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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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재령, 신천 두 고을에 왜가 사서 쌓아둔 쌀 2000석을 몰수하여 구월산 패엽사에 쌓아두고 군량으로 쓸 것.
 
나는 곧 이 계획을 실시하기로 하고 즉시 전군을 집합장에 모아 정씨를 모주라, 우씨를 종사라고 공포하고 전군을 지휘하여 두 사람에게 최경례를 시켰다. 그러고는 구월산으로 진을 옮길 준비를 하던 차에, 어느 날 밤 신천 청계동 안 진사로부터 밀사가 왔다. 진사의 이름은 태훈이니똥태훈이니, 그의 맏아들 중근은 나중에 이등박문을 죽인 안중근이다. 그는 글 잘하고 글씨 잘 쓰기로 이름이 서울에까지 떨치고, 또 지략도 있어 당시 조정의 대관들까지도 그를 무섭게 대우하였다. 동학당이 일어나매 안 진사는 이를 토벌하기 위하여 그의 고향인 청계동 자택에 의려소를 두고, 그의 자제들로 하여금 모두 의병이 되게 하고 포수 300명을 모집하여서 벌써 신천 지경 안에 있는 동학당을 토벌하기에 많은 성공을 하여서 각 접이 다 이를 두려워하고 경계하였던 터이다.
 
나는 정 모주로 하여금 이 밀사를 만나게 하였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나의 본진이 있는 회학동과 안 진사의 청계동이 불과 20리 상거이나, 만일 내가 무모하게 청계동을 치려다가 패하면 내 생명과 명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니, 그러하면 좋은 인재를 하나 잃어버리게 될 것인즉, 안 진사가 나를 위하는 호의로 이 밀사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이에 곧 나의 참모회의를 열어서 의논한 결과, 저편에서 나를 치지 아니하면 나도 저편을 치지 아니할 것, 피차에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경우에는 서로 도울 것이라는 밀약이 성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