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달/멀리 오시는 님 어이 맞으오리까
두 손 하늘 끝 높이 들어 이마에 얹고
공손한 맘으로 절하며 맞으오리까
멀리 오시는 님 어이 맞으오리까
백 번 절하고 천 번 절하고 또 절하여도
우리의 정성 부족할까 두려웁네다.
피끓는 가슴 터지는 목소리로
높이높이 만세 부르며 맞으오리까
만세! 만세! 만세!
그러나, 우리 소리 님께서 못 올릴까 안타까웁네다.
흰공작의 비단을 거리거리에 깔고
좌우로 꽃다발을 드리워 맞으오리까
멀리 오시는 님 어이 맞으오리까
그러나 이것도 님의 기대가 아닐 것이외다
너무 사치하다 꾸중하실까 조심스럽습니다.
빼앗긴 국토마저 작별하시고
쓸쓸한 이역異域에 몸을 던져
풍찬노숙風餐露宿 이리저리 유전流轉의 二十七년간
그 고난 어떠하였사오리까
그러나 생사일념에 조국이 있을 뿐
오직 조국을 위하여 싸우신 님이시니.
뜻은 크고 힘은 약하시매
하늘을 우러러 피눈물 몇 번이나 흘렸사오리까
성공의 날은 기약 없고 고국은 바라 아득할 뿐
칼자루를 어루만져 개탄한 적은 없었사오리까
그러나 철석 같은 마음 변하지 않으시고
오직 조국을 위하여 싸우신 님이시니
태양의 운행이 바른 궤도를 얻어
역사적 전환 세계의 총소리 끝나는 저녁
우리의 왜적 드디어 백기를 들고
이 땅마저 최후로 떠나게 될 제
오—
개가凱歌 높이 부르며 돌아오시는 님이시여!
백은白銀의 노래를 푸른 고국 하늘에 펴고
그리운 이 강산을 내려보실 때에
이 도시 이 촌락 이 초목을 내려보실 때에
이 겨레를 내려보실 때에
님의 가슴속 감회 어떠하였사오리까.
자—님이여 나리소서
우리의 원수 왜적은 이 땅에서 물러갔읍네다
님이여! 어서 나리소서
우리의 원수 왜적은 이 땅에서 그림자 사라졌읍네다
이 땅은 이 땅은 이 땅은
벌써 님의 떠나시던 옛날 왜적의 깔리 아니옵네다.
온갖 세금 온갖 공줄 가지가지 혹독한 형틀 아래에
고천?泉의 고기처럼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는 때
해방의 종소리가 우렁차게 하늘 흔들며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이제 새 천지에 자유로운 백성이 되었읍니다
먼 길에 피로 하실 테니 잠간 철의(鐵衣)를 벗고
조선 명주 안에는 솜 솜옷을 갈아 입으소서
그 피 묻은 영예의 철의는 아껴 뒷날 박물관에 걸어놓고
이역풍상異域風霜 늙으신 님의, 초상과 함께
우리 아들 손자대대대로 뵈어 주리이다.
추우시면 우리 온돌방에 장작 담뿍 때어 드리리라
그리고 새로 익은 이쌀밥에
배추 속잎 넣고
그리운 된장국도 끓여 드리리다.
그러나 모두 내일의 잔 이야기
멀리 오시는 님 어이 맞으오리까
우리는 님 맞기에
아직 아직 준비가 부족하옵니다.
해방의 종소리 울린 지 두 달 넘도록
난무亂舞의 행열이 통일과 집서로 돌아갈 줄 모르고
굴레 벗은 말처럼 거리를 뛰놀며
종로 뒷골목에는
젊은 정객들이 이 구석 저 구석 모여 서서
벌써 분열과 싸움을 일삼나니.
그러나 님의 소식 한 번 三천리에 멀리 퍼지매
우리 겨레 모두 우러러 기다리는 마음!
끝끝내 조국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님이시니
님의 뜻 뉘 감히 어기오리까
오늘날 이 해방과 이 자유는
오직 님의 흘리신 피의 선물이오니
뉘 감히 님에게 안 따르오리까.
자———님이여! 나리소서
님의 돌아오심을 한 계기로써
우리는 맹세 하리이다
우리의 건국을 이루기 위하여
三천만 겨레 한 마음 한 몸으로
님의 깃발 아래 모이리다.
그리고 님이여! 지도하소서
우리는 따르리다
백두산 마루에 태극기 높이 달고
나팔소리 우렁차게 三천리 울리며
三천리 겨레 발을 맞추어
님의 뒤 님의 뒤 따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