러나게 할 것인가 하는 이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이기도 한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 중대한 국민 투표를 실시함에 즈음하여, 나는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잇는 점, 그리고 체험을 통해서 느끼고 있는 점을 허심 탄회하게 국민 여러분 앞에 털어 놓고, 몇가지 문제들에 대한 나의 견해를 확실히 해 둘까 합니다.


개헌 자체

우리가 살아가는 여건들은 국제 정세의 변동과 국가 안보 상의 긴박성, 그리고 성장해가는 경제 규모와 사회적 변천 등에 따라 날로 달라지고 있으며, 이 변동 되어 가는 현실에 따라, 필요하다면 헌법도 그 현실에 알맞게 국민의 의사로서 적시 개정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며, 또 이것은 진정 헌법을 존중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민주 호헌 정신이라고 확신합니다.

선진 여러 나라들이 오늘날 잘 살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그들이 그들의 헌법을 그 현실에 알맞게 보완 개정해 나간데 있었던 것입니다.

헌정과 민주주의 발전 과정이란 대하의 조류와도 같이, 사회적인 환경과 시대적인 여건에 순응하면서 흘러가는 것입니다. 헌법은 절대 고칠 수 없다는 옹고집은 진정한 의미에서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사고 방식인 것입니다.

조국 근대화의 길은 만사 현실에 알맞은 수정과 보완의 노력에 있다고 믿습니다.


야당의 자세-반대,극한

내가 해온 모든 일에 대해서, 지금까지 야당은 반대만 해 왔던 것입니다.

나는 진정 오늘까지 야당으로부터 한 마디의 격려나 지지도 받아 보지 못한 채, 오로지 극한적 반대 속에 이 막중한 국정을 이끌어 왔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하여, 나는 야당으로부터 매국노라는 욕을 들었으며, 월남에 국군을 파병한다고 하여, 젊은이의 피를 판다고 그들은 악담하였으며, 없는 나라에서 남의 나라 돈이라도 빌려와서 경제 건설을 서둘러 보겠다는 나의 노력에 대하여, 그들은 차관 망국이라고 비난하였으며, 향토 예비군을 창설한다고 하여, 그들은 정치적 이용을 꾀한다고 모함, 반대하여 온 등등 대소사를 막론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야당은 오로지 비방,중상,모략,악담 등을 퍼부어 결사 반대만을 해왔던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 대 야당의 반대에 못이겨 이를 중단하거나 포기하였더라면, 과연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설 땅은 어디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방방 곡곡 전국 도처에서 개헌 반대를 빙자한 야당 유세에서는, 나에 대한 온갖 인신 공격과 중상 모략이 거리낌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국민 여러분은 잘 듣고 있을 줄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야당의 언필청 민주주의한다는 그들의 자세인 것입니다.


독재

야당은 또 언필칭, 나를 독재자라고 비방합니다.

내가 만일, 야당의 반대에 굴복하여 물에 물탄 듯 소신 없는 일만 해왔더라면, 나를 가리켜 그들은 독재자라고는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도움되는 일이라면, 내 소신껏 굽히지 않고 일해 온 나의 태도를 가리켜 그들은 독재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나를 아무리 독재자라고 비난하든, 나는 이 소신과 태도를 고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오늘날 우리 야당과 같이 반대를 위한 반대의 고질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야당으로부터 오히려 독재자라고 불리우는 대통령이 진짜 국민 여러분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영구 집권

야당은, 이 정권이 영구 집권을 꾀하고 있다고 비방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마저 채우지 않고, 국민의 의사가 그러하다면 혼연히 미련 없이 물러서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이 국민 투표에 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다사 다난할 1970년대를 맞이함에 있어, 국민이 허용한다면 70년대의 전반기만은, 정권의 변동 없이 현 체제를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되는 일이며, 국가 안보와 경제의 기초를 다지는 길이 된다고 믿어, 이 개헌안은 발의된 것입니다.

그것도 개헌 통과가 바로 집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71년도 대통령 선거에 결정되는 일입니다.

이것이 과연 영구 집권이겠습니까,

매 4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어 있는 우리국민의 이 주권이 살아 있는 함, 우리 앞에 영구 집권란 있을 수 없다는 절대적 자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민주주의

또 야당은 언필칭, 민주주의가 어떻고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야당만이 알거나 정치인만이 아는 특수 지식이 아니라, 농민이나, 상인이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며, 우리의 보편적 행동 규범인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인 국가 원수에 대해서도 마구 욕설을 퍼붓고,

자기들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독재자라고 규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형식으로 다루고,

소수의 의견이 관철 안되면 단상을 점령하여, 맥주병과 폭력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말 없는 말로 마구 중상 모략하여 국민을 선동하는 일만을 능사로 삼고 있는,

이러한 야당의 행동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겠습니까,

이러한 식의 민주주의를 우리 나라의 야당은 어디서 배웠는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의사로 결정지으는 것이며,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의 심판을 묻되, 허위,중상을 삼가야 하며,

또 민주주의는 창달되어야 하되, 이로 인하여 우리 고유의 윤리와 도덕이 파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나의 기본 관념인 것입니다.


부정,부패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를 일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부정,부패의 축출을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해 왔으나, 그 일소를 위해서는 아직도 더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숨김 없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나는 이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노력에 더욱 역점을 둘 것이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적극적인 방법은, 하루바삐 경제 건설을 서둘러, 보다 풍요한 사회를 만들고, 빈곤을 구축하는 것이, 부정,부패를 없애는 가장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1950년대는 우리에게 걷잡을 수 없었던 혼란과 불안의 시대였으며, 1960년대는 겨우 그 혼란과 정돈,일소하여 안정을 되찾은 시대이며, 이제 앞으로 맞이할 1970년대는 겨우 되찾은 안정을 항구화 시켜야 할 사명의 시대라고 나는 내다봅니다.

이 70년대를 우리가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우리 국가의 운명은 좌우될 것입니다.

이 70년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여 보낼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확고히 우리에게 토착화할 것이며, 또 우리의 경제는 보다 착실한 토대를 구축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안정은 영구적인 안정으로 고착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진댄, 우리는 다시 1950년대의 혼란과 불안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게 될 것임을 나는 단언합니다.


국민 여러분!


값싼 인기에 영합하고 나만 편안한 길을 가려면, 나에게도 얼마든지 쉬운 길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영광의 후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도 나는 잘 알고 있으며, 또 이 때 수많은 동정을 나에게 쏟아 줄 국민 여러분의 두터운 인정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70년대를 깊이 생각한 끝에, 나는 나를 버리고 국가를 위해 한번 더 십자가를 지겠다는 결심에서 나는 이 길을 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자만심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60년대 후반기에서 모처럼 되찾은 이 안정의 분위기를, 변동 없이 70년대 초반까지 좀 더 굳히고 다져 보자는 것이며,

내 손으로 벌려 놓은 이 방대한 건설 사업들을, 내 책임으로 매듭지어 보자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며,

또 모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우리의 전진 대열을, 쉬었다가 다시 짜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좀 더 전진을 계속해 보자는 뜻에서 그러한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추후도 나를 위주로 한 생각에서가 아니라, 오직 국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 일념에서 이루어진 것을 믿어 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끝으로 국민 투표 일자가 다가옴에 따라, 종전에도 흔히 볼 수 있던 과열된 분위기는, 나라의 체면과 위신을 위해서도 우리 모두가 여야를 막론하고 다 같이 자중해야 하겠습니다.

정부는 물론 공정한 국민 투표 관리를 위하여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민주 시민으로서의 높은 긍지를 가지고, 조용한 가운데 법과 질서를 유지하면서, 국민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이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 같이 협력하여 주시기를 당부하는 바입니다.

10·17 국민 투표 실시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
제6대 대통령 박정희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와 관련된 담화문 1969년 10월 10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