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의 명상록 2

친일파로 비난을 받고 추방당한 사람들 중에는 유능하고 유용한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 과연 누가 독선적인 비방자들일까요? 바로 그런 친구들의 대부분이 1945년 8월 15일 정오까지만 해도 학교, 교회, 공장, 정부, 큰 사업체, 백화점, 결혼식, 장례식 등 모든 공식석상에서 동방요배를 하고, 황국신민서사를 되뇌고, 천황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창씨개명을 했습니다.

어째서 그들 조선 백성들은 (친일파가 아님에도) 친일파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까요? 그들은 다만 그렇게 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아니면 감옥에 가야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누가 남들에게 제일 먼저 돌을 던지는 것일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1]

첫째는 불미스러운 자기들의 과거를 감추고자 조선인을 속이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정당과 개인의 주머니를 채우고자 일부러 근심과 공포감에 싸여 있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에게 친일파라고 오명을 씌우는 것은 정말이지 터무늬없는 일입니다. 일본에 병합되었던 지난 34년 동안 조선의 위상은 어땠습니까? 독립적인 왕국이었나요? 아니요. 조선은 일본의 일부였고, 미국 등 세계 열강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즉, 조선인은 좋든 싫든 일본인이었습니다.[2]

일본의 신민으로서 '조선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들에게 일본 정권의 명령과 요구에 응하는 것 외에는 어떤 대안이 있었겠습니까? 우리의 아들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딸들을 공장에 보내야만 했는데, 무슨 수로 군국주의자들의 명령과 요구를 거역할 수 있었겠습니까? ...(중략)... 그러므로 누군가는 일본의 신민으로서 한 일을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3] ....(중략)...

추방된 조선인들 가운데 다수는 다방면에 걸쳐서 종전의 십장들로부터 효율성과 규율을 배웠습니다. 각 지역의 상황과 조선인 대중의 요구에 대한 그들이 지식과 재능은 조선의 새 정부 지도자들에게 크게 유용할 것입니다.[2] ....(중략)...

이른바 친일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또 자유는 곧 무법이며 공산주의는 곧 강탈이라고 믿는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 애국자들의 공갈, 협박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고도의 정치행위이자 보편적 정의로서 일반사면이 단행되어야 합니다. 추방된 조선인들 가운데 다수는 다방면에 걸쳐서 종전의 십장들로부터 효율성과 규율을 배워왔습니다. 각 지역의 상황과 조선인 대중의 요구에 대한 그들의 지식과 재능은 조선의 새 정부 지도자들에게 크게 유익할 것입니다.


마치 자기들의 힘과 용맹성을 가지고 일본 군국주의로부터 조선을 구해내기라도 한 것처럼 어딜 가느 으스대며 다니는, 자칭 구세주들의 꼴이란 참으로 가관입니다. 그들은 아둔하거나 수치심이 없는-아마도 그 둘 다인-사람들인지라, 조선의 자유는 달나라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의 자유만큼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3] ...(중략)...

이른바 그 '해방'이란, 단지 연합군의 승리의 한 부분으로 우리에게 온 것 뿐입니다. 만일 일본이 항복하지 않았더라면, 저 허세와 자만에 찬 (자칭)'애국자'들은 어떤 사람이 큰 지팡이로 일본을 내쫓을 때까지 계속해서 동방요배를 하고 황국신민서사를 읊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허세와 자만에 찬 저 '애국자'들이 일본을 몰아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3]

만일 어떤 이변에 의해서 일본이 다시 조선을 탈환한다면, 이 허세와 자만에 찬 애국자들이 일본을 다시 몰아낼 수 있을까요? 이 허풍쟁이들은 우화에 나오는 어리석은 파리처럼, 다시 말해서 달리는 마차 위에 내려앉아 있으면서 이 마차는 내 힘으로 굴러가고 있다라고 외치는 파리처럼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해방이 선물로 주어진 것임을 솔직히 시인하고, 그 행운을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잃었던 보석을 찾은 듯한 은혜를 입은 만큼,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는 그것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소한 개인적 야심과 당파적인 음모와 지역간의 증오심일랑 묻어두고,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의 공익을 위해 다 함께 협력하여야 합니다. 우리 나라의 지정학적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민중들의 무지와 당파간의 불화 속에서 우리 조선의 미래를 낙관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분열되지 말고 단결해야 합니다.[3] ...(중략)...

주석 편집

  1. 공임순, 《식민지의 적자들》 (푸른역사, 2005) 341페이지
  2. 2.0 2.1 공임순, 《식민지의 적자들》 (푸른역사, 2005) 342페이지
  3. 3.0 3.1 3.2 3.3 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1940년대편 2권〉 (인물과사상사, 2004) 138~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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