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제7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제6대 대통령 취임사 제7대 대통령 박정희 제8대 대통령 취임사
서울 중앙청 광장, 오후 2시 1971년 7월 1일 목요일


사랑하는 5천만 국내외 동포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제2차 세계 대전의 포화가 멎은 지 어느덧 사반세기, 오늘 우리는 인류의 이상인 평화와 번영을 다짐하는 새 시대의 문턱에 섰습니다.

나는 이 시기야말로, 인류가 대화와 협조의 윤리를 존중하여 공존 공영하는 세계 평화의 새 질서 확립의 기회요, 아시아인에게는 아시아 고유의 전통을 바탕으로 다양 속의 조화를 이룩해야 할 교류와 협력의 시기이며, 우리 한국 국민에게는 조국 근대화의 굳건한 터전 위에서 국토 분단의 비극을 종식시켜야 할 통일의 연대가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사적인 새 시대의 출발점에서 조국과 인류 사회를 위해 이바지해야 할 사명이 참으로 크고 또한 무거움을 통감하면서, 나는 겨레의 공복으로서 주저보다는 용기를 앞세우고, 편안보다는 보람을 일깨워 맡은 바 대임완수에 심혈을 바칠 것을 역사와 민족 앞에 서약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발전을 위하여 몸부림쳤던 60년대에, 우리들은 5·16 혁명을 기폭으로 하여 오랜 의타와 침체의 묵은 껍질에서 벗어나 자립과 중흥의 반석 위에 새 한국의 기초를 다져 놓았고, 경제 건설의 토양 위에서만 민주주의의 꽃이 길이 피어날 수 있음을 체험을 통해 실증하였으며, 개발과 성장에 있어서도 민주체제가 공산체제보다 훨씬 능률적이라는 자유 이념의 승리를 기록하였습니다.

확실히 지난 60년대는 우리에게는 내부 성장에 치중한 내실기였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를 토대로 하여 평화 지향의 새로운 국제 조류에 능동적으로 뛰어 들어, 그 속에서 국가 목표 달성의 길을 모색하는 외향적 참여도 강화해야 할 시기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이른바 동서간의 해빙 기운이 점차 높아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공의 화해 움직임이 싹트는 등, 최근 우리 주변에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같은 변화가 우리 아시아에 감도는 침략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평화의 열풍으로 발전되어 나가는 커다란 계기가 되어지기를 기원하면서, 분단된 조국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하루속히 통일해야 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 번 중외에 선언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나는 우리의 이와 같은 기원과 아량과 결의가 다만 일방적일 따름이며,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긴장의 짙은 안개는 좀처럼 가실 줄 모르는 이 냉혹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괴는 우리의 평화 통일 제의를 묵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세계 도처에서 [인민 전쟁] 수출의 파괴적 역할까지 떠맡고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우리도 평화를 지향하는 희망적 판단과 행동을 부득이 유보하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처지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밖으로는 평화를 추구하고, 안으로는 자유 민주의 이념과 제도를 더욱 더 다져 나가는 기본입장을 견지하면서, 안보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그리고 진취적이면서도 유연성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조상들이 일찍이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이에 대처할 국력을 기르지 못한 탓으로, 뼈아픈 망국의 비애를 겪은 지 어언 한 세기가 되려 하고 있는 이 때, 우리는 또다시 세계사의 일대 변환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이 마당에서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오직 우리들 자신의 자주 역량여하에 따라 판가름될 것이라는 엄연한 역사의 법칙을 새로이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만일, 이 시점에서 우리가 또다시 우리의 국력을 기르는 데 실패하고 만다면, 우리 세대와 우리 후손들은 영영 낙오자가 되고 만다는 것을 나는 단언합니다.

우리는 민족의 시련을 극복해야 합니다. 한 시각도 조국의 자유와 겨레의 번영을 위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나는 통일과 중흥이 반드시 우리 시대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자신하며, 이를 성취하는 열쇠는 오로지 우리 자신의 힘, 즉 국력을 기르는데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70년대 중엽을 통일 국력 확보의 시기로 내다보고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수준을 높이고 국력을 기르는데 나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칠 것입니다.

제 3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은 민주 발전의 자양소요, 민주 사회의 성장은 통일 기지의 확보인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 중화학 공업 시대의 막을 올리고, 한강변의 기적을 4대 강에 재현시킬 것이며, 수출 입국의 물결을 5대양에 일으키고, 농어촌을 근대화하여 우리나라를 곧 중진국 상위권에 올려놓고야 말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의 발전을 균형화하고, 소득의 사대적 격차를 서서히, 그러나 착실하게 해소해 나갈 것이며, 특히 건설과 생산에 피땀어린 노고를 한 우리 농어민과 근로 역군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슬기로운 민족의 자질이 새로이 개발될 것을 확신하면서, 나는 선대의 빛나는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문예와 학술의 적극적인 창발로 문화 한국 중흥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해를 거듭하면서 국민 생활이 보다 품위있고 더욱 윤택해질 때, 민주주의의 토양은 더욱 기름지고, 자율과 협동에 뿌리내린 개방 사회의 건실한 기풍은 우리에게 복지문화사회를 구현시킬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편, 나는 산업화와 민주화 초기 과정에 따르는 사회 일부의 부조리 현상을 새로운 결의로 시정해 나갈 것을 명백히 밝힙니다.

그 방법은 결코 일시적이며 전시적 편법이 아니라, 예방과 치유의 기본 방향에서, 제도적인 개선과 보완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남을 탓하는 그 시간에 나 자신의 허물을 고치는 자기 정화를 생각하고, 거짓과 부정을 배격하는 그 의분으로 사치와 낭비를 몰아내고, 근면과 검소, 정직과 성실의 기풍을 일으키는 사회혁신을 위하여 지도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부터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조용한 정신혁명을 전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를 연결하는 넓은 생활 영역에 걸쳐, 이러한 근대 시민의 생활이념을 일상화하는데 나 스스로 앞장설 것을 다짐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호응과 실천 있기를 호소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경제 개발의 토대 위에서 국가 발전의 다음 단계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그 전진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서로 다짐할 때가 왔습니다.

나라 살림을 앉아서 구경하는 방관자가 되지 말고, 여기에 발벗고 뛰어들어 함께 걱정하고 서로 힘써 나가는 참여자의 긍지를 가지고, 주인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데서 보람을 찾는 국민이 될 것을 당부합니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임을 바탕으로 어려운 국정 운영에 나의 모든 것을 바쳐왔던 지난날을 돌이켜 보고 조국의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 벅찬 감회 속에 조국을 향한 나의 간절한 소망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가난한 농촌의 아들로 태어나 동족 상잔의 비극적인 시대에 살면서, 나는 자나깨나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남북의 부모 형제가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누릴 통일조국의 실현을 희구해 왔습니다.

5천만 우리 민족이 삼천리 금수강산 이 땅 위에서 자유와 번영과 평화의 기쁨을 누려보자는 나의 이 열망은 더욱 진하고 뜨거워짐을 절감합니다. 어찌 이것이 나 혼자만의 소망이겠습니까? 남녘에 살거나 북쪽에 살거나, 수륙 만리 이방에 살거나, 내 조국 내 민족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 누구나의 가슴속에 타오르고 있는 민족의 염원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함께 단결하여 전진해 나갑시다.

이 소망, 이 염원이 우리들의 피땀어린 자주적 노력으로 활짝 피어나는 날, 그 날은 바로 위대한 한국의 횃불을 온 누리에 밝히는 민족 성전의 축제일이 될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1971년 7월 1일 대통령 박 정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