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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집이었다.

동요

어린 보리싹

권 태응

곡식을 다 걸어간 텅빈 들판에
찬 바람 우수수수 쓸쓸도 한데
뾰족뾰족 새파란 어린 보리싹
햇볕 쬐며 소곤소곤 의논이지요.


닥쳐 오는 겨울을 추운 겨울을
그 어떻게 견딜까 이겨 나갈까?
까마귀도 받고랑에 모여 앉아서
서로 같이 근심스레 의논이지요.

그림・임동은

"여기가 우리 집이다. 자, 너의 집까지 데려다 주마."

넓다란 네거리에 빠져 나서자 규상이는 왼편 모퉁이의 쇠창살 문을 가리키며 멈칫 섰다.

"응. 잘 있거라 난 갈테야."

완식이는 그 집을 바로 치어다 보지도 않고, 쭈뼛쭈뼛 꽁무니를 떼며, 어서 빠져 달아나려고만 하는 거동이다. 쇠창살문 안에는 마당이 그리 넓은 것 같지는 않으나, 수목이 욱어지고 높다란 이층 양관(洋館)이 눈에 언뜻 띈다. 옆에 달 아서 조선집 집웅도 보이는 굉장한 저택이다. 완식이는 눈이 부시어서 참아 치어다볼 용기가 아니 났던 것이다.

"너 집이 근처냐? 어디가 보자꾸나."

규상이는 한 동리라면 동무가 되고 싶은 생각에 완식이의 집에까지 따라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완식이 생각에는 이런 대궐같은 집에서 사는 아이가 자기 집에를 쫓아와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무슨 구경삼아 지꿎이 그러는 것 같아서 불쾌도 하였다.

"응. 저 산 넘어야. 너의 같은 사람은 올데 아니야."

하고 완식이는 뺑소니를 쳤다.

"그럼 잘 가거라. 내일이라두 놀러 오너라."

규상이는 흥여케 달아나는 완식이의 뒤에 소리를 커닿게 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다.

--훙! 날더러 저의 집에 놀러 오라구!……

완식이는 이만큼 떨어져 오니, 맥이 풀리고 다리가 금시로 무거워지며, 혼자 이렇게 코웃음을 쳤다. 지나는 말이겠지마는 그렇게 잘 사는 집에 저같은 사람을 놀러 오라는 말은 비양거리는 말같아서 어린 생각에도 도리어 불쾌하였다.

-- 그러나 그 애가 잠간 이야기 해봐두 맘씨는 좊은 애야……

이렇게 생각하면 모처럼 얻게 된 동무를 놓치는 것이 아까운 생각도 든다. 그러나 축구화 신은 아이가 머리에 떠오르자,

쳇! 그깐 자식!……

하고 조그만 두 주먹을 또 불끈 쥐고 열에 띄어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 그깐 놈의 뽈에 쓰러지다니!

또 한번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먹에 힘을 우쩍 주었다.

별안간 가슴이 답답히 막혀오르는 것 같다. 눈앞이 팽 내둘리며 집은 바루 조기 보이는데 곧 그자리에 쓰러질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