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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뽑고 나서

박 영 증

이달에 무연히 어머님을 노래한 동요만 뽑게 되었읍니다. 세상에 어머니처럼 다정하신 분은 없겠읍니다. 그러나 이 번에 뽑은 노래는 모두 썩 잘 지은 노래가 아닌 것이 섭섭하였읍니다.

군의 "어머니"는 맨 끝절이 그중 잘되었읍니다. 참 어머님의 마음은 봄철같아서 따뜻하고 향기롭습니다.

어머니 가슴은
비단솜 가슴
고단해 누으면
잠이 오지요.

박 윤송 선생이 지으신 동요입니다.

"어머니의 젖"은 내가 조금 고쳤읍니다.

동전 한푼 안주구
  그저 먹는 건
꿀보다도 맛나는
  어머니의 젖

맛나는

이라 고쳤읍니가 "동전한푼 안준다"는 말이 너무 상스러운 생각이라 싶어서 고쳤읍니다. 그러나 다음절

따스한 엄마 젖

은 참 좋은 구절입니다.

어머니의 따스한 젖꼭지를 빨아 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구절입니다.

전 몽태군의 "어머니"는 하고 싶은 말이 다 나타났으나 그러나 따스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 오르지는 않습니다. 설명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눈오는 겨울이 깊어갑니다. 조용히 앉아서 좋은 글을 지어봅시다.

가을

서울 북성 공립 국민 학교 4의 1 안 영 찬

우리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 나무 있다. 이 감나무는 내가 낳기도 전부터 있었다 하는데 올해는 제법 감이 많이 달리어 마침 오늘은 감을 땄다.

어머니께서는 광우리를 감나무 밑에 갖다 놓으시고 아버지와 나는 감나무에 올라갔다. 동생들은 밑에서 쳐다보며 하나 둘 하고 세다가

"엄마 셀 수가 없네. 오백 개도 더 되나부다."

하고 떠들어댄다. 나는 감을 하나 하나 따면서 가장이채 꺽어서 선생님께 갖다 드렸으면 얼마나 기뻐 하실가 하는 생각 은 간절하였으나 어찌할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한 가장이 꺾어다가 드릴가요?"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아버지께서는 곧 승낙은 하셨다. 나는 그 중에 많이 달린 가장이 둘을 꺾었다. 한 가장이는 선생님께 갖다 드리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밥을 빨리 먹고 가장이를 들고 학교로 갔다. 학교에 가는 길에

"어마 감봐라! 참 많이 달렸지! 나 한 가장이 주었으면!"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할적마다 나의 마음은 무척 기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학교 가는 길이 먼 것 같다.

학교에 가지고 가니 반 아이들은 나도 내일 한 가장이만 갖다 달라고 하며 다른 날보다 더 친절하게 한다. 나는 반장표를 받은 때보다도 더욱 기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사무실에 가장이를 들고 들어가는 나의 마음은 한 없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