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벽 깎아지른
안돌이 지돌이,
한나잘 기고 돌았기
이제 다시 아슬아슬 하고나.

일곱 걸음 안에
벗은, 호흡이 모자라
바위 잡고 쉬며 쉬며 오를 제,
산꽃을 따,
나의 머리며 옷깃을 꾸미기에,
오히려 바뻤다.

나는 번인처럼 붉은 꽃을 쓰고,
약하야 다시 위엄스런 벗을
산길에 따르기 한결 즐거웠다.

새소리 끊인 곳,
흰돌 이마에 회돌아 서는 다람쥐 꼬리로
가을이 짙음을 보았고,

가까운듯 폭포가 하잔히 울고.
멩아리 소리 속에
돌아져 오는
벗의 부름이 더욱 고았다.

삽시 엄습해 오는
빗낯을 피하야,
김승이 버리고 간 석굴을 찿어들어,
우리는 떨며 주림을 의논하였다.

백화 가지 건너
짙푸르러 찡그린 먼 물이 오르자,
꼬아리같이 붉은 해가 잠기고,
이제 별과 꽃 사이
길이 끊어진 곳에
불을 피고 누웠다.

낙타털 케트에
구기인 채
벗은 이내 나비같이 잠들고,

높이 구름 우에 올라,
나릇이 잡힌 벗이 도로혀
안해같이 여쁘기에,
눈 뜨고 지키기 싫지 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