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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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제88주년 삼일절 기념사
2006년 3월 1일 수요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내외귀빈 여러분,


여든 일곱 번째 3·1절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기미년 오늘, 우리의 아버지·어머니,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맨주먹으로 일어섰습니다. 자주독립과 민족자존이란 대의 앞에 목숨을 걸고 총칼에 맞섰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을 뒤흔든 대한독립 만세소리는 어떠한 압제에도 굴하지 않는 우리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떨쳤으며, 억압받던 민족혼을 다시 일깨웠습니다. 독립을 갈구하는 세계 약소민족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3·1운동의 위대한 정신은 상해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고, 나라 안팎의 독립투쟁을 더욱 뜨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선열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과 독립유공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작년 3·1절에 저는 “한·일 두 나라가 진실과 성의로써 과거사의 앙금을 걷어내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잘못된 역사 인식과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한일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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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 그리고 독도문제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지도층의 신사참배는 계속되고 있고, 침략전쟁으로 독도를 강점한 날을 기념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일본이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다시 패권의 길로 나아갈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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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참배는 전쟁 반대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고, 개인의 문제로서 다른 나라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국가적 지도자가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는 당사자 스스로의 해명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갖는 객관적 성격에 의해 평가되는 것입니다. 국가지도자의 행위는 인류보편의 양심과 역사의 경험에 비추어 과연 합당한 일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일본은 이미 사과했습니다. 우리는 거듭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과에 합당한 실천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과를 뒤집는 행동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주변국이 갖고 있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의심을 살 우려가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이미 독일과 같이 세계 여러 나라가 실천하고 있는 선례가 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 ‘보통국가’, 나아가서는 ‘세계의 지도적인 국가’가 되려고 한다면 법을 바꾸고 군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인류의 양심과 도리에 맞게 행동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뜻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본 국민의 양식과 역사의 대의를 믿고 끈기 있게 설득하고 요구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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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문제도 정리하고 가야 합니다.

용서와 화해의 전제로서 진실을 밝히고, 과거사에서 비롯된 분열을 해소하고, 신뢰와 통합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과거사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과거사는 그 자체가 바로 역사입니다. 과거사 정리과정을 보면 우리의 역사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거나 잘못 기록된 역사가 더러 있을 수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에 대하여 잘못 쓰인 역사를 바로잡자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도 잘못 쓰여진 곳이 있으면 바로잡고 묻혀있는 곳이 있으면 발굴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과거사 정리과정은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또 이러한 관점을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3·1운동 당시 온 겨레가 함께 외쳤던 그날의 함성과, 그날 하나가 되었던 우리 민족의 혼을 기억합시다. 그렇게 하나된 힘으로 선진한국의 꿈을 반드시 이뤄냅시다. 우리 후손들이 자랑할 만한 영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2006년 3월 1일 대통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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