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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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 치유로 신한국 창조' 1993년 3월 1일 월요일


친애하는 7천만 해외동포 여러분.


우리는 오늘 일흔네번째 3.1절을 맞습니다.

매년 이 날이 오면, 우리는 기부년 그날 온 나라에 물결쳤던 자주독립의 함성을 되새기게 됩니다.

암흑이 이 땅을 뒤덮고 있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맨주먹으로 일어나 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제의 총칼에 항거했습니다. 우리 겨레의 굳은 자존의지와 기상을 전 세계에 내보였습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선열들의 열망과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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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3.1절은 문민 민주정부의 출범과 함께 처음 맞는 것이어서 더 한층 뜻이 깊습니다.

식민통치의 압제로부터 문민 민주정부의 탄생에 이르는 기나긴 격동의 시대가 이제 역사의 한 장으로 넘어갔습니다.

그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 민족은 두 번의 위대한 투쟁을 거쳐 왔습니다.

우리의 애국선열들은 끈질긴 독립항쟁으로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30여 년 에 걸친 끈질긴 민주화 투쟁으로 마침내 진정한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신 선열들의 영영과 민주화를 위하여 헌신하신 분들에게 저는 온 국민과 함께 깊이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7천만 동포 여러분.


기부년 3월 1일 민족자존의 그 외침은 우리들 가운데서 살아 숨쉬며 민족의 미래를 밝혀 주는 횃불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민족의 독립을 외쳤으나 결코 배타적이거나 편협하지 않았습니다. 3.1 독립선언서는 우리 겨레의 자주독립과 더불어 세계 평화와 전인류의 공영을 겨레의 이상으로 밝혀왔습니다.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반대하여 인도적 정신이 꽃피는 신문명을 염원했습니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는 신천지의 전개를 열망했습니다.

이제 선열들이 바라던 대로 무력을 앞세운 대결의 시대는 서서히 역사의 무대로부터 퇴장하고 있습니다.

민족자결과 함께 국제정의와 인류행복을 추구했던 3.1 정신은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선열들이 세우고자 했던 나라는 자주ㆍ번영과 함께 도의와 문화가 꽃피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는 지난 한 세대만에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민주와 번영의 나라를 일구어 선열들의 희생에 일부나마 보답했습니다.

그러나 자손만대에 영광스럽게 물려 줘야 할 이 나라는 지금 선열들이 생각하던 도의가 꽃피는 나라는 분명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어느 틈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그보다 더 무서운 부패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나태와 과소비, 권리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온갖 이기주의, 이러한 병균이 불러들인 한국병이 겨레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민족분단의 철조망은 아직 걷히지 않았고, 한강의 기적을 노래하던 우리의 경제도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겨레를 불행에 빠뜨린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내부의 적과 대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우리의 선열들이 바라고 꿈꾸었던 온전한 모습… ‘신한국’을 창조하여 후손들에 물려 줄 의무가 있습니다.

자유와 변영, 도덕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나라, 그리고 온 인류와 함께 평화와 번영이 넘치는 세계를 건설해 가는 나라, 이것이 바로 ‘신한국’의 모습입니다.

‘신한국 건설’을 위해 우리는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며, 기꺼이 땀을 흘려야 합니다. 모두가 기꺼이 땀을 흘리기 위해서는 사회가 정의로워야 합니다.

우리를 부패과 나태로 이끌고 있는 우리들 자신 내부에 있는 부정적 요인들과 싸워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싸움에 앞장설 것입니다.

사회가 맑아지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 맑은 물이 흘러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위아래를 탓하지 않고 자신부터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결코 개혁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선열들의 숭고한 피에, 개혁하는 용기와 재창조를 위한 헌신의 땀방울로 보답할 것을 굳게 다짐합시다.


7천만 동포 여러분!


우리의 애국 영령들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21세기는 우리 겨레에게 어떤 세기가 될 것입니까, 그 답은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있게 한 순국선열과 민주투사들에게 ‘신한국 창조’의 굳은 결의를 바치면서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1993년 3월 1일 대통령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