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상病床에 기대었음을 잊고
가을 볕 작은 남창 밖으로
뭇 행열의 뒤를 따라 거리를 돌던 내 영혼
밤이면 어둠을 가슴에 안고
회백색灰白色의 찬 벽을 다시 대하나니.
내 얼굴 벽에 비칠 리 없거니와
손톱을 새긴 글자조차 아무런 의미를 두지 못할 뿐
조그만한 이 침대가 나의 현재를 정규定規하는 한限나
는 못 나는 새라.
세계의 눈을 끄는 원자탄의 힘으로
영원히 전인류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아—
정치도 전인생全人生을 해결 못 하매야.
사랑이 식으면 벌레먹은 장미꽃
결혼은
비극이라기보담 추태다.
어머니의 얼굴도
기억에 희미하거니
···································
···································
가을이 간들 잎사귀 간들
내 다시 무엇 설워하랴!
가을이 가면 오는 추위가 무서울 뿐
그러나 연료도 걱정 안 된다.
벽 하나 격隔하여 밖은
나와 다른 세상
내일이면 또 거리 우으로
뛰고뛰고 외치련마는······
조그만한 이 침대 위의 나로 완전히 돌아오는 순간
나는 못 나는 새라
다시 어둠을 가슴에 안고
회백색의 찬 벽을 홀로 대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