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비극
< 향수
비극(悲劇)의 힌얼굴을 뵈인적이 있느냐?
그손님의 얼골은 실로 미(美)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高貴)한 심방(尋訪)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당황(唐慌)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최가 얼마나 향(香)그럽기에
오랜 후일(後日)에야 평화(平和)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줄을 알었다.
그의 발옴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스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묵(墨)이 말러 시(詩)가 써지지 아니하는 이 밤에도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있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드린일이 있기에
혹은 이밤에 그가 예의(禮儀)를 가추지 않고 오량이면
문밖에서 가벼히 사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