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독립의 당위성 외/윌슨 미국 대통령에게

천지창조 이래로 인류발생 이래의 대참극 ․ 대쟁투인 세계의 대전쟁(1차 세계대전)은 반드시 멈추니 악마가 전멸되고 사악이 세계에서 제거되었음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바는 정의와 인도와 자유의 목소리가 하늘에 달하여 완전한 승리로 응답이 내렸습니다.

그러므로 연합국의 대성취를 축하하며 특별히 미국이 대전에 참가한 후 전쟁의 목적이 점점 정의와 인도와 자유로 바뀌었으므로 귀국과 귀국인의 고상한 정신과 웅대한 사업을 이에 우리들의 정성을 다하여 치하합니다.

세계의 역사는 새로운 페이지를 열게 되고, 전 세계는 새 정신과 새 경영으로 무한한 발달의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유럽에서 열릴 평화회의에서 대통령 윌슨 씨가 옹호하는 국제연맹 곧 세계의 평화를 유지할 유일기관이 토론에 부쳐질 것이니, 이는 세계사에 하나의 새로운 기원을 만들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동양평화 곧 세계평화와 어떤 관계가 있음을 깊이 있게 상세히 생각해보는 것이 아주 무익한 일은 아닌 줄로 생각합니다.

먼저 일본을 연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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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천5백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로 종교 ․ 도덕 ․ 미술 ․ 공예 등 여러 문명을 한국에서 전수 받은 것은 일본 자신도 인식하는 바입니다. 일본도 최초에는 문인이 정치하였으나 점차로 무인이 정권을 잡아 소위 관백시대가 1천여 년을 장악하였으며, 50년 메이지유신 시기까지 군벌전횡 하에서 생활한 일본의 국민성이야 어떠하겠습니까.

전제주의 ․ 군벌주의 ․ 관료주의 ․ 제국주의에 관습되어 현대의 자유주의 인도주의 ․ 평화주의와 같은 고상한 사상은 그들의 두뇌에 들어갈 여지가 없었고, 더욱 국제연맹이란 것이 신성한 기관임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은 입헌정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신권을 확신하면서 자기들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되고 제일 문명한 국민으로 자부하며, 러일전쟁 전에는 일본의 진상을 세계에서 몰랐으니 일본인은 다만 꽃과 아름다움의 숭배자가 결코 아니요, 아시아의 스파르타인이니 곧 싸움을 좋아하는 제국주의 국민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시아의 패왕이라 자칭하고 중국 본부에 일장기를 높이 세우려 하니, 만주는 이미 일본의 수중에 들었고 몽고는 지금 일본의 세력 하에 있으며 아시아에 몬로주의를 오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구미열강이 세계대전에 분주한 시기를 이용하여 중국에 제출한 21개조와 이시이가 체결한 미일 공동선언의 진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중국에 대한 우월권을 획득하려 함에 불과하며, 일본은 문호개방주의 ․ 기회균등주의를 역설하나 일본의 신의는 믿기 어려우니 한국의 합병은 그들의 불신을 입증하는 백가지 예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그들의 세력을 확장하는 곳에 외인의 경쟁을 불허함은 한국과 대만이 그 예가 될 수 있으며, 한마디로 말하면 외인의 세력을 아시아에서 전부 축출하려는 것이 일본의 정책이요, 아시아뿐 아니라 대만을 근거지로 삼고 남양군도를 다 그들 손에 들게 하고자 하니, 그들은 남양군도를 그들의 조상들이 살던 땅이라 하여 언제든지 정복하고야 말 것입니다. 맹세코 최근 해군확장의 목적은 실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일본은 세계적 제국을 꿈꾸며 그들은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족히 미국과도 혈전을 하겠고 영일동맹도 족히 무시하리니, 데라우치의 일독동맹설도 일시 우연의 일이 아니라 이 몽상에서 출발한 것이외다. 위에서 말한 바로 추리하면 국제연맹에 대한 그들의 반대는 그 효과와 이익을 이해 못함이 아니요, 실로 이런 야심이 있기 때문이니 일본이 세계평화에 장애가 되는 것은 그들의 국민성이 확실히 증명하는 바이외다.

그들의 대륙확장 정책은 한국을 점령함에서 그 계보를 시작하였으니 한국의 합방을 세계가 묵인한 것은 실로 큰 불행입니다. 그 후 일본은 동양 평화의 장애물이 되었고, 한국이 그들의 수중에 있을 때까지 그러할 것이오.

그러면 한국은 동양평화에 대하여 어떤 관계를 가졌겠는가.

한국은 아시아 대륙에서 태평양으로 뻗쳐 있는 작은 반도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여 ‘아시아의 발칸반도’라는 칭호를 얻으니 이곳의 점령은 아시아 정복을 쉽게 합니다. 또한 한국은 일본의 목을 쥐는 것과 같아 한국이 없는 일본 해륙군은 민활한 활동과 원만한 능률을 발휘하기 어려우니 청일, 러일전쟁이 이를 증명합니다.

한국인은 4천2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국민으로 고대부터 중국으로부터 동양문명을 받아들였고 일본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만주에서 발흥하여 일대 제국을 건설하고 그 영토는 중국 동북해안을 점령하여 그들은 고대 로마인과 같이 용감하나 단군 및 열성의 교훈으로 인자하고 겸손하여 군자국의 칭호를 얻고 평화를 매우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자유까지 박탈당했습니다. 러일전쟁 후로 한국과 일본 간에 3개조약이 체결되니 이는 곧 병합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한국의 독립을 보증한다고 강변했지만, 그 결과는 한국인의 멸망이니 그들의 입은 꿀이요 속에는 칼을 품었습니다.

한국의 현재 정세를 3가지로 간략히 말하고자 합니다.

1. 정신적인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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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초는 그 국민의 정신에 있음을 알고 일본은 천방백계로 한국인의 정신적 발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를 한국의 국교로 생각하고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가 기독교와 같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선교사가 처음으로 한국 민족을 하나님께 소개한 후로 신자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여 현재는 50만 명이 생명의 빛 아래서 생활하니 이런 기독교가 한국에서 정신적 발전의 최대기관이 됨으로 이것 역시 불교 및 신교를 믿는 일본인의 유린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면 1911년에 가장 독실하고 유력한 기독교신자 2백여 명을 데라우치 총독을 암살하려 한다고 온갖 악형으로 폭행하여 다수가 참사하고 거의 전부가 폐인이 되었으며, 교회마다 2∼3인의 탐정을 파송하여 목사의 설교를 무섭게 감시하고 반대로 불교 ․ 유교 신도는 극히 장려하려 하나, 시대의 착오로 그 계책을 이루지 못하였기에 다수의 일본인 목사를 고용하여 한국과 일본 양쪽의 동화에 전력하며 심지어 그들의 왕을 신으로 숭배하라고 강박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 한글로 발행되는 신문은 겨우 1종이요, 이것도 일본인의 관리하에서 발행되고 총독부의 반(半) 관보가 되었습니다. 잡지의 발행은 불허하고 혹 허가할지라도 일본인의 기관이 있어 어떤 효과를 사회에 줄 수 없으며, 공개연설은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절대 불허하며 한국 전국에 대학교와 도서관은 하나도 없게 하며 전문학교 4개가 있습니다.

정부의 관리 하에 문학 ․ 사학 ․ 정치학 등은 수업을 절대 불허하고 다만 직원의 교육에 불과하며 4개 학교 합하여 8∼9백 명의 학생 외에는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하며, 중학교는 3개소가 있었는데 일본인 중학교에 비하면 정도가 너무 낮고 또한 수업을 일어로 하니 우리들을 교육하는 그들의 목적은 왕에게 충성하고 노역자를 양성함에 불과하여 상당한 시민이 되고 문명한 민족이 됨은 그들이 절대로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세상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성경 수업은 교회학교나 비(非)교회학교를 막론하고 불허하며, 세계 대세를 알까 두려워 영어는 활용을 금지하므로 세계의 대세에 귀머거리가 된 자는 한국 민족뿐입니다. 이런 형편 하에 처한 한국인의 발전향상을 어찌 바랄 수 있겠습니까.

2. 정치적인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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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혀 경찰과 군인의 행정국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니 한국인은 자유도 권리도 없고 다만 납세하는 의무뿐으로 재산의 안전과 서신의 비밀도 없으며, 의회도 시회도 없음으로 일본 폭정 하에서 받는 원한을 호소할 길이 없습니다. 법률은 몇 명의 일본 관헌이 제정하고 실행하며 한국인은 낮은 직원 외에 행정에 참여가 없으니 이로서도 한국인 생활의 여하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3. 경제적인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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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은 경제학상 근본적 원칙이나 일본은 한국인의 협력을 절대로 방해하여 자본의 최소한도를 높게 정하여 보통 사람은 착수도 불가능하게 하고, 자본이 있다 하더라도 백방으로 방해하여 한국인이 전문경영 하는 대규모 회사는 없으니 그럼으로 한국인은 전혀 농사로 생활할 뿐이어서 해마다 다수의 일본인이 들어와 우리 논밭이 미구에 그들의 소유가 되게 하며, 한국인은 자본의 유무를 불문하고 채굴을 불허하는데도 일본은 세계에 선포하기를 자기들이 한국을 경제상으로 원조한다고 합니다.

하나 실은 한국인에게 중세를 과하여 한국의 부는 일본으로 건너가게 하니 이처럼 한국은 재원을 약탈당하여 생활난이 극도에 달하였으며, 일본은 한국을 일본 같이 만들기가 불가능함을 알고 포악무도한 정책으로 한국 민족을 멸종하려 드니 한국은 어떠한 대책을 취해야 좋을지 미로에 빠져 앞길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낙담하지 아니하였으며, 천하의 그 무엇으로도 그들을 좌절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독립과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전심전력으로 용감히 앞으로 나가며, 세계양심의 심판을 구하고 대통령 윌슨 씨의 높고 큰 이상 곧 ‘국가는 반드시 그 국민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는 주의를 옹호하는 미국 국민의 동정을 청하고자 합니다. 일본이 이러한 폭정을 실행하는 한 우리들이 간절히 원하는 세계평화는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마지막 한 마디는 우리 한국인은 결코 일본에게 정복된 것이 아니요, 일본의 교활과 기만에 빠진 것뿐이니 이 기만과 제국주의는 장차 전 아시아를 침범하여 대통령 윌슨 씨의 평화주의 ․ 민주주의를 정복하려 함으로 한국은 반드시 독립을 회복하여야 하며 민주주의가 반드시 아시아에 정착되어야 합니다.

30년 전 미국과 미국 국민이 한국의 독립을 담보하였으니 그 독립을 위하여 귀국 및 귀국 국민은 모든 원조를 불사하시기를 갈망합니다.


1918년 11월 28일
신한청년당 대표 여운형 근배


(―《신한청년》, 1918년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