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大師의 遺言

「숨은 애국자 유민세 씨가 바루 검사대리 유동운의 부친이었다? 그리고 장현도와 송춘식이가 결탁을 하고 자기를 무서운 모함 속에 잡아넣었다?」

그것은 실로 예상도 못하였던 너무나 무서운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봉룡의 가슴속에는 불덩어리와도 같은 복수의 일념이 맹렬히 불붙기 시작하였다.

『대사, 저는 아모런 교육도 받지못한 무식한 사람입니다. 저를 가르켜 주십시요. 대사께서 갖고 계시는 그 깊으신 학문의 단 몇분지일이라도 저에게 가르켜 주십시요.』

『별로 아는것은 없지만, 종교학, 수학, 물리학, 역사학, 그리고 어학, 문학등 내가 갖고 있는 이와같은 지식을 그대의 머리속에 넣어줄려면 二년동안이면 충분할것이다.』

『二年이라구요? 단 二년 동안에 그 많은 학문을 딱을수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음, 二년이면 충분하다.』

그날부터 두사람은 일정한 교안(敎案)을 세우고 맹렬한 교수를 시작하였다.

봉룡은 실로 놀랄만한 기억력과 훌륭한 이해력을 갖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가장 치밀한 수학적인 동시에 오래동안의 해상생활에서 받은 랑만과 시의 세계를 아울러 갖고있었다.

이리하여 一년이 지나고 이태가 지나는 동안에 봉룡의 머리속에는 우월대사가 갖고있던 온갖 지식이 그대로 고스란히 옮겨저 있었다. 그것은 실로 놀랄만한 진보였고 성장이였다.

그러는 한편 두사람은 다시 탈옥의 계획을 세우고 대사의 감방과 봉룡의 감방을 연결하는 굴속 중간에서부터 一년 三개월을 걸려 굴을 파냈다. 그리고 거의 이 탈옥의 계획이 완성되려는 무렵에 여기에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이 하나 발생하였던 것이니, 그것은 늙은 우월대사의 숙환(宿患)이던 무서운 경련증(痙攣症)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인젠 나는 절망이다! 이 병은 마침내 나의 생명을 빼앗을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대사는 온몸을 무섭게 떨었다. 입에는 더품을 물고 손으로 허공을 내 저었다.

『이것은 소위 카탈렢시—라는 병인데 이러다가 내가 죽은것같이 되면 내 자릿밑에 넣어둔 조그만 약병을 끄내서 그것을 내 입에다 열암은 방울 먹여주면 다시 살아날런지 모르니까...... 음, 음.......』

봉룡은 자릿밑에서 하라는대로 빩안 약병을 끄내 먹여주었다. 그랬더니 한시간 후에 우월대사는 다시 소생하였다. 그러나 몸은 무척 약해지고 촌보를 떼지 못하게 되었다.

『봉룡이, 나는 인젠 이 감옥에서 도망할 길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나는 걷지를 못하게 되었다. 바다로 요행히 빠저나간대도 나에게는 헤엄을 칠 기력이 없다.』

『저는 선원입니다. 대사를 업고 헤염을 처 가겠습니다.』

『아모리 헤염을 잘 치는 사람이라도 사람 하나를 업고 十리 二十리를 해여갈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죽을테니, 그대는 먼저 도망을 하는것이 좋와.』

『대사, 그럼 저도 대사와 가치 이곳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그러면서 봉룡은 대사의 손을 잡으며

『저는 맹세합니다. 대사께서 세상을 떠나실때까지 저는 어떤 일이 있을지라도 대사의 옆을 떠나지 않겠다는것을 하늘에 맹세합니다!』

봉룡이 순진하고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눈앞에 보는 순간, 우월대사는 마치 자기의 자식과도같은 짙은 애정을 온몸에 느끼면서

『감사하네! 이해관계를 떠나 그대의 이 헌신적 애정은 반듯이 그어떤 보수를 받을것이다!』

우월대사는 손을 뻗처 자릿속에서 조그만 종이조각을 하나 끄집어냈다. 그것은 절반이 불에 타버린 쬬굴쬬굴 구겨진 종이쪼각에다 무슨 조그만 글자가 가득 씨여 있었다.

『이것은 나의 보물이다! 여러가지 점으로 보아 그대는 훌륭한 청년이다. 나는 그대의 인격을 믿는다. 나는 미친 사람이 아니다. 이병이 또한번 일어나면 나는 그때는 죽어버릴 사람이다. 그렇게 되면 이 보물은 영원히 땅속에서 썩어버리고 말것이다. 자아, 이 종이쪼각은 불에 타서 글짜가 절반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는 다년간 연구한 결과 보이지 않는 대목에 적당한 글짜를 넣어보았다. 그것이 바루 이것이다.』

우월대사는 그러면서 자릿 속에서 다른 종이조각을 또 하나 끄집어 냈다.

그때 문 밖에서 옥정의 발자욱 소리가 들리었다.

『아, 누구가 옵니다! 그럼 저는.......』

봉룡은 굴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옥정은 끼니를 갖고 들어와서 대사가 병에 걸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 미치광이도 어서 죽어버리는게 상팔자지!」

하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나가 버렸다.

그날밤 봉룡이가 다시 우월대사의 감방을 찾았을 때, 대사는 이런 말을 봉룡이에게 하였다.

『이 종이조각으로 말하면 지금으로부터 三백년전 이조시대의 어떤 고관이, 수많은 보물을 황해바다 어떤 섬에다 감추어두고 그 감추어둔 장소를 바루 이 종이조각에다 기록하여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너무 갑자기 죽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상속자인 아들에게 유언할 사이가 없었다. 상속자인 그의 아들은 그 수많은 보물의 소재지를 찾고저 눈이 벌게졌으나 통 알수가 없은채, 한대(一代)가 지나고 두대가 지나는 동안에 서재 기도서(祈禱書)에 끼워두었던 이 종이조각이 五댓 재에 이르러 내손에 들어 왔다는 말이다. 그리고 바루 그 五댓재의 인물이 누군고하면 내가 조직한 비밀결사의 일원으로서 나와는 생사를 같이하기를 맹세한 의형제 고영택(高永澤)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고영택은 처자권속이 하나도 없는 몸으로서 그후 얼마 안되어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나에게 수천권의 서적을 물려주었다. 그것은 어떤 치운날 저녁 무렵이었다. 나는 그가 남겨놓고 간 서적을 정리하다가 문득 한권의 기도서를 발견하고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날은 어두어져서 촛불을 켜려고 성냥을 찾았으나 때마침 주머니엔 성냥이 없었다. 그래 나는 하는수 없이 기도서에 끼워있던 흰 종이조각을 화로불에 넣어서 불을 초에다 옮기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순간 이상한것을 발견하였다. 아모것도 씨여있지 않는 흰 종이조각이 화로불에 닿자마자 마치 마술사의 요술처럼 글짜가 나타나질 않겠나? 그러나 그때는 벌써 종이조각이 절반이나 타 버렸을 때였다.』

우월대사는 긴 이야기를 거기서 마쳤다. 그때야 비로소 봉룡도

『그래 그 불타버린 절반을 대사께서 연구해 낸것이 바루 이편 이 종이조각입니까?』

『그렇다. 자아, 이것을 읽어 보게. 그리고 전부 외이도록 읽어 보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씨어저 있었다.

나의 상속자는 황해바다 진주도(眞珠島) 동굴 속에서 나의 소유에 속하는 지금(地金), 금화(金貨), 보석, 금강석, 보옥(寶玉), 진주(眞珠) 등의 재물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동굴은 진주도 동편쪽 어구에서부터 열한번째 바위로 올라갈것. 동굴에는 두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제이의 동굴 맨 속에 보물이 있는 줄로 알라.—

『어떤가? 그만했으면 알았는가?』

그러면서 우월대사는 봉룡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보물은 우리들 이외의 그어떤 정당한 사람의 소유가 아닐까요?』

『그런 염녀는 조금도 없다. 고영택은 그가 생전에 갖고있던 모든 권리를 나에게 상속시켰으니까...... 아니, 봉룡이, 그런것 보다도 그대는 내가 이무서운 카탈렢시—로 말미아마 갑자기 쓰러지기 전에 이 글을 한시바삐 외워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사의 재산이 올시다. 제게는 이 보물에 손을 댈 아모런 권리도 없읍니다. 그리고 저는 대사의 친척도 아모것도 아니올시다.』

『봉룡이!』

하고 그때 우월대사는 봉룡의 손을 굳세게 잡았다.

『그대는 나의 아들이다! 나의 감옥생활에 있어서의 나의 둘도 없는 아들이었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그것으로서 하늘은 우리 두 사람을 위로하셨으니까, 하늘의 뜻을 배반하여서는 아니된다! 알겠나?』

인자스러운 말이었다. 봉룡은 우월대사의 여윈 손목을 두 손으로 쓰러안고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우월대사는 진주도라는 섬이 황해바다 어디 있는지를 통 몰랐으나 그러나 선원인 봉룡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진주도는 사람하나 없는 무인도다. 봉룡은 그 진주도 어구에서 한번 닻을 준 일이 있었던 것을 문득 생각하였다.

어느날 밤, 우월대사는 마침내 세번째의 경련을 이르키고 세상을 떠났다. 몇방울 남지 않은 빨간 물약을 먹였으나 아모런 효과도 없었다.

『봉룡이! 그대는 하늘이 나에게 보내주신 귀중한 선물이였다. 나는 그대의 행복과 번영을 빈다. 아아, 나의 아들이여! 진주도를...... 진주도를 잊어서는 아니된다!』

그 한마디를 남겨놓고 우월대사는 눈을 감았다.

봉룡은 눈앞이 캄캄해 지는것을 깨달으며 우월대사의 영원한 명복을 가만히 하늘에 빌었다.

이 해상감옥에서는 죄수의 시체를 파묻는 무덤은 땅 속이 아니고 물 속이었다. 높은 벼랑 위에서 시체를 바닷 물에 던저 넣는다.

그러나 우월대사는 미친 사람이긴 하였으나 탈옥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온순한 죄수라 해서 시체를 포대에 넣어서 모범죄수의 대우를 받게 되였다.

봉룡은 굴속에 숨어서 우월대사의 시체를 포대속에 넣는 옥정들의 광경을 가만히 엿보고 있었다.

『장사는 오늘밤 열시라니까 아직 한시간이나 남었는걸.』

『음, 나가서 좀 쉬고 오세.』

옥정들은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순간, 봉룡의 머리에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옳다! 이 기회를 놓처서는 아니된다! 하늘이 도우신 천재일우의 기회다!」

봉룡은 뛰여들어가자 포대를 풀고 우월대사의 시체를 끄내 자기 감방으로 갔다 눕히고 이불을 씨워놓았다. 그리고 자기는 시체대신 포대속으로 들어가서 포대 끈을 맺다. 그리고 숨소리를 죽이면서 열시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던것이니, 아아, 하늘이여? 하늘이 만일 뜻이 계시다면 봉룡의 앞길을 광명의 세계로 인도하소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