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이칠란트)의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시골 산골에 아들 삼형제를 데리고 사는 내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 삼형제 중에 제일 끝 막내아들은 약고 똑똑하지를 못하고 천진스럽기만 하여서 모든 사람이 그를 못난이 천치라고 우습게 여겼습니다.

어느 때, 큰아들이 솔숲으로 나무를 베러 가는데, 어머니는 맛있는 떡과 훌륭한 포도주를 점심 요기하라고 정성스럽게 싸 주었습니다. 큰형이 그것을 받아 들고, 도끼를 메고 솔숲으로 가노라니까, 중로에서 한 조그마한 백발 노인이 퍽 공손스레 절을 하면서,

"그 떡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모금만 내게 주게나. 나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못 견디겠으니……."

합니다. 그러나,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무정스럽게,

"내 떡과 술을 주면 나는 무엇을 먹게……, 정신 없는 사람일세."

하고는, 본 체 만 체하고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 길로 숲속에 가서, 크디큰 나무를 찍다가 어쩐 까닭인지 손이 튕겨져서 도끼가 제 가슴을 쳤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슴을 움켜잡고 엉금엉금 기어 돌아와서 상처를 싸매고 누웠습니다.

그 후 둘째가 또 나무를 베러 가는데, 그 때도 어머니는 맛있는 떡과 훌륭한 포도주를 싸 주었습니다. 둘째가 그것을 받아 들고 도끼를 메고 가노라니까, 또 조그만 백발 노인이 절을 공손스레 하면서 떡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모금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둘째도 코웃음을 치며,

"내 떡과 술을 주면 나는 무엇을 먹게……, 미친 늙은이로구나."

하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불행하게도 둘째도 나무를 찍다가 제 발등을 헛찍어서 발에서 피가 줄줄 흘렀습니다.

그 다음에는 맨 막내가 이번에는 내가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안 된다, 안 되어. 큰형 작은형이 모두 다치기만 하고 왔는데, 더군다나 네까짓 것이 무슨 수로 베어 오겠니. 잠자코 있거라."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도 제가 간다고 조르니까,

"가 보려면 가 보려무나. 닥쳐 보면 알겠지."

하고 허락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베어 오지도 못할 것이 공연히 수선을 핀다고 하면서 굳은 떡과 시어 꼬부라진 술 한 병을 싸 주었습니다. 막내는 그것을 받아 들고 터벅터벅 갔습니다.

이번에도 또 조그만 백발 노인이 중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절을 공손히 하면서,

"그 떡 한 조각과 술 한 모금만 주게나. 나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못 견디겠으니……."

하였습니다. 막내는 천진스럽게 바른대로,

"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말라빠진 떡과 시어진 술뿐인데 그것이라도 잡숫겠으면 여기 앉아서 나하고 둘이서 잡수십시다."

하고, 거기 그냥 주저앉아서 보자기를 폈습니다.

펴 보니까 이상도 하지요. 어느 틈에 굳은 떡은 맛있고 먹기 좋은 떡이 되고, 시디신 술은 훌륭한 포도주로 변하여 있었습니다.

막내와 백발 노인은 정답게 나란히 앉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노인은 막내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너는 아무 욕심도 없이 착한 마음을 가졌고, 또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어 주었으니 내가 좋은 복운을 주마……. 저기 커다란 노목(늙은 나무)이 있지 아니하냐? 저 나무 밑동을 찍어 보아라. 그 속에 무엇이 있을 테니, 그것을 가지고 서울로 가거라."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막내가 허리를 굽히어 절을 하고 고개를 드니까, 벌써 노인은 없어져 버렸습니다.

막내는 그냥 뛰어가서 그 나무를 찍어 넘기고 보니까, 정말로 그 나무 밑동 속에는 황금 깃을 가진 거위가 앉아 있었습니다. 노인의 말대로 막내는 그것을 가슴에 꼭 안고 서울 가는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주막집에 들어가 자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 주막집에는 주인의 딸이 삼형제나 있었는데, 그 처녀들이 황금 거위를 보고, 어떻게 좋던지 그 깃을 단 한 개만이라도 뽑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 깃을 넌지시 뽑아 가질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마침 막내가 어디를 잠깐 갔다 온다고 나가고 없으므로 그 틈에 그 중 큰 딸이 들어가서 깃을 뽑으려고 손을 댔습니다. 그러니까 이것 보십시오. 그 깃에 손이 닿자마자 그냥 달라붙어서 영영 떨어지지 아니하였습니다. 큰일 났다고 쩔쩔매고 있는데, 둘째 딸이 들어와서 깃을 뽑으려고 하는데 그 몸이 형의 몸에 닿자마자, 또 마치 전기 통하듯이 형의 몸에 달라붙었습니다. 그러자, 막내딸이 또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보고 형들이,

"오지 마라, 큰일 난다. 오지 마라."

하고 소리를 쳤으나, 막내는 자기네들만 뽑아 가지려고 그러는 줄 알고 그냥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몸이 둘째 형의 몸에 조금 스치기만 하였는데 그 몸은 또 달라붙어 버렸습니다.

황금 거위의 임자인 막내가 들어와서 오늘은 빨리 가야 서울에 가겠다고 황금 거위를 옆에 꼭 끼고 나섰습니다. 그 뒤에 처녀가 매달렸거나 무엇이 끌려오거나 그것은 본 체 만 체하고, 그냥 거위만 잔뜩 옆에 끼고 급한 걸음으로 휘적휘적 갔습니다. 그러니까, 처녀 삼형제는 그 뒤에 매달린 채 이리저리 막내가 가는대로 휘적휘적 끌려갔습니다. 이 꼴을 중로에서 이 동네 면장님이 보았습니다. 면장님은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이런 커다란 처녀들이 부끄럽지도 않으냐? 이런 한길에서 젊은 사내를 쫓아다니다니……, 망신하는 것도 모르고. 어서 그 사내를 놓아 주고 가거라."

하여도, 들은 체 만 체하고 휙휙 지나가므로, 이거 큰일 났다고 쫓아가서 처녀들을 붙잡으려고, 맨 뒤에 딸린 끝의 처녀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러자 면장님도 그대로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므로, 수염이 허연 이가 그 끝에 매어달려서 질질 끌려갔습니다.

"여보십시오! 면장님! 이게 큰 길에서 웬일이십니까? 노인이 젊은 색시를 쫓아가는 게요. 어서 그냥 보내고 면소로 가시지요."

하여도 듣지 않고 자꾸 쫓아가므로, 면서기가 또 쫓아가서 면장의 손을 붙잡자 면서기도 또 달라붙어서 질질 끌려갔습니다.

이래서 다섯 사람이 이 쪽으로 주루루, 저 쪽으로 주루루 새끼에 맨 돌멩이같이 질질 끌려가는데, 중로에서 괭이를 메고 오는 농부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보고 그만 면장님은 나를 좀 떨어지게 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속을 모르는 농부 두 사람이 떼어 준다고 달려들다가 맨 뒤의 서기의 몸에 닿자마자, 두 사람도 한꺼번에 달라붙어서 또 질질질, 막내와 거위의 뒤에 끌려오는 사람이 일곱 사람이나 되었습니다.

기어코 그대로 서울까지 왔습니다. 마침 그 날은, 임금님의 외딸이 한 분이 있었는데, 웬일인지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웃어 본 일이 없이 항상 얼굴을 찡그리고만 커 왔으므로 하는 수 없이,

"누구든지 왕녀로 하여금 웃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위를 삼겠다."

하고, 포령(영)을 내리신 다음날이었습니다.

막내는 그 소문을 듣고 옳다구나 하고, 그 길로 대궐로 가서 내가 왕녀님을 웃기겠다 하고, 대궐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문 지키는 이가 보니까 공연한 사람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가려고 하므로,

"웬놈들이 공연히 대궐에 들어가려고 하느냐?"

소리를 치면서, 뒤에 딸린 사람을 못 들어가게 하려 하였으나 그러는 동안에 그 사람마저 달라붙었습니다.

막내는 그대로 뒤에 달린 사람들을 끌고 대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황금 거위를 껴안고서, 이를 악물고 막내는 임금님과 공주가 계신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뒤에는 여덟 사람이 달려서 질질 끌려갔습니다.

공주는 그 꼴을 보더니, 그냥 깔깔 웃으면서 나중에는 어떻게 참을 수 없이 웃다가 자리에서 굴러 떨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임금님이 막내의 꼴이 너무 초라한 것과, 그런 시골뜨기를 사위 삼기가 반갑지 않아서, 이리저리 핑계를 꾸며 가지고 이런 어려운 문제를 내었습니다.

술 광에 그득 쌓인 포도주를 다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라고…….

막내는 이런 어려운 일은 그 때, 그 백발 노인을 만나서 의논하면 되겠지 하고, 그 나무 찍던 곳으로 갔습니다. 가니까 그 찍어 넘긴 나무 밑동에 웬 남자 한 사람이 걸터앉아서 고개를 늘이고 청승스럽게 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냐고 막내가 물으니까,

"나는 목이 말라서 견딜 수가 없어 그런다우. 맹물을 먹지 못하는 성질이고, 포도주 같은 것은 한 통을 단숨에 먹어도 먹은 것 같지도 아니하니까요."

합니다.

"그러면 나를 따라오게."

하고, 그 사람을 대궐로 데리고 갔습니다.

어떻게 포도주를 먹는지, 마치 바닥 없는 통에 물을 붓듯이 자꾸 먹고 앉았더니, 해지기 안에 그만 포도주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먹고도, 그래도 부족한 듯이 광 속의 구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임금은 그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광으로 하나 가득히 쌓아 놓은 떡을 하루 안에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라 하였습니다.

막내는 또 그 나무 찍던 곳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도 웬 남자가 한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서 뱃살을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냐고 물으니까 그는,

"나는 한칸방에 그득 쌓인 떡을 지금 먹었으나, 그 까짓 것이 먹은 것 같기나 해야지…….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일세."

합니다.

"그러면, 나를 따라오게."

하고, 데리고 갔습니다.

크디큰 광 속에 가득히 쌓인 떡의 산 앞에 턱 앉아서 어떻게 그렇게 먹는지 쉬지 않고 먹더니, 해 안에 다 먹어 버리고는 떡이 없으면 국이라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임금님은 하도 어이가 없으셔서, 마지막 문제를 내셨습니다.

"세 가지 문제가 있는데, 두 문제는 잘 되었으나, 마지막으로 땅 위에도 다니고, 물 위에도 다니는 배를 가져오면 이번에는 아주 사위를 삼겠다."

하셨습니다.

막내는 또 나무 찍던 곳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전에 보던 그 백발 노인이 앉아서, 막내 오는 것을 보고 빙글빙글 웃더니 막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벌써,

"이번에는 물에나 땅에나 함부로 다니는 배를 가져오라시지? 자아, 이것을 가져 가거라. 포도주를 먹은 것이나 떡을 먹은 것이나 모두 내가 먹은 것이다."

하고, 이상한 배 하나를 주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막내는 그 배를 임금님께 갖다 드리고 훌륭한 임금님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무어요? 거위 뒤에 따라다니던 사람들 말입니까? 그 사람들은 왕녀가 웃으시다가 자리에서 떨어지자, 거위에게서 놓여져 모두,

'혼났다, 혼났다.'

하면서 돌아들 갔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막내가 임금님의 사위가 되자 그 사람들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