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驛名을 俗音으로 고치어라

우리 인생에게 지극히 편리를 주는것은 교통기관(交通機關)에서 더 큰것이 없다 한다。 여기에 대하여는 우리가 때때로 그를 접촉하는 경험으로도 밝히 아는것이므로 여러 말을 하지 아니한다。

얼마전에 어떤 신문지에 『각 정거장 앞에 세워둔 역명을 표시하는 간판에 조선글은 지워 버린다』고 게재된것을 보고, 우리는 경악을 말지 아니하였었다。 어찌하여 그러한 풍설이 돌았는지 알수는 없으나, 우리는 한갓 믿기를, 아량이 깊은 철도국에서 일반 대중에게 불편리한 일을 결코 행하지 아니하리라 하였다。 과연 그 뒤에 조선글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되었다 함을 듣고, 철도 당국의 현명한 처리에 대하여 고마운 뜻을 말지 아니하였다。

생각하건대 그 간판에 쓴 역명을 다만 한문 한가지만 써도 족할터인데, 가나, 영문, 조선글, 이렇게 여러가지로 쓰게 된것은 한 장식품으로 한것이 아니요, 될수있는대로 각방면 사람들에게 편리를 도모하고저 함이 아닌가。 과연 편리를 주장하기로만 할진, 이왕이면 그 간판에 쓴 조선글의 역명은 반듯이 한자음(漢字音)의 속음을 좇아 고치어 써야 할것이다。

재래에 써오던 역사적 철법(歷史的綴法)은 점점 폐용에 돌아가고 만다。 가령 선천(宣川)을 「션쳔」, 정주(定州)를 「뎡쥬」, 천안(天安)을 「텬안」, 대전(大田)을 「대뎐」 하는 따위는 실제 발음에도 크게 틀릴뿐더러, 현용 국정교과서로 된 조선어독본(朝鮮語讀本)에나 각 신문에나 일반 간행물에나 도모지 볼수 없고, 오직 한군대 정거장 간판에서만 볼수 있는것이다。 이것이 장래에는 승객에게 얼마나 불편을 주게 될는지 알수 없는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한문의 음은 꼭 원음(原音=玉篇에 달린 음)대로 써야 한다 하리라。 만일 원음대로 쓰기로 한다면, 서흥(瑞興)도 「슈흥」으로, 왜관(倭館)도 「와관」으로, 김천(金泉)도 「금쳔」으로, 고모(顧母)도 「고무」로, 구포(龜浦)도 「귀포」로 써야 하며, 그전 정거장이던 축현(杻峴)도 「뉴현」으로 써야 하리니, 이 밖에도 이러한것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것은 이미 다 속음을 좇아 쓰게 되었은즉, 한문음을 절대로 원음대로 쓰자는것은 한 탁상공론이 되고 말것이다。 그러므로 한문의 음은 반듯이 현시에 실제 발음하는 곧 누구라도 다 잘 알수 있는 표음적(表音的) 음을 의지하여 쓰는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하는것이다。

한가지 더 붙여 말하는것은 역명 가운대 순수한 조선말로 된것은 강작으로 한문음을 취하여 쓰지 말고 조선만 된 그대로 하는것이 더욱 좋을것이다。 가령 대전(大田)을 「한밭」으로, 이리(裡里)를 「솝리」로, 세교(細橋)를 「잔다리」로 하는것이다。 이는 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노유를 물론하고 모두 그렇게 말하여 아주 습관이 된것이므로 얼른 보고도 잘 알수 있는 까닭이다。

이제 한 참고를 삼기 위하여, 경부선(京釜線) 경의선(京義線) 함경선(咸鏡線) 경인선(京仁線)의 역명 가운대 고치어야만 될것을 아래에 적는다。 (오른쪽에 ●을 찍은것은 고칠 글자라는것이다。)

경부선ー사(沙上) 포(龜浦) 유(兪川) 도(淸道) 남현(南省峴) 삼(三省) 기(技川) 관(倭館) 미(龜尾) 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