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노사정 합의 무효선언문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그리고 정말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정부 스스로 역사적인 대타협이라고 자랑했던,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던 9.15노사정 합의가, 정부 여당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혀 휴지조각이 되었고, 완전 파기되어 무효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한국노총은 이제 더 이상 합의내용이 지켜지지 않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 여당이 역사적인 9.15 합의를 멋대로 위반하고 깔아뭉개면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위원장이 해외에 나가 9.15 합의를 홍보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노총은 오늘 기자회견 이후 예상되는 정부의 그 어떠한 압박과 노동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현장과 함께, 당당하게 맞서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비열하고 야비한 일체의 노동탄압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가증스럽게도 자신들이 명백하게 9.15노사정합의를 위반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식으로 그 책임을 우리 한국노총에 뒤집어 씌우는 작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 분노하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합의를 지키지 않고 약속 어기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정부와 무슨 대화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존경하는 조합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여러분들도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9.15 노사정합의는 116만 명에 달하는 청년실업문제의 해결,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 감축 및 차별 철폐,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위한 대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의는 노사정 합의 이후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정부 여당은 노사정합의 다음날인 작년 9월16일, 상시 지속적인 업무의 정규직 고용과 비정규직을 감축하기로 한 합의를 위반한 채 비정규직 양산법 등을 입법 발의하면서 처음부터 합의 파기의 길로 들어섰고, 노사정위원회의 역할과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노사정이 합의했던 대기업에서 30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18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도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금융 공공 제조업을 중심으로 강제적인 성과연봉제의 광범위한 확산과 해고의 칼바람만이 세차게 불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와 같은 노사정합의 위반과 반칙행위에 분노하며, 조직 내부에서 즉각적인 합의파기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그동안 인내심을 발휘하여,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합의를 존중할 것과, 합의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 폐기하고 수정할 것을 수 십 차례에 걸쳐 촉구하였습니다.

오죽했으면 합의당사자인 제가 작년 11월 30일 부터 이 엄동설한에 해를 넘기면서 까지 노사정합의 존중을 촉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를 벌였겠습니까.

하지만 한국노총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히 협의하기로 합의 한, 2가지 지침 논의와 관련해서, 한국노총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1월 8일 이후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작년 12월 초부터 지침 강행 움직임을 보이다가, 급기야 12월 30일 ‘전문가 좌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관련 2가지 지침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고, 1월7일에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한국노총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제 사용자들은 손쉽게 정부의 지침을 이용해서 노동자를 해고하는데 악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가지 지침에 대해서 정부는 그동안 “일방 강행하지 않겠다. 합의에 준하는 협의를 하겠다. 더 이상 협의할 것이 없을 정도로 지겹게 협의해서 노동계가 반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을 위반한 내용이 포함된, 정부 여당의 노동5법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처리가 불투명해지자, 부랴부랴 지침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9.15 노사정합의의 판을 깼고, 역사적인 노사정합의문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균 근속년수 5년, 정년까지 가는 노동자 비율이 10%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상시 고용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노동자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해고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해야지 정부가 하듯이 시간에 쫓겨 다룰 성질이 아닌 것입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한국노총이 지난 주 중집에서 9.15노사정 합의에 대한 파탄선언을 한 이후, 마지막까지 파국을 막기 위해 1주일간의 시간을 주고, 2가지 지침에 대해 정부가 당초 약속한대로 기한의 정함이 없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노사정위원회는 형식적인 대화 요청을 해 왔을 뿐, 협상이 파탄 난 원인을 한국노총의 책임인양 여론을 호도하는 데만 열중하며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노동부장관은 1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지침에 대해 기간의 정함이 없이 논의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 “논의할 것이 없을 정도로 지겹도록 논의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으며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제 한국노총은 오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그동안의 협상기조에서 벗어나 정부와 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정책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체제로 전환할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우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 위법 부당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 만큼, 통상임금의 예에서처럼 정부의 지침은 현장의 노사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이에 맞서 법률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의 2가지 지침에 대해 가처분 소송,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비롯해 산하조직에 대응지침을 시달하여 적극적으로 맞서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4.13총선에 대비해 총선공약을 마련하고,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노동자 후보와 정당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심판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비록 9.15 노사정합의가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갈기 갈기 찢어져 파기되었습니다만, 한국노총은 앞으로 ▲비정규직 감축과 차별철폐, 국민의 생명안전, 상시 지속적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의무화 ▲실노동시간 단축과 양질의 청년일자리 창출 ▲노동기본권 및 사회안전망 강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경제민주화실현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불평등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쉬지 않고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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