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달/해방의 거리

소낙비가 퍼붓는다
우레가 우룩룩 운다
번들개 번쩍인다.
어제 껏 종색?塞하야
최후의 순간에 고민하는 계류溪流의 인후咽喉가
골로 수풀 위로 마을로 강으로
흘러 내리는 것처럼
이 골목에서도 저 골목에서도
골목장이마다 사람이 밀려 나온다.
어디들 숨었다가 엎디었다가 쪼구려 앉았다가
저처럼 한꺼번에 밀려 나오는고!
매맞아 죽고 짓밟혀 죽고 끌려 가고도
어디들 사람이 저처럼 남았던고!
죽은 듯 고요하던 사흑死黑의 거리 위로
자유의 종 하늘 울리고
해방의 외침 지축을 뒤집고
열광과 환호에 홍도(洪濤)같이 넘치는 인해(人海)
소낙비 퍼붓는다
우뢰가 우루룩 운다
번들개 번쩍인다
역사적 전환, 우리는 유구(悠久)의 진리를 믿어 왔노라
그러나 이 날 이렇게 우리 앞에
쉽사리 올 줄이야! 쉽사리 올 줄이야!
누가 꿈하였으랴.
八월 十五일 대전(大戰)의 총소리 끊치는 저녁
준열한 연합군 호령 아래에
대일본제국주의도 하릴없이 무릎을 꿇고
최후의 잔명(殘命)을 애원하여
비 맞은 쥐처럼 이 땅 마저 떠나게 되었나니
인류역사를 뒤집은들
이 보담 더 통쾌한 일이 또 있으랴
통쾌! 통쾌! 만세!
우리 발목, 우리 팔목, 그리고 우리의 모가지를
독사처럼 겹겹이 감았던 쇠사슬이 풀릴 제
오오, 우리는
三십六년 만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둥근 태양이 오랜만에 동녘 하늘에 솟고
종로 한복판에 태극기 엄연히 펄렁거린다.
땅을 끌여끌여 다시 깨질 염려 없으매
오오, 三천만 겨레여!
힘껏 뛰어라. 뛰어라, 외쳐라. 힘껏 외쳐라.
자유! 자유!
해방!
만세! 만세! 만세!
七十먹은 콩나물 할머니도
대설대 휘두르며 행열의 꼬리를 따라
미칠 듯 뛰며 미칠 듯 만세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