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노래/실제 3

내 귀가 님의 노랫가락에 잡혔을 때에
그대가 고운 노래를 내 귀에 보내었습니다,
만은 조금도 그 노래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내 눈이 님의 맘의 꽃밭에서 노닐 때에
그대가 그대의 맘의 꽃밭으로 오라고 하였습니다,
만은 조금도 그 맘의 꽃밭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 입이 님의 보드라운 입술과 마주칠 때에
그대가 그대의 보드라운 입술로 불렀습니다,
만은 조금도 그 입술은 닫혀지지 않았습니다.

내 코가 님의 스며나는 향내에 취하였을 때에
그대가 그대의 스며나는 향내를 보내었습니다,
만은 조금도 그 향내는 맡아지지 않았습니다.

내 꿈이 님의 무릎 위에서 고요하였을 때에
그대가 그대의 무릎 위로 내 꿈을 불렀습니다,
만은 조금도 그 꿈은 깨지를 못하였습니다.

지금 내 맘이 깨어 두 번 그대를 찾을 때에는
찾는 그대는 간 곳이 없고 님만 남아 있습니다,
아아 이렇게 나의 살림은 밤낮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