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식의 변
“매사에 정직하라.”
이는 수신서(修身書) 1권부터 소리를 높여 가르치는 수양의 옥조(玉條)다.
이어 “꾸미지 말라. 허식을 버리라”한다. 참으로 그럴까.
임종기의 병자에게 “너는 곧 죽는다”함은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정직한 인사일 게다. 둔한 자식이라도 재자(才子)라고 하면, 그 어버이는 우선 어리석은 위안을 받음이 또한 인정이 아닐까.
희로애락을 색에 안 나타냄이 군자라 하니 군자학의 첫 장은 먼저 속을 안 뵈는, 말하자면 겉을 지극히 부정직하게 꾸미는 데서 시작이 된다 하리라. 잘 살아가려면 ‘곱게 부정직’해야 한다는 이만 정도의 해학은 성립될 것 같다.
한 동안 사람들의 초대면 시간 상(相)을 살펴본 일이 있다. 백의 99는 정해놓고 먼저 미소를 띤다. 쇠살에 말뼈건만 연해 싱글벙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의식 유무간에 미소는 허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미소를 말살한다면 가뜩이나 쓸쓸한 세상이 얼마나 더 적막할 것이뇨.
가작 · 허식 - 이는 차라리 예양지도(禮讓志道)의 7분(分)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