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의 유래
湖沼[호소]뿐 아니라 샘물로부터 바다에까지 임자가 있다 하고, 그것은 대 개 뱀의 유라고 생각함이 보통인데, 이 뱀이 변하여 용이 되고, 바다와 같 은 넒은 세계에는 여기저기 있는 줄로 알았읍니다. 이렇게 물나라의 임자 노릇하는 뱀이나 용의 유를 조선 고대어에 「미리」라고 불러서, 후에 한문 이 들어오매 용字[자]를 「미리」라고 訓[훈]하게 된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조선의 신화 전설을 보면, 용이란 것이 넓은 물 속에만 있는 것 아니라, 조그만 산골의 샘이나 집안 우물 속에도 있다고 해 있어서, 샘 임 자, 우물 임자까지 통틀어서 용이라 하였는데, 이것은 본래 물 임자를 미리 라 하고 미리란 옛말을 후에 한문으로 용이라고 함에 생긴 일입니다.
또 한옆으로 江河[강하]에 있는 미리 곧 江河[강하]의 임자에게는 역시 한 문의 숙어를 빌어서 河伯[하백]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니, 이를테면 고구 려 東明王[동명왕]의 전설 가운데 나오는 河伯[하백]이란 것이 곧 시방 鴨 綠江[압록강]의 임자인 미리를 의미함과 같음이 그 일례입니다. 이 河伯[하 백]도 용이라 하자면 그리할 수 있는 것임이 무론입니다. 東明王篇[동명왕 편]에,
東明王[동명왕]이 河伯[하백]의 딸을 따라 압록강 물속에 있는 河伯[하백] 의 궁궐로 들어가서 장인이라 할 河伯[하백]으로 더불어 是非之端[시비지 단]을 하고 재주다툼으로 서로 온갖 변화를 부렸다.
는 一節[일절]이 있음은 다른 기회에 소개하였음과 같거니와, 이것은 곧 조 선의 고대의 江河[강하] 중에 異物[이물]의 세계가 있는 줄을 생각한 一證 [일증]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江河中[강하중] 水神[수신]의 세계가 있음 을 생각함도, 실상은 세계 공통의 보편한 관념입니다.
〈酉陽雜爼[유양잡조]〉에,
平原縣[평원현] 西[서] 一○里許[일공리허]에 옛날에 杜[두](棠梨[당리]) 林[림]이 있었는데, 五胡十六國[오호십육국]의 一[일]인 南燕[남연] 太上年 間[태상년간]에 邰敬伯(태경백)이란 사람이 長白山下[장백산하]에 살더니, 웬 사람 하나가 상자에 넣은 편지 한 장을 가져다 주고, 나는 吳江神[오강 신]의 심부름으로 (北瀆[북독]) 濟伯[제백]에게 가는 기별을 받아 가지고 가는바, 마침 長白山[장백산] 앞으로 지나가기로 다시 그대에게 부탁하는 것이니 좀 수고를 , 하여 주오 하고 인하여 이르기를, 다만 杜林[두림] 중에 杜葉[두엽]을 따다가 수중에 던지면, 응당 사람이 나와서 수답하리라 하였 다.
敬伯[경백]이 하라는 대로 하였더니, 아뜩하는 듯하고는 수중에서 사람이 나와서 들어오라 하거늘, 敬伯[경백]이 물을 겁내니 그 사람이 敬伯[경백] 으로 하여금 눈을 감으라 하더니, 한참 동안 물속으로 들어가는 듯하였다. 문득 눈을 떠 보니 수중이 훤칠하게 트이고, 굉장한 궁전이 있어, 한 노옹 이 水精牀(수정상)에 앉았으되, 나이 八[팔], 九○[구공]은 됨직한데, 상자 를 받아 편지를 집어내어 보고 「응 그래, 裕興超滅[유흥초멸] ── 宋[송] 나라가 일어나서 燕[연]나라가 망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侍衛[시위] 하고 있는 자들은 다 동그란 눈이요, 甲胃[갑위]들을 입었었다.
敬伯[경백]이 하직을 고한대, 찬 칼 한 자루를 敬伯[경백]에게 선사하여 가로되 「부디 잘 가오. 이 칼만 가지면 水厄[수액]이 없으리다」하였다. 敬伯[경백]이 杜林[두림] 중으로 돌아오니, 꿈에서 깬 듯하고 옷이 하나도 젖은 일 없는데, 과연 그 해에 宋武帝[송무제]가 慕容超[모용초]를 쳐 없애 어 燕[연]나라가 망하였으며, 三[삼]년 후 어느 날 밤에 큰 水亂[수란]을 당하여 온 村[촌]이 다 물에 들어갔으나 敬伯[경백]은 등상 하나에 올라앉 아서 곱게 밤을 지내고, 밝은 날 신을 신고 내려서서 보니, 그 등상이 한 큰 자라이었다. 敬伯[경백]이 죽은 후에, 찬 칼도 간 곳이 없어졌다.
하는 이야기에는 정말 河伯[하백] ── 곧 黃河[황하] 수신의 대궐이 나왔 읍니다. 이밖에 황하수와 大江[대강]을 비롯하여 각처의 허다한 江河[강하] 에 관하여도 이 비슷한 전설이 많이 있는 터입니다. 希臘[희랍]의 신화에도 泉池[천지] 江海[강해]에 다 신이 있고, 신에게는 그 거주가 있으며, 아름 다운 님프들이 또한 수중, 江底[강저]에 궁전을 가지고 있음은, 「養蜂[양 봉]꾼 Aristaeus」의 전설 같은 데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 들을 돌아볼 겨를이 시방 없읍니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서 수중의 異物世 界[이물세계]에 관한 좀 색다른 일례를 들면 이러한 것이 있읍니다. 〈芝峰 類設[지봉유설]〉(卷十七[권십칠])에,
永川民[영천민]의 고기잡이로 생업을 삼는 자가 밧줄을 허리에 차고 물로 들어가면, 고기를 잡아 그 아가미를 바에 꿰어서 수십 마리씩을 엮어 가지 고 나오되, 들어가는 족족 빈손으로 나오는 일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귀신 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深潭[심담]으로 들어가서 오래 나오지 않고, 이윽고 빨간 피가 수면에 뜨거늘 사람들이 괴이타 하였더니, 얼마 만에 도로 나오 는데, 허리로부터 이하가 온통 물려 뜯겨서, 피와 고기가 너더분하고 살이 성한 곳이 없으며, 숨이 가물가물하여 다 죽게 되었었다. 지난 일을 말하는 데 「처음 수중으로 들어가니, 鯉魚[이어]가 떼를 지어 오므로, 그것을 좇 은즉, 한 곳에 이르러서는 門[문]같이 생긴 것이 있어, 鯉魚[이어]가 다 그 리로 들어가고 한 놈도 잡을 수가 없는지라, 그냥 따라 들어가매 그 속이 명랑하여 따로 一[일] 세계를 이루고, 은연히 누각 같은 것이 보이는데, 뜰 앞에 물이 한 자만큼이 괴고, 커다란 고기가 떼를 지어 있다가, 나를 보고 닥치는 대로 물어떼므로, 아파서 견디는 수가 없어 어서 죽어지라고 빌 뿐 이더니, 한 백발 노옹이 대청상에 앉았다가 대소하여 가로되, 네가 네 죄를 알겠지, 그만 내어보내라 하매, 문득 아까 큰 문이 활짝 열리거늘, 옳다 하 고 몸을 솟쳐 나왔노라 하였다.
그 사람이 이내 병이 들어서 수월 고생하다 겨우 목숨이 붙었다고 한다. 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듯한 水府[수부] 용궁의 이야기로, 이 런 종류의 이야기가 다른 곳에도 허다히 있음은 무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