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폭풍
편집1
편집깊어가는 밤 하늘에 별빛이 차갑다.
꽁꽁 얼어 붙은 밤거리에 인적은 드물고 거세인 삭풍 속에서 가등이 졸고 있는 쓸쓸한 동장안 거리다.
그 쓸쓸한 밤거리를 지금 서장안가를 향하여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한 대의 황마차가 있었다.
「로톨!(할아버지), 좀더 빨리 마차를 몰아라! 말이 쓰러지거든 말 값 주마!」
마차 위의 사나이가 명령하듯이 외쳤다.
「스, 스!(네, 네!) ─」
늙은 차부는 휘익 말 등에 채찍을 주었다.
요란한 방울 소리와 허공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밤거리의 적막을 뒤흔들며 황마차는 달린다, 달린다.
「운옥씨, 아직도 어지럽습니까?」
「네 아직도……」
장 일수는 자기의 외투를 추울세라 운옥의 몸에 휘감아 주었다.
참극의 무대 용궁을 간신히 탈출한 운옥은 캄캄한 골목을 빠져 나와 마차에 몸을 실을 때부터 현기증이 자꾸만 났다.
생전 처음으로 본 처잠한 유혈극이었으며 그 유혈극의 한 주인공으로서 나미에를 쓰러뜨린 허 운옥의 가냘픈 신경이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 운옥은 장 일수가 부축하는대로 그의 장대한 품안에 극도로 피로한 몸을 의지한채 고요히 눈을 감았다. 그렇다. 누구가 부축을 해 주지 않으면 마차의 동요로 말미암아 자기의 한 몸을 지탱할 수가 없는 운옥이었다.
「운옥씨, 춥지 않습니까?」
「아뇨.」
곤히 잠든 어린애처럼 운옥의 무심한 얼굴을 장일수는 일종 헤어릴 수 없는 감정으로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운옥의 따사로운 체온을 자( ) ( ) ( )안에 장 일수는 분명히 느끼는 것이다.
조국애의 권화(權化)처럼 모든 정열을 민족의 광영을 위하여 바쳐 온 장일수이긴 하였으나 그 거치러운 생활속에서 한 조각 영롱(玲瓏)한 보옥(寶玉)인 양, 마음 깊이 스며든, 한 사람의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여인 허 운옥 ─ 먼 발로 바라다 보고 생각만 해오던 허 운옥, 감히 손이 미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그 허 운옥이 오늘 날 실로 너무도 가까이 자기 신변에 접근해 왔다. 그렇다. 장 일수는 지금 그 천사와같은 여인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이다.
장 일수의 저돌적(猪突的)인 굵다란 정열이 그로 하여금 모든 이성을 망각케 하고 소시민적(小市民的)인 온갖 겸양(謙讓)을 구시하는 순간이 왔다.
고도(古都)의 밤은 저윽이 깊어 가고 말굽소리 높다랗게 황마차는 달린다.
「휘익 ─」
「휘익 ─」
밤바람을 베이는 늙은 마부의 채찍 소리.
「절렁, 달랑 ─」
「절렁, 달랑 ─」
밤 공기를 뒤흔드는 처량한 방울소리.
지다 남은 조각 달이 서쪽 하늘에 너무나 가냘픈 밤, 대륙의 풍운아 장 일수의 정열을 싣고 황마차는 달린다. 끝없이 달린다.
천안문(天安門)을 지나고 서장안가에 다달았다. 거기서 마차는 다시금 오른편으로 꺾어저 일로 서직문대가(西直門大街)를 향하여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히뜩히뜩 가등 밑을 지날 때마다 운옥의 핏기 없는 무심한 얼굴 위에 이슬처럼 맺혀진 몇 방울의 눈물을 장 일수는 보았다.
운옥아 아버지가 「 , …… 그립거던 이것을 끄내 보아라. 이 속에는 세 방의 실탄이 들어 있다. 한 방은 네 몸을 위하여……또 한 방은 네 그 지아비를 위하여…… 그리고 남은 한 방은 네 나라를 위하여 잘 생각해서 써야 하느니라 ─」
써늘한 밤 바람을 전신에 느끼며 운옥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 한 마디를 골돌히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운옥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버지를 찾았다.
「아, 운옥씨! 괴롭습니까?」
장 일수는 운옥의 귀에다 입을 대고 그렇게 묻다가 다음 순간, 그의 뜨거운 입술이 싸늘하게 식은 운옥의 이마 위에 덧두겨 졌다.
「아, 장 선생?」
운옥은 후닥닥 놀라며 장 일수의 품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2
편집여기는 서직문대가 어느 뒷골목 어떤 조그만 식료품 가게 이층 ─ 조양문 아파트에서 자취를 감춘 장 일수가 지금까지 몸을 숨기고 있는 「아지트」
이다.
「운옥씨, 감사합니다! 두번이나 저의 목숨을 구해 주신 운옥씨에게 저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옳을는지……」
「무슨 말씀을 장 선생님은……」
좁다란 방이다. 운옥은 현기증이 아직 심해서 권하는 대로 드러누울 수 밖에 없었다. 장 일수는 그 앞에 조용히 앉아서 아랫층에서 사 갖구 올라온 포도주 병을 따고 있었다.
「자아, 이것을 한 잔 마셔 보십시요. 너무 타격이 심해서 빈혈증을 일으켰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운옥은 감았던 눈을 뜨며 잔을 받아서 가만히 들이켰다.
「그런데 운옥씨, 운옥씨가 어떻게 그러한 무기를 갖고 있으며 또 어떻게 이 북경으로 오셨읍니까?」
운옥은 눈을 감은 채 쓸쓸한 웃음을 한번 입가에 지으며
「아버지가 돌아 가실 때 권총 한 개를 제게다 주셨답니다.」
「권총을요?」
「네,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권총에는 세 방의 탄환이 들어 있으니, 나라를 위하여, 남편을 위하여, 그리고 자기를 위하여 한 방씩 쓰라고 하셨읍니다.」
「그러십니까. 그런데 선친께서 존함은 누구시라 부르셨읍니까?」
「높은 상, 진정 진 ─」
「아, 허 선생! 허 상진 선생이 바로 운옥씨의 선친 이십니까?」
「아버지를 아시나요?」
「아니, 저는 뵈온 적은 없지만 아까 용궁 이층에서 조국의 영령이 되신 강 시후 노인이 항상 허 선생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 시후 노인이라구요? 아, 그 어른이 바루 강선생이었나요?」
운옥은 발딱 자리에 일어나 앉으며
「글쎄, 어쩐지 낯 익은 모습이었어요.」
「강 선생을 아십니까?」
「어렸을 때, 그러니까 무척 오래전 이야기지요. 일곱 살인가 여덟 살 때 일이야요. 저희가 연길(延吉)서 한 일 년 동안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어른이 집의 아버지를 여러 번 찾아 오셨어요. 어린애가 없는 탓인지, 저를 무척 귀여워 해 주셨어요. 올적마다 시골서 닭을 갖구 오셔서 아버지와 술을 즐기고 가시군 하였답니다. 아아, 그 어른이 바루……」
듣고 보니 감개무량한 운옥이었다.
「모두가 인연깊은 귀중한 이야깁니다. 그리고 오늘 밤 운옥씨는 조국을 위하여 선친의 선물을 가장 뜻 깊게 사용했읍니다.」
그리고 장 일수는 힘찬 어조로
「운옥씨!」
하고 불렀다.
「네?」
「어떠한 사정이 계신지, 자세히는 모르겠읍니다만 그처럼 위험한 무기를 간직하고 이곳까지 찾아 오신 운옥씨의 마음을 살필 듯도 싶습니다. 운옥 씨!」
장 일수는 덥썩 운옥의 새하얀 손을 잡았다.
「운옥씨!」
「……」
「돌아 가신 어른의 고귀하신 뜻을 받들어 조국의 광복과 민족의 광영을 위하여 인생을 바치실 생각은 없읍니까?」
피가 끓고 정열이 용솟음치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인간 허 운옥이가 아까 용궁 홀에서부터 골똘히 생각해 오던 하나의 절실한 문제 ─ 인생의 가치를 저울질 하는 귀중한 문제였다.
잡힌 손을 운옥은 뿌리치지 않았다. 그리고 똑바로 장 일수를 바라보면서 대답하였다.
「간절합니다!」
3
편집장 일수는 희열이 만면하여 운옥의 손을 더한층 힘차게 잡아 쥐였다. 운옥은 손이 오그라질 듯이 아팠으나 가만히 참았다. 손이 오그라져도 무어라 감이 탓하지 못할 위엄과 가치가 장 일수에게는 있는 것 같았다.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운옥씨!」
장 일수는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저에게는 장 선생의 하시는 일을 도와 드릴만한 힘이 없음을 슬퍼할 따름이야요. 총 한 방을 쏘고 이처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제 마음은 아직 약합니다.」
「무슨 말씀을 운옥씨는……저와 같이 한 달만 생활을 하여 보시면 칼날 위에 서고 총뿌리 앞에 나아가도 두려움을 모를 만큼 마음이 강해 진답니다. 운옥씨! 염려 마십시요. 아아, 저는 기쁨니다! 날뛰고 싶습니다! 저의 곤경을 두번씩이나 구해주신 운옥씨,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운옥씨, 맹장과 같이 용감한 애국의 꽃송이인 운옥씨!」
「그것은 당치 않은 과칭이십니다.」
장 욱의 손아귀에서 운욱은 살그머니 손을 뺐다.
「아아, 그러한 운옥씨를 나는 오늘 밤 동지로 맞아 들였읍니다! 이것을 보십시요. 저는 운옥씨의 선물을 지금도 갖고 있읍니다.」
그러면서 장 일수는 지갑에서 조약돌 하나를 끄집어 내어 운옥이 앞에 놓았다. 운옥은 심중으로 적지 않게 놀랐으나 태연한 어조로 물었다.
「그게 무엇이나요?」
「아, 모르신다면 이걸 보십시요.」
장 일수는 조약돌을 쌌던 종이 조각을 꺼내 보였다.
「그건 또 무엇이죠?」
운옥은 적힌 글을 읽어 보며
「장 일수씨, 현관은 위험하니 뒷문으로 도망하시요 ─ 이게 무언가요?」
그러면서 운옥은 장 일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장 일수도 대답 대신 운옥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다.
「………」
「………」
두 사람은 다 말을 잃었다 . 말을 잃은채 상대자의 표정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하려는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얼마동안,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그렇게 하기를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말은 없어도 물음에 대한 대답을 미소로써 하였다. 그 순간, 장 일수는 그 어떤 격정에 못 이겨
「아, 운옥씨!」
하고 부르짖으면서 운옥을 잡아당겨 자기 품안에 넣었다. 두번째 안아 보는 운옥의 몸뚱이었다.
「저는……저는 이 조약돌을 볼 때마다 운옥씨를 생각했읍니다! 운옥씨가 있는 세상이 광명인 것처럼 운옥씨가 없는 세상은 암흑이 올시다!」
장 일수는 그러면서 그 폭 있는 품안에다 운옥의 몸뚱이를 바싹 안아 들였다.
「운옥씨, 저는 운옥씨를 한 사람의 동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이성으로서 사모하고 그리워 했읍니다!」
무르익은 장 일수의 정열이 퍼붓듯이 운옥의 전신을 덮어 눌렀다.
운옥은 분명히 기억한다. 아까 마차 위에서 장 일수의 입술이 자기 이마 위에 덧두겨졌던 일순간을 운옥은 분명히 기억을 한다.
「운옥이, 운옥이!」
하고 태극령 고개 위에서 달겨들던 박 준길의 정열처럼 무섭고 징그럽지 않은 것이 운옥은 정녕 이상도 하였다.
운옥은 대담하여 졌다. 이러한 대담성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의 머리에 깊이 인 박힌 운옥에 대한 인상에는 고스듬이 머리를 숙이고 비스듬히 꿇어 앉는 밖에 더 남성을 대하지 못하는 운옥이가 있을 뿐이 아닌가.
그러한 운옥이가 오늘날 이 자리에서는 남편 아닌 한 사나이의 품안에다 자기 몸을 비록 일시적이 될는지는 몰라도 그리 굳세인 저항 없이 내 맡기는 운옥이가 되었다. 한 잔의 포도주가 운옥의 마음을 음탕하게 만들었음인가?…… 조약돌에 관한 재롱이 그러한 분위기를 양성했음인가?……마차 위에서 비록 본의는 아니었으나 경험해 본 포옹(抱擁)에의 새로운 갈망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조국의 운명을 근심하여 한 개의 목숨을 우모(羽毛)처럼 가볍게 여기며 총칼 앞에서 뛰놀던 용궁 홀에서의 영웅적인 장일수의 생활도(生活圖)를 숭배함에서 부터였던가?
하여튼 운옥은 저으기 대담하여 졌다. 그리고 이 대담성은 지금까지의 탄력성을 상실했던 운옥의 인형적(人形的)인 인생관에 있어서의 하나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4
편집그러나 다음 순간, 운옥은 질식할 것 같은 숨가뿜을 장 일수의 품안에서 느끼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놓아 주세요! 저를……저를 빨리 놓아주세요!」
운옥은 만신의 힘을 다하여 장 일수의 가슴을 떠밀었다. 운옥은 무서웠다.
운옥은 도의적인, 그리고 생리적인 공포감과 배제감(排除感)을 가지고 상대자를 배척했다.
「운옥씨, 저는……저는……」
장 일수의 커다란 손길이 운옥이의 허리와 등골을 무섭게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운옥은 그 어떤 격렬한 전율을 전신에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러다가는 궁극에 있어서 장 일수의 이 불덩어리와 같은 정열 속에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은 인생의 위기를 눈 앞에 느끼며 운옥은 조용히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그것은 운옥의 인생관에서 있어서의 하나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동요(動搖)를 의미했던 것이다.
동요는 갔다. 오늘 밤의 이 엑소틱한 분위기와 아반츌의 스릴이 허 운옥에게 강요했던 동요의 이 순간은 이미 갔다.
「장 선생, 놓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장선생을 존경할 수 없읍니다.」
「운옥씨, 저는 운옥씨에게서 존경만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운옥씨에게 존경을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는 운옥씨의 애정이 필요합니다!」
뜨거운 입김이 운옥의 얼굴을 확확 덮어 왔다. 포옹은 더욱더욱 강렬해 지고 장 일수의 입술이 운옥의 입술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
아무리 기를 써 보았으나 운옥의 연약한 몸뚱이는 그리 쉽사리 장 일수의 완강한 품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장 선생, 오해하시면 아니됩니다! 제가 오늘 장 선생을 찾아 온 데는 딴 이유가 있읍니다.」
「운옥씨! 저는 운옥씨를……운옥씨를 이처럼……」
「이유 있어 지금까지 숨기어 왔읍니다만 오늘 장 선생님을 뵈러 온 것은 제 남편 되는 사람의 행방을 알아 보고저……」
「엣, 무엇이라고요?」
「제 남편 되는 사람이 이번 본의 아닌 학도병으로 끌려나갔읍니다. 아니 똑똑히 말씀 드리겠읍니다. 장 선생의 친구 백 영민, 오늘 서주에서 장 선생님께 편지를 띄워 온 백 영민은 제 남편이 올시다!」
「엣, 백 영민?」
장 일수의 포옹의 자태가 그 순간 탁 풀리면서 운옥은 무사히 장 일수의 품에서 빠져 나오는 몸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백 영민의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오오, 백군의……」
장 일수는 어안이 벙벙해서 운옥의 자태를 덤덤히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요행히 그이의 행적이 대략이나마 알려진 오늘, 저는 더 여기서 머므를 수가 없읍니다.」
운옥은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단정히 거둡고 나서 트렁크를 들고 조용히 몸을 일으키었다.
「아, 운옥씨, 이 어두운 밤에 어디를……」
장 일수는 와락 따라 일어서며 운옥을 만류하였다.
「과히 염려 마세요. 밤길에는 자신이 있읍니다.」
「아닙니다. 못 가십니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도 혹시 보셨으면 아까 그 편지의 내용을 제게 좀 알려 주실 수 없을까요?」
「아, 잠깐 기다리시죠.」
장 일수는 암호 편지를 꺼내어 들고 읽기 시작하였다. 운옥은 트렁크에서 수첩을 꺼내 그것을 적는다.
「─ 나는 본의 아닌 학도병으로 출정을 한다. 지금 제남을 지나 진포선을 달리고 있다. 용산 제 二十五[이십오]부대에 입영하였던 학병 五十[오십] 명이다.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는 모른다. 나는 탈주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한 가지 말해 둘 것은 군이 가까이 하는 용궁의 마담 방 월령은 일본의 스파이 하세가와· 나미에다. ─ 꼬마 ─」
「그이가 나미에를 어떻게 알까요?」
글쎄 저도 자세한 것은 「 모르지만 혹시 동경같은 데서 만났던 것이 아닐까요?」
「네 ─?」
「하여튼 앉으시요. 이 밤에 가시면 어딜 가시겠읍니까? 제가 이 방을 내 드리겠읍니다. 저는 아래층 주인의 방으로 가서 자도 무방합니다.」
그러는데 쿵쿵 소리가 나며 용궁 홀에 배치하였던 박 성국 동지가 뛰어 올라 왔다.
「아, 장 선생, 무사하셨군요! 용궁에서는 지금 야단법석입니다. 이층에서 굉장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지요. 수십 명의 일본 헌병들이 용궁을 삥 둘러 쌌읍니다. 저는 무사히 탈출해 왔지만 송 동지가 불심검속(不審檢束)을 당했읍니다.」
「음 ─ 송군이!」
「특히 한국 사람은 모두 검속을 당했읍니다.」
「음 ─」
「그런데 고지마는 어떻게 됐읍니까?」
「쓰러 졌다! 강 선생의 탄환에 마침내 쓰러 졌다!」
「오오! 그러면 강 선생은?」
「아, 강 선생이?……」
「음, 내일부터 동포들에 대한 점령군의 압박이 또 한층 무서워 질 것이다.」
장 일수는 깊은 신음 소리와 함께 박 성국의 손을 힘있게 잡았다.
「박군, 내일부터 우리들의 일도 굉장히 분주해 질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운옥을 향하여
「운옥씨, 용서하시요. 제게는 제게 어울리는 생활이 있었읍니다. 그것을 잠시나마 잊어 버렸던 저를 관용해 주시요. 그리고 이삼 일 여기서 더 머물러 주시면 동지를 시켜 백군의 해방을 조사해서 운옥씨에게 알려드리겠읍니다.」
「감사한 말씀, 송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