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홍수 뒤
< 현해탄
하나도 아니었고,
둘도 아니었다.
활개를 젓고 건너가,
죽지를 늘이고 돌아온
이 항구의 추억은,
참말 열도 아니었다.
그러나 굳건하던
작고 큰 집들이
터문도 없이 휩쓸려 간
홍수 뒤,
황무지의 밤바람은
너무도 맵고 거칠어.
언제인가 하루아침,
맑은 희망의 나발이었던
고동 소린 오늘 밤,
청춘의 구슬픈 매장의 노래 같아야,
고향의 부두를 밟는
나의 무릎은 얼듯 차다.
긴 밤차가 닫는 곳,
나의 벗들을 사로잡은
차디찬 운명 속에서도,
청년의 자랑은
꺼지지 않는 등촉처럼 밟았으면……
아아 이 하나로 나는
평생의 보배를 삼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