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계교와 계교

중국 땅 봉천 시가의 어두운 밤! 지옥 길 같이 캄캄하고 음침한 길로 숨을 죽이고 뒤를 밟아가던 상호와 기호는 앞에 가던 거짓 절름발이가 별안간 휘쩍 돌아서는 것을 보고 가슴이 성큼하여 말뚝같이 우뚝 섰습니다.

‘마귀보다도 더 흉악스러운 곡마단 단장 놈이, 무슨 맘을 먹고 돌아섰을까.’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는 절름절름 우뚝 서 있는 두 사람 편으로 걸어왔습니다.

‘큰일 났다!’싶어서 두 사람의 머리는 으쓱였습니다. 정신이 멍하였습니다.

저놈 한 놈뿐만 같으면, 그리 염려할 것 없이 힘대로 싸워 보자마는, 만일 저놈이 달려들면서 군호를 하여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부하들이 뛰어 나오면 어찌할까……. 그런 것 저런 것을 믿는 것 없이는 저렇게 혼자서 가깝게 달려들 리가 없는데…….

전기같이 이 생각 저 생각이 두 사람의 머리에 빛났다 꺼졌다 할 사이에, 벌써 그 놈은 두 사람의 코앞까지 와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쑥 내밀더니,

“혹시 성냥을 가졌으면 하나 주십시오.”

하고, 능청스럽게 늙은이 소리로 묻습니다. 어둠 속에서 자세히 보니, 딴은 그의 입에는 꼬부랑 골통대가 물려 있습니다.

달려들지 않는 것만 다행히 여기고 기호가 성냥갑을 꺼내 주려고 양복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는데, 상호가 한 손으로 기호의 팔을 왁 잡으면서 그 놈을 향하여,

“예, 미안합니다마는 우리는 담배를 못 피우므로 성냥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하였습니다.

“흥, 이거 밤길을 걷는 데는 담배를 피여 물어야 하는데, 성냥이 없어서 오늘도 못 피우겠군!”

하고, 혼잣소리를 하고,

“실례하였소.”

하고는, 다시 돌아서서 절름절름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그제서야 마음을 휘 놓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또 그 뒤를 밟아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보, 왜 아까 내가 성냥갑을 내주려는데 당신이 없다 하고 막아 버렸소?”

하고, 기호가 상호에게 궁금히 물었습니다.

“그놈이 정말 성냥이 없어서 우리더러 달라 할 리가 있나요. 우리에게 성냥을 달래서, 담뱃불 붙이는 체하고 성냥불로 우리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그랬지요.”

“하하하, 나는 깜빡 모르고 있었소. 꺼내 주었더라면 큰일 날 뻔하였구려,”

“큰일 나구말구. 그렇게 얼굴을 코앞에 들이대고, 불을 켜 들고 들여다보면, 우리 얼굴에 수염 만들어 붙인 것과 변장한 것이 모두 들킬 것 아니겠소,”

“글쎄 말이요. 나 때문에 혼날 뻔하였소!”

하고, 수군거리면서 뒤따르는 상호와 기호는 앞에 절름거리면서 가는 단장 놈이 어떻게 능청스럽게 보이고 흉측해 보이는지, 총이라도 있으면 그냥 곧 쏘아 버리고 싶게 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