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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았다.

같은 반이긴 하였지만 창수희봉이는 집도 멀고 해서, 원래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번 사건 이래로, 집안끼리 부쩍 가까워졌고, 서로 왕래가 잦았다. 창수희봉이가 금방 친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젠가 창수희봉이 방에서 종호와 말다툼을 한 그 다음날 부터 창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껏 희봉이 문병을 왔다.

그것은 마치 창수의 일과인상 싶었다.

와서는 책도 읽어 주고, 이야기도 들려 주고……온종일 같이 놀 때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것은, 희봉이와 같이 있을 때 외의 창수는 늘 침울한 표정이요, 말이 없었다. 좀체로 웃지도 않았다. 항상 창수 주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떠돌고 있는 듯도 싶었다.

이것은 갑주의 변화와 정반대의 변화였다. 폭발소동이 있기 전까지의 창수는 결코 이런 소년이 아니었던 것이다.

희봉이창수의 팔을 이끌며

"창수야, 학교에 같이 가. 오빠가 못가게 허길래 몰래도망 왔어."

그 말을 듣자 웬일인지 창수의 얼굴빛이 홱 변했다.

"나……난……난 안가."

"다들 가는데 가면 어떠냐, 아이 참, 난 가두 일은 안해, 보구만 있을테야."

자기를 데리고 갔다가 나중에 자기 부모에게 원망 들을까 보아 그러는 줄 아는 희봉이는 이렇게 말했으나, 창수는 여전히 꽁무니를 빼며,

"난……난 학교에 안가."

무슨 두려운 것이 앞을 가린듯한 표정을 하는 것이다.

"넌 그럼 입때 학교에 한 번두 안갔었니?"

창수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한참 망서리고 서있더니, 무슨 까닭인지 눈물이 글썽해지며 힘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6)

얼 빠진 사람 같이 희봉이는 운동장 한가운데 서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감개는 한없이 깊었다. 눈에도 익히고 마음에도 아로새겨 한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전 학교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타다 남은 찌기만이 초라하게 눈 앞에 남아있는 것이다.

허무한 일이었다.

이번엔 눈을 돌려, 자기 서있는 주위를 돌아본다.

그 사고가 일어나던 날 밤, 희봉이는 바로 이 근처에서 영화를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별안간 탕, 와아하는 바람에…

그러나 그것은 사나운 꿈자리같아서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