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하기를,
벌레는 하등동물이다.
참으로 이것을 의심할 수야 없는 것이다.

하룻날
가을바람과 함께 오지게 익어가는 논배미 좁은 길을,
이슬진 풀잎을 걷어차며 바닷가에 나아가니,
벌써 제철을 보낸 늙은 벌레가 하나,
새로 쌓아올린 매축지(埋築地) 시멘트벽을 기어가다,
나를 보고 놀라기나 한듯,
소스라쳐 물속으로 뒹굴어 떨어진다.

텀벙……지극히 조그만 소리가 나면서 엷은 파문이
마치 못 이기어 인사치레나 하듯 스르르 퍼진다.

그러나 물결이 한번 돌을 치고 물러갈 때
바다는 아까와 다름없이 아침 햇발을 눈부시게 반사한다.
아직 아무도 밟아본 듯싶지 않은 정한 돈대 위에,
좁쌀 같은 새까만 뚱알이 여나문 나란히 벌려 있었다.

이것은 충분히 늙은 벌레가 죽음으로 가던 길이면서,
그가 아직도 살았었노라 하던,
최후의 유물임을 누구가 의심할까.

네가 한 마리 이름 없는 벌레와 다른 게 무엇이냐.
고지식한 마음이 제출하는 질문의 대답을 찾으려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들었을 제,
심히 노한 태양의 표정에
두 손으로 나는 얼굴을 가리었다.

이때 물결이 어머니처럼 이르기를,
사람은 봄에 났다 가을에 죽는 벌레는 아니니라.

벌레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도 이젠 소용이 없는가?
포구 저쪽으로 물결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