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노래/가을 3

그저 가을만은
돌아가신 옛 님의 생각처럼,
살뜰하게 가슴 속에 숨어들어라.

지금이야 야릇하게도 웃음을 띤 눈이나
핼금하게 파리한 가엾은 그 얼굴과,
하얗게도 병적(病的)의 연약한 손가락이나마,
그나마 다 잊혀지고, 남은 것이란
살뜰하게도 잊지 못할 달큼한 생각뿐.

살뜰하게도 못 잊을 그 생각만은
없어져 다한 옛 꿈을 쫓는 듯이도,
날카로운 ‘뉘우침’의 하얀 빛과
어둑하게도 모여드는 ‘외로움’을
하소연한 맘속에 부어 놓을 뿐.

그저 가을만은
가신 님의 옛 생각처럼,
못 잊게도 가슴 속에 숨어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