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내 청춘에 바치노라

그들은 하나도
어디 태생인질 몰랐다.
아무도 서로 묻지 않고,
이야기 하려고도 안했다.

나라와 말과 부모의 다름은
그들의 우정의 한 자랑일 뿐.
사람들을 갈라놓는 장벽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얽어매듯 한데 모아,

경멸과 질투와 시기와
미움으로 밖엔,
서로 대할 수 없게 만든 하늘 아래,
그들은 밤바람에 항거하는
작고 큰 파도들이,
한 대양에 어울리듯,

그것과 맞서는 정열을 가지고,
한 머리 아래 손발처럼 화목하였다.
일찍이 어떤 피일지라도,
그들과 같은 우정을 낳지는 못했으리라.

높은 예지, 새 시대의 총명만이,
비로소 낡은 피로 흐릴
정열을 씻은 것이다.

오로지 수정 모양으로 맑은 태양이,
환하니 밝은 들판 위를
경주하는 아이들처럼, 그들은
곧장 앞을 항하여 뛰어가면 그만이다.

어미를 팔아 동무를 사러 간다는 둥,
낡은 고향은 그들의 잔등 위에
온갖 추접한 낙인(烙印)을 찍었으나,
온전히 다른 말들이 부르는
단 한 줄기 곡조는,
얼마나 아름다웠느냐?

미여진 구두와 헌 옷 아래
서릿발처럼 매운 고난 속에
아 슬픔까지가
자랑스러운 즐거움이었던
그들 청년의 행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