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2013-09-27

의장,

먼저 제68차 유엔 총회의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의장의 탁월한 지도력 아래 이번 유엔 총회가 성공적인 회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은 유엔이 회원국과의 파트너십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리더십으로 다자주의를 강화해 나가고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성공적으로 맞서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사무총장의 5개년 행동계획(Five-Year Action Plan)에 따라 유엔이 국제사회의 전환기에서 중요한 기여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의장,

22년 전, 저는 대한민국이 냉전기 동안의 오랜 기다림 끝에 유엔 정회원국이 되는 역사적인 장면을 이곳에서 감명깊게 지켜보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풍요롭고, 정의와 법이 지배하는 새로운 질서 형성에 적극 동참할 것을 엄숙히 서약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그 서약에 따라 후발 주자로서 더욱 열정적으로 유엔의 활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한국은 전세계 각지에서 평화 유지와 재건 노력에 기여해 왔으며, 현재 안보리 이사국이자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중입니다.

유엔은 창설 이래 인류가 보다 큰 자유 속에 살 수 있기 위한 숭고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는 불안정과 불평등, 부정의와 불관용이 여전히 만연해 있으며,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단합된 노력이 절실합니다.

나아가, 기후변화, 테러, 사이버 범죄 등 새로운 글로벌 이슈의 등장은 기존의 국가간 체제를 넘어선 글로벌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유엔의 중요성과 적절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의장,

한국의 신정부는 유엔이 대표하는 평화, 개발 및 인권의 가치와 맥을 같이 하면서, "국민 행복"과 "지구촌 행복"을 중요 축으로 하는 외교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한국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달성한 경제적 성취를 공유하며, 세계인의 존엄과 행복 증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정부의 외교 정책은 곧 유엔의 목적 및 원칙과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지구촌 행복 달성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안보입니다. 한국은 특히 대량살상무기(WMD)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을 평화와 안보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 조사단 보고서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은 금세기 최악의 인도적 재앙을 낳았습니다. 화학무기의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행위이며, 한국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미-러 양국간의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에 관한 기본 합의"와 오늘 채택이 예상되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결정과 이를 강화하는 안보리 결의를 환영합니다. 우리는 시리아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약한 의무를 철저히 이행할 것과 북한을 포함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미가입 국가들이 동 협약에 조속히 가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진행중인 북한 WMD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수 차례의 안보리 결의에도 불구하고, 금년 초까지 국제적 의무를 정면 위반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해 왔습니다. 최근 IAEA 총회 결의에서도 강조된 바와 같이, 북한은 안보리 결의 2094호를 포함한 관련 결의에 규정된 의무를 엄격히 이행해야 합니다.

시리아의 경우처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되돌리기 위한 단합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는 상황을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무장과 경제개발의 소위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구체적 행동을 통해 진정한 변화의 길을 택한다면, 한국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테러리즘은 WMD 확산과 함께 21세기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엄중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주말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며, 금번 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한국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테러리즘도 배격하며,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지속 동참해 나갈 것입니다.

의장,

WMD 확산 등 당면한 안보 위협에 대한 대처와 함께, 한국 신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화해와 협력의 역내 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신뢰외교"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뢰외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강력한 안보로 평화를 지키면서 대화와 협력을 쌓아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정책입니다. 이러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통해, 신정부는 남북간 유일한 경협 사업인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견인해 냈습니다.

아울러, 한국은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와 화합의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유엔과 남북한이 이 제안을 함께 실현하여 한반도 신뢰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한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높은 경제적 상호 의존도에 상응하는 정치․안보 협력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제시하고, 모든 역내 국가들의 공통 관심사인 연성 이슈부터 대화를 시작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한국은 EU, OSCE, ARF 등 여타 지역 협력체들의 귀중한 성공사례도 참고할 예정입니다.

의장,

진정한 지구촌 행복 실현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증진입니다. 지난 세기 한국은 식민통치와 동족상잔 전쟁의 비극을 경험하였으며, 이를 통해 인권과 인도주의의 중요성을 그 어떤 나라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내 분쟁의 증대로 난민 및 국내 이산민이 우려될 만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시리아 내전에 따른 대규모 난민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난민 지원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다음 달 서울에서 개최될 시리아 경제재건을 위한 실무그룹회의도 공동주최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난민을 박해의 위협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서는 안된다는 국제법상 확립된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의장,

한국전쟁이 종식되고 60년 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천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한 합의에 의해 이번 주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극히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돌연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켰습니다. 이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결정입니다. 그동안 한국 신정부는 인도주의적 사안을 정치적 사안과 분리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습니다. 북측은 한민족 전체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 속히 상봉 행사에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합니다.

한국은 또한 분쟁으로 인한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동의 보호 문제에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 한국은 지난 2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분쟁하 민간인 보호에 대한 공개토의를 주재한 바 있으며, 새롭게 등장한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시어티브(PSVI)" 대표국가(champions)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분쟁하 성폭력은 가장 심각한 형태의 인권 침해 중의 하나이며,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및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 전쟁 범죄입니다.

특히, 지난 세기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성실한 반성과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들의 고통을 더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반성과 구체적 행동입니다. 유엔의 성폭력 특별보고관들이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전시 성폭력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서 특히 지금도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이 납득할만한 책임 있는 조치와 명예 회복, 그리고 아픈 상처의 치유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장,

저개발 및 절대빈곤 문제는 유엔이 당면한 핵심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2000년 새천년 정상회의 이래 국제사회가 MDG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 빈곤퇴치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지역, 국가, 계층별로 고르게 향유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우리는 금번 유엔 총회에서 "Post-2015 Development Agenda: Setting the Stage!" 주제 아래 미래 개발협력의 방향성과 로드맵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동의 개발목표는 단순한 소득 기준을 넘어 인간의 복지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인간 중심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구촌 개개인의 인간다운 존엄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적 가치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개발 주체간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그 역량과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2012년 출범한 부산 글로벌 파트너쉽이 post-2015 개발체제의 성공적 이행을 견인하는데 의미있는 기여를 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개발 비전은 한국이 "지구촌 행복 시대"를 통해 지향하는 목표와 일치합니다. 한국은 개도국 맞춤형 개발협력 추진을 통해 MDG의 남은 과제 달성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으로, 한국은 공적개발원조의 확대와 함께 새마을 운동과 같은 성공적 개발경험을 개도국과 지속 공유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지구촌 행복 달성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이와 관련, 한국은 최근 한국에 본부가 설치된 녹색기후기금(GCF)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의장, 사무부총장, 그리고 회원국 대표와 신사숙녀 여러분,

전 세계적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면서 전 지구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도전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엔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엔은 그간 국제협력의 구심점으로서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역할을 할 것을 기대받고 있습니다.

함마슐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우리는 "유엔이 비록 불완전하지만 보다 정의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불가결한 도구"라는 사실을 인정해 할 것입니다.

본인은 22년 전 유엔을 통해 범세계적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당시 한국 정부의 서약을 떠올립니다. 오늘, 본인은 유엔의 목표 실현을 통해 지구촌 행복시대 구현에 기여하겠다는 한국 신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이 평화와 개발과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유엔은 비로소 진정한 "인류의 의회(Parliament of Man)"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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