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해 나온 시골 어머니가
밤마다 머리맡에 울더라만,
끝내 나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늙고 병들어 벌서 땅에 묻혔다.
그래야 나는 산소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도, 고향도,
    나에게는 소용없었다.
    나는 젊은 청년이다…….

자랑이 가슴에 그뜩하여,
배가 부산 부두를 떠날 때도,
고동 소리가 나팔처럼 우렁만 찼다.

어느 한구석 눈물이 있을 리 없어,
그 자리에 내 좋아하는 누이나 연인이 죽는대도,
왼눈 하나 깜짝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강을 건너는 내 마음은,
웬일인지 소년처럼 흔들리고 있다.
차가 철교를 건너는 소리가 요란이야 하다,
그렇지만 엎어지려는 뱃간에서도,
나는 무릎 한번 안 굽혔다.

대체 네가 무엇이기에,
아아! 메마른 들 헐벗은 산,
그다지도 너는 내게 가까웠던가!

벌써 강판은 얼어,
너른 구포벌엔 황토 한 점 안 보인다.
눈발이 부연 하늘 아래,
나는 기차를 타고 추풍령을 넘어,
서울로 간다.
서울은 나의 고향에서도 천리,
다만 나의 어깨의 짐을 풀 곳일 따름이다.

자꾸만 차창을 흔드는 바람 소린,
슬픈 자장일가? 아픈 신음소릴까?
―아이들을 기르고 어머니를 죽인,

아아! 오막들도 전보다 얕아지고,
인제 밤에는 호롱불 하나이 없이 산단구나.

황무지여! 황무지여!
너는 아는가?
청년들이 어떤 열차를 탔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