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고국천왕후 우씨
- 故國川王 王后 于氏
고구려(高句麗) 역대 왕후 중에 여류 정치가로 제일 유명한 이는 고국천왕(故國川王)의 왕후 우씨(于氏)다. 그는 고구려 제나부장 우소(提那部長 于素)의 딸이니 용모가 비범하고 어려서부터 지모와 정략(智謀政略)이 출중하여 여러 사람에게 많은 칭찬을 들으니 왕이 그의 소문을 듣고 맞아서 왕후를 삼았다. 그는 고국천왕을 내조(內助)하여 정치상으로 상당한 공적을 나타내다가 왕이 붕어(崩御)한 뒤에는 그의 아들이 없음을 기회로 하여 제 왕족과 중신 중에 혹여 내란을 일으킬까 염려하여 왕의 붕어한 것을 비밀에 붙이어 발상ㅎ지 않고 밤중에 왕의 아우 발기(發岐)의 집으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말하고 왕의 뒤를 이어서 왕위 계승하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원래 발기는 개결 엄격한 사람이므로 그것을 거절하며 꾸짖어 말하되 하늘의 역수는 돌아가는 곳이 있는 것인즉 그렇게 함부로 말할 것이 못될 뿐 아니라 부인이 밤에 비밀한 출입을 하는 것은 예절이 아니라 하니 왕후가 부끄러워 하여 감히 다시 말하지 못하고 그 길로 다시 왕의 둘째 아우 연우(延優)의 집을 찾아가니 연우가 기쁘게 맞아들여 술을 권하며 친히 칼을 들고 고기를 썰다가 잘못하여 손까락을 다치니 왕후가 치마폭을 찢어서 싸매준 다음에 손을 잡고 왕궁에 들어가서 연우를 세워 왕을 삼으니 그는 곧 고구려의 산상왕(山上王)이요 그리고 그는 다시 또 그왕의 왕후가 되었다. 우씨가 그렇게 산상왕의 왕후까지 된 것은 물론 윤리 예절로 보와 그때의 사람이나 또는 후세 역자들에게 비난을 받을 것이나 그것을 떠나서 한 정략적으로 본다면 그 얼마나 영리하고 민첩한 사람이냐. 그는 산상왕에게도 역시 아들을 낳지 못하고 소후(小后)의 몸에서 낳은 교체(郊彘)를 세워서 장차 왕을 삼고저 할쌔 우씨가 그의 인물이 어떠한 것을 시험ㅎ고저 하여 궐내에 있는 말의 갈기(馬鬣)를 몽툭하게 자르고 그를 뵈키니 그는 그것을 매우 가엾게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또 상 심부름하는 사람을 시켜서 국그릇을 그의 의복에 엎질르게 하였더니 왕이 또한 태연자약하고 노하지 아니하니 우씨는 그의 인물이 관후유덕하다 하여 드디어 왕을 삼으니 그가 곧 고구려의 동천왕(東川王)이다. 우는 비록 정략적으로 자기 남편의 아우되는 산상왕과 같이 살게 되었으나 평생에 큰 수치로 생각하던 까닭에 죽을 때에도 유언하기를 내가 평생에 실절을 하였으니 무슨 면목으로 지하에 가서 고국천왕을 뵈올 수 있으랴 내가 죽은 뒤에 다행히 개천에 던저 버리지 않으려거던 산상왕능(山上王陵) 옆에다 나를 묻어 달라고 하므로 그의 말대로 산상왕능 옆에다 장사를 지냈더니 하루는 고국천왕(故國川王)의 영혼(靈魂)이 무당(巫堂)에게 강림하여 말하되 내가 우씨가 산상왕에게 간 것을 보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크게 싸왔으나 너무도 창피하여 나라의 백성들을 볼 낯이 없으니 네가 조정에 말하여 무슨 물건으로든지 잘 뵈지 않게 나를 가려(遮掩) 달라고 하였다. 그 말이 굴러서 조정에 들어가니 조정에서는 그의 능 앞에다 소나무를 일곱 겹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