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행복은 어디 있었느냐?

두 손을 포켓에 찌른 채,
너는 누런 레인코트를 입고,
하늘을 치어다보는 양 어깨 위엔,
어느새 밤이슬이 뽀야니 무겁다.

돌아갈 집도 멀고,
걸을 길도 아득한,
나의 젊은 마음아.
외딴 교외의 플랫폼 위
너의 따르는 꿈은 무엇이냐?

첫사랑에 놀란 조그만 가슴이,
인젠 엄청난 생각을 지녔구나.

기다리던 사람은 누구냐?
아직도 그가 올 시간은 멀었느냐?
시계를 들여다보고,
이따금 별들을 헤어보고,
너는 달이 밝고,
하늘이 푸르고,
깨어지는 물방울이
진주보다도 아름다운
고향의 바닷가를,
어린애처럼 거니느냐?

밤은 깊고,
그는 드디어 오지 않았구나.
구름이 쫓기듯 밀려가,
별빛마저 흐린 동경만 위
어둔 하늘 아래
아아, 너는
아무데고 하룻밤
안식의 잠자리를 구해야겠다.

너의 다섯 자 작은 몸을 누일,
따뜻한 지붕 밑은 어디메냐?
자욱한 집들이나,
밝은 길을 가는 뭇 행인은,
너무나 눈 설고,
싸늘한 남들이라,
한낱 두려운 눈알이,
불똥처럼 발개서,
방황하는 너의 뒤를
쏠듯이 따를 뿐이다.

아아, 만일
기다리던 그는 영영 오지 않고,
돌아갈 집은 자리 밑까지 흐트러져,
모진 운명이 머리 위를
쓸어 덮는다면

나의 마음아!
한 가지 장미처럼 곱기만 했던,
너는 인제
집 잃은 어린 아이로구나!

가이여운 마음아!

소금기를 머금은
외방 바람이,
스미는 듯 엷은 살결에 차다.
서글픈 밤,
머리에 떠올랐다 스러지고,
스러졌다간 떠오르는,
그리운 사람들 눈동자 속에,
너는 무엇을 보았느냐?

가도 없는 표박(漂泊)의 길이
모두 다 따뜻한 요람이었고,
가는 곳마다
그들은 고향을 발견하지 않았느냐?
어느 날 고향의 요람으로
돌아갈 기약도 막막한
영원한 길손의 마음이,
어리우듯 터를 잡지 않았든가,

그 속은 언 호수보다 서글펐으나,
바다 속처럼 깊더라.

참말 그들도, 나도,
도토리 알 같은
어린 때의 기억만이,
고향 산비탈, 들판에
줍는 이도 없이 흩어져,
어쩐지 우리는 비바람 속에 외로운
한 줄기 어린 나무들 같다만,
누를 수 없는 행복과 즐거움이
위도 아니고 옆도 아니고, 오로지
곤란한 앞을 향하여 뻗어나가는,
아아, 한 가지 정성에 있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