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은 꽃이야 곱건 말건
붓는 눈물이야 덥건 말건
깊이도 자는 이의 가슴에야
느낄 줄이나마 있으랴.

하늘빛이야 밝건 말건
돋는 해야 따스하건 말건
곱게도 잠든 이의 가슴에야
이런 생각이나마 있으랴.

가신 이가 잠자게 누웠고
가려는 이 또한 모르거니,
무덤에서 스며 흐르는
곱다란 설움만 예나 이제나.

있다는, 산다는 모든 것들은
한결같이 그대의 팔에 안기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철마다
분노(憤怒)와 즐거움도 없이 잠잠하리.

벗이여, 젊음에 뛰노는 벗이여,
울다 남은 눈물이 아직도 남았는가,
지금 때는 때를 따라 어두워지어,
늙음의 저녁은 차차 가까워 오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