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김동환 님에게
편지도 보고 책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데 참 감사한 마음 많습니다. 글은 시를 몇 자 써서 동봉합니다. 원고지에 묘사하려면, 분주한데 쓸데 없는 품이 삭게 되는가 봅니다.
잡지는 참으로 발전된 것이 송무백열의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시는 되지 않아 좀 수치한 대로 발표할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역시 발표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요제지이」(聊齊志異)는 원고용지를 좀 장만하여 가지고 시작(始作)하려 합니다.
시는 내월에는 보내게 됩니다. 「요제지이」도 내월에는 될 줄 압니다.
시 원고는 아니 되었다고 생각되는 제목 있으면 빼어버려도 나물지 않겠습니다.
안서(岸曙) 선생님께 일간(日間) 편지 올리기는 하겠습니다마는, 문안드린다고 여쭈어 주시기 부탁합니다. 그러면 몸 튼튼하시기 빌으옵고 우선 이만 끊습니다.
제(弟) 김정식(金廷湜) 배(拜)
1934년 5월 26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