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과 제1장
一
편집덜크덕 덜크덕― 퍼언한 신작로에 소마차 바퀴 소리가 외로이 울린다. 사양(斜陽)에 키만 멀숙하니 된 가로수 포푸라의 그림자가 느른하니 길을 가로막고 있을뿐 별로이 행인도없는 호젓한 신작로다. 동리앞에는 곰방대를 문 영감님이 밝아숭이 손주놈을 더리고 앉아서 돌작난을 시키고 있다. 약삭발른 계절(季節)에 뒤떨어진 매아미 소리는 마치 남의 나라에 가친 공주의 탄식처럼 청승맞다.
「이러이소, 쯔쯔!」
안반짝 같은 소엉둥이에 철삭 무푸례 호초리가 운다. 소란놈은 파리를 날려주어 고맙게 역일 정도인지 아모런 반응도 없다. 그저 뚜뻑뚜뻑 앞만 내다보고 걸을뿐이다.
소마차가 동리앞을 지날때마다 주막집 뜰팡에 멍석을 깔고 땀을 드리던 일꾼들의 눈이 일시에 마차짐으로 옮겨진다. 이삿짐을 처음 보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눈에는 이 우차우에 실려진 가구며 세간이 진기한 모양이다. 항아리니 독이니 메주덩이 박아지짝― 이런 세간은 한개도 볼수없고 농짝은 분명히 농짝이다 생김생김도 그러려니와 시굴서는 볼수없는 허들겁스렇게 큰 장이다 이모 저모에 가마니 짝을 대어서 전부는 보이지 않으나마 넘어가는 해볕을 받아 거울이 번적한다. 함짝대신에 화류단청장 버들상자도 큰것이 네모 번듯하다 뭣에 쓰이는것인지 알길도없는 혼란스러운 갓이며 검고 붉은빛이 도는 가죽가방 면장나리나 무슨 주임 나리나가 놓고있는 그런 책상에 걸상도 화려하다.
「뉘 첩살림인게군.」
키만 멀쑥하니 여덜팔자 노랑수염이 담숭담숭 난 헐일없이 노름꾼처럼 생긴 한 친구가 이렇게 운을뗀다.
「토ㅅ자에 ㄱ햇네.」
누군지가 이렇게 받자,
「토ㅅ자에 ㄱ도 트ㅅ자에 ㄹ일세. 어디루 보나 저게 첩살림같은가. 첩 살림이면야 자개장이 번득이면 번득였지 사물상이 당한겐가. 저 짐임자들을 보지!」
이사짐에서 여나무간쯤 뒤떨어저서 곤색 저고리에 힌 바지를 받혀입은 청년이 하나 딸아섰다. 아직 해ㅅ살이 따가우련만 모자도 단정히 썼다. 나이는 한 삼십사오세 쯤 되었을까………….
청년은 한손으로 양장을 한 오륙세 된 게집아이의 손을잡고, 그옆에는 청년보다는 열살이나 차이가 있음직한 젊은 여인이 역시 양복을 입힌 머슴애의 손을잡고간다. 한 너덧살 되었음직한 토실토실하게 생긴 아이다. 과자주머니인지 발은손에는 새빨간 주머니를 늘였다.
「아빠 아직두 멀었수?」
말소리까지 타박타박하다.
「인저 조곰만 더 가면 된다. 에이참 우리 철이 착하다.」
청년은 담배에 불을 붙여물고 덤덤히 마차뒤를 딸아간다.
「화신상회만큼 되우?」
어린것은 몹시 지친 모양이다.
「그래, 그만큼 가면 되어.」
하고 안타까운듯이 젊은 여인이 대신 대답을 하자니까 어린것이 고개를 반짝 들구서 항의를한다.
「뭘 엄만 아나? 엄마두 첨이라면서.」
「그래두 난 알아. 그렇지요 아빠?」
「암, 엄만 알구말구.」
청년과 여인은 어린것을 번갈아 업기두하고 안기두 하다가 몇걸음 걸려도 보고 몹시 거추장스러우련만 별로이 그런티도 없다. 소에끌려가는 이사짐처럼 그는 묵묵히 끌려가고만있다.
「거 어디루 가는 이사짐요?」
동리앞을 지날때마다 소보고 묻듯 한다. 마차꾼은 「나는 소 아니오!」 하고 퉁명을 부리듯
「샌터짐요!」
하고 돌아다 보지도 않고 대답할뿐이다.
「낸터 뉘집짐요?」
「난두 모르오!」
하고는 소 엉등이에다 매질을한다.
「이러 이소! 대ㅅ구하기 귀찮다. 어서가자.」
동리를 빠저 나오더니 청년도 여인네도 뒤를 한번씩 돌아다본다. 무슨감시의 구역에서 벗어나기나 한때처럼 여인네는 가벼운 안도를 얼굴에 나타내기 까지한다.
「인저 내가 좀 물어봐야겠군. 아직두 멀었어요?」
「인저 얼마 안돼. 전에 다닐때 얼마 안되던것 같았는데 웨 이리 뭘까.」
혼자말에 우차꾼이 받아넘긴다.
「여름이라 길두 늘어나 그렇지요.」
얼마 안가니 조고만 실개천이 흐른다. 청년― 수택은 어려서 수수미꾸리 잡던 기억도 새로웠고 땀도 들일겸 길목 포푸라 그늘에서 참을 들이기로 했다. 이개천을 건너서 한 십분이면 그의 고향인 샌터에 다다르는것을 알기때문이기도 했다.
「영감두 쉬어 가치 갑시다. 자 담배한개 드슈.」
「고약두 있으십니까?」
「고약이라께?」
「이런담밸 피구 입술이 성할수가 있을라구요.」
이렇게 자미있는 늙은인줄 알았더면 정거장에서 부터 말벗을 해 왔더면 오는줄 모르게 왔을껄……… 하고 수택은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
수택은 차를 먼저 가게하고 천천히 세수도하고 발도 벗고 씻었다. 안해가 핸드백의 조고만 면경을 꺼내어 화장을 하는 동안에 어린것들도 벗기고 말끔히 씻처주었다. 물에 손을잠그고 있으려니 어려서 물장난하던 기억이며 그동안 세파와 싸운 삼십년간의 생활이 추억되어 덜크덕 덜크덕 멀어저가는 이사짐소리도 한층 더 서글펏다.
「패북자.」[1]
그는 가마니 이렇게 자기를 불러본다. 시내물은 조약돌이 옹기종기 몰켜있는 수택의 발밑을 지날때마다 뭬라고인지 쫑알대고 흘러간다. 이 물소리를 해득만 한다면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 되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의 수택으로서는 이 속사기는 물소리보다도 지난날의 추억보다도 패북자의 짐을 실고가는 마차바퀴소리만이 과장이 되서 울리는것이었다.
「패북자? 어째서 패북자냐? 오랜동안 동경해 오던 이상생활의 첫출발이지.」
누가 있어 자기를 패북자라고 부르기나 했던것처럼 그는 분명히 이렇게 반항을해본다.
二
편집사실 이번 길은 수택의 일생에 있어서 커다란 분기점이었다. 그것이 희망의 재출발이 될지 패북이 될지는 그가 타고난운명(?)에 맡기려니와 현재 그의 가슴에 채워진 감회도 이 둘중 어느것인지 그자신 모르고 있는터다. 그가 농촌생활을 꿈꾸고 이른봄 사―지안을 두둑하게 넌 춘추복 안 주머니에 너두었던 사직원이 이중봉투를 석장이나 갈갈이 피우고 여름을 났을때는 그래도 「패북자」란 감정이 없을때였다. 일금 오십원의 샐러리라면 그리 적은 봉급도 아니었다. 회사 총무부주임 말마따나 이런 자리를 노리는 대학출신의 이력서가 기백장 설합속에서 신음을 하고있는터다. 사변으로해서 갑자기 물가가 고등해진터라, 이정도에 수입만 가지고는 도저히 도회에서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기는하나 그렇다고 전혀 수입이 없는것보다 날것은 주먹구구까지도 필요치 않은것이었다. 그의 계획을 듣고 친구의 대부분이―아니 거의 전부가 반대를 한것도 실로 이단순한 타산에서였다. 너 굴러든 복박아지를 차 버리고 어쩔테냐는듯 싶은 총무부주임의 눈치나 철없이 날뛴다고 가련해하는 눈으로 보는 동료들의 말투가 그의 결심에 되려기름을 처 준것은 사실이기는하나 수택의 계획은 그네들이 보듯이 그렇게 근거가 적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계획의 무모함을 충고하는 친구와 동료들의 거의 전부가 생활난에 중심을 둔것이다. 그러나 일찌기 수택만큼 생활고를 겪어온 사람도 그만한 났세로는 드믄것이었다. 열두살에 고향을 떠나서 중학교를 고학으로 마쳤고 열일곱에 동경으로가서 C대학전문부를 마추는동안도 식당에서 벗겨내버린 식팡껍질과 먹고남아 버리는 밥덩이를 사다먹고 살아온 그였고 일정한 직업이 없이 오륙년동안 동경서 굴르는동안에도 공중식당 일망정 버젔하니 밥한끼 사먹어 보지못한채 삼십줄에 접어든 그였다. 조선에 나와서도 지금의 ×신문사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을 얻기까지의 삼년간은 십전짜리 상밥으로 연명을 해 온 그였고 직업이라고 얻어서 결혼을 한후도 고기한칼 떳떳이사먹어 보지못한 그였다. 더욱이 십개월이란 긴동안 신문이 정간을 당코 푼전의 수입이없었을때도 세끼나 밥을못끓이고 인왕산 중허리같은 배를 끌어안고 숨까지 가뻐하는 안해와 만 하로를 얼굴만 쳐다보고 시간을보낸 쓰라린 경험도 갖고있는 그였다.
이 십개월 동안에 그는 평상시 오고가던 친구들도 수입이 끊어지는날로 거래가 끊어지는것도 경험했고 쌀말이나 설넝탕 한그릇도 월급봉투가 없이는 대주지않는것도 잘 아는터였다.
「인전 널것도 없지?」
하고 물을때
「입은 것밖에―」
하고 대답하던 안해의 우울한 음성도 아직 귀에 새로웠고 십여장이나 되는 전당표를 삼개년 계획으로 찾아내던 쓰라린 경험도 아직 기억에 새로운터였다. 바로 신문이 해간되던 바로 그전달이었지만 막역지간이라고 사양해 오던 M이라는 친구한테 마침 그날이 월급이라서 (아니 월급날은 일부러 택한것이었지만) 삼원돈을 취대하러갔다가 거절을당하고 분김에 욕을 하고 돌아온사실을 기록해 둔 일기가 아직도 그의책상어느구석에 끼어져있을것이었다.
이 수택이가 선선히 사직원을 내놓고 나선것이니 놀랄 만한 사실임에 틀림은 없었다.
「그래 갑자기 살 그만두면?」
마즈막으로 사직원을 접수한 R씨가 이렇게 말했을때 그는 금후의 생활설계를 설명하는데 조금도 불안을 느끼지않았던것이었다. 다행히 고향에가면 십여두락의 땅이있고 생활수준이 얕어질것이요 고료수입도 다소 있을것이고……… 마치 R씨까지도 유인해서 끌고나갈듯이 호기가 있었든것이었다.
「좀더 신중히 하지?」
호의에서 나온 이런말에 그는 적의나 있는듯이,
「그럴 필요없지요.」
하고 그자리에서 내 찼던것이다.
사직 이유는 병이었다. 간부측에서 병?하고 반문했을만큼 그는 그렇게 잘못된 병자는 물론 아니다. 병이라면 그것은 생리적인 병보다도 정신적인병이 더위기에 가까웠었다. 의사들이 폐가 어떠니 늑막이 위험하니 할때도 한편 겁은 내면서도 또한편으로는 속 짐작이 있기는 했었다. 그와가치 소설을 써오던 H가 자기와 같은 자신으로 버티다가 쓸어진 그길로 끝을 막은 무서운 사실에 잠시 「아차」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마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직업을 버릴만큼 심약한 그도 아니었다. 이른봄 그가 안해도 몰래 사직원을 쓰고 도장까지 단정히 눌러가진것은 그의 조그만 영웅심에서였다.
수택은 동경서부터 소설을 써왔다. 장방형도 아니오 삼각형도 아니오 그렇다고 똑 떨어진 원도 아니다. 세상에서는 그를 혹은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렀고 한때 경향문학이 성할때는 혹은 반동 또 혹은 동반자라고 불렀고 또는 허무주의자라고 야유도했다. 그러나 기실은 그중 어느것도 아니었다. 그자신 자기의 특징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작가였다. 소설가로서 차차 알려질 임시해서―아니 그덕택이었겠지마는― 그는 취직은 했었다. 그것이 그의 작가생활의 마즈막이었다. 쩌날리즘이란 문학의 매개체를 통해서 그 갓난애 숨길만한 잔명을 유지해왔다.
첫월급을 타던 기쁨은 「지난 ×일밤 자정도 가까워 바야흐로 삼라만상이 잠들려할때 ××동 ××번지 근방에서 뜻아니한 비명이 주위의 정적을 깨틀였다. 이제 탐문한바에 의하면………」 이런 식의 기사를 쓸때마다 히미해졌고 그것이 거듭되기 一년이 못되서 그는 자기가 문학도였다는 의식까지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던것이다. 경찰서를 드나들며 강절도 밀매음 사기등속의 사건전말을 듣는것이 무슨 문학수업의 좋은 챤스나처럼 생각든것도 일시적이었고 악을폭로해서 써 민중의 좋은 시준이되게한다던 의협심도 기실 자기위안의 좋은 방패이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것을 깨달은후부터는 그는 완전히 기계였던것이다. 아침이면 나와서 종일 돌아다니다가 저녁―대개는 밤에 집이라고 찾아든다. 친구에 휩슬려 술잔도 마시고 회합에서 늦어 이차회가 벌어지고 이러구러 하로가가고 이틀이가고 달이바뀌고 연도가 갈리었다. 그러기를 五년―그동안에 수택이가 얻은것은 허영과 태만이다. 그밖에 얻은것이 있다면 자기가 아닌 이런 사회에서의 독특한 존재인 일르는바 친구―아니 지인(知人)이다.
그러고 잃은것은 얻은것에 비해서 너무나 많았다. 그는 적어도 세사람의친구는 가졌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한해 두해 지나는 동안에 세친구도 없어졌고 문학도로서 싸었던 조그만 탑도 출판기념회나 무슨 축하회의 발기인란에서나 겨우 발견하는 그런 존재가 되고 말았다.
동료들이 그달 그달 발표하는 작품을 읽을때마다 그는 우울했다. 우두커니 마즌편 힌 회 벽을 건너다본다. 성급한 전화 종소리도 그를 깨우처 주지못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받잖을 전환 뭣하러 놨나요?」
문득 고개를 들면 천리안(千里眼)이라고 소문난 편집장의 두줄 시선이 쏜다.
아모것 하나얻을것도 없는 회합에서 늦도록 붙잡혓다가 호올로 막차에 앉인때의 그 공허, 허무감 그것도 비길데 없는것이다. 어떤때는 그 큰 전찻간에 동그마니 혼자 앉아 갈때가있다. 그럴때면 저도모르게 눈속이 뜨끈해지는 일도 있었고 얼간이 술이 취했다가 깰 무렵에 집에 돌아가면 문득 수ㅅ보가 덮인 책상이 눈에 뜨인다. 펜까지 꽂혀있는 잉크스탠드, 한달가야 한번 건들여 주지도 않는 원고지가 마치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주인을 기다리고 망망한 대해에 떠있는 목선처럼 애처로워진다. 다소 술기운이 작용을 했겠지마는 그대로 책상에 엎들여 통곡을 하는것이었다.
「아니다! 낼부터는 나도 단연 공부를 하리라!」
이렇게 一년을 별러서 시작한것이 「소설못쓰는소설가」라는 단편이었다. 한소설가가 취직을 했다. 박쥐처럼 해를 못보는 생활이 계속된다. 무서운 정열로 창작욕을 흥분시켜 주기는하나 상이 마물러지기도전에 출근이다. 잡다한 사무에억매어 허덕이는 동안에 해가지고 오뉴월 엿가래 처럼 늘어진몸을 이끌고회합이다. 이차회다. 야근이다 를 계속한다. 이런 슬픈 이야기를 짜던그는 자기도 모르게 내일 형사들을 녹여내어 재료를얻어 낼계획이며 안(案)의 진행방법등을 공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운다.― 그러나 이 소설도 끝끝내 소설이 못되고 말았다.
그것은 몹시 무더운날 밤이었다. 그는 소학생처럼 벽에다 좌우명(左右銘)을 써 붙였다. 一, 조기할것. 一, 퇴사즉시로 귀가할것. 三, 독서, 혹은 창작할것. 四, 일찍 취침할것. 그러나 이 좌우명은 이튼날로 권위를 잃고 말았다. 이튼날은 사회부회의가 밤 아홉시까지나 계속되었다. 갑논을박의 三,四 시간을 겪은그는 돌아오는 길로 쓸어저자고 말았다. 이튼날은 신문사 주최인 축구대회기사로 야근을 했고 다음날은 부득이한 회합이 있어 역시 거기서 다시 이차 삼차를 거듭해서 집에 돌아온것은 새벽 세시였다.
「도대체 나는 뭣때문에 사는겔가 누구를 위해서 사는겔가. 문화사업? 흥!」
이러한 반문을 해 본다는것은 벌서 한 전설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수택은 또 한가지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적어도 자기는 신문기자가 아니라는것이다. 과거나 현재가 아닐뿐만 아니라, 영원히 신문기자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사실을 발견했던것이다. 아니 신문기자로서의 성공이 곧 문학적으로 그를 파멸시키는것이라는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던것이었다. 그것은 히극―아니 비극이었다.
三
편집수택이가 하로 이틀 쉬기시작한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하는일없이 교외를 빈들빈들 돌아다니었다. 하로는 S라는 동료를 유인해가지고 청량리로 나갔다. 전부는아니나 그만둘 계획만을 이야기하고 생계로 이야기가 옮아갔을때다. 그도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낸지 몰랐었다. 매커―한냄새가 코로 콕 찔른다. 그 냄새는 코를 통해서 심장으로 깊이 깊이 기어들어 가는것 같았다.― 흙내였다.
그것이 흙내라는것을 인식과 순간 일즉이 그가 어렸을때 듣던 아버지의 음성이 바로 귀ㅅ전에서 울리는것을 느끼었다. 사람은 흙내를 맡아야 산다. 너도 공불하고나선 아비와같이 와서 농사를 짓자.― 학문? 학문도 좋긴하다. 하지만 학문이 짐이될때도있으리라. 그때 그는 아버지를 비웃었다. 흙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면서도 흙에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아버지가 가엾기 까지 했었다. 그러나 조소하던 그 말이 지금 그의 마음을 꾹하니 사로잡은것이다.
「집으로 가자. 흙을만지자.」
수택의 로맨틱한 계획은 이리하여 세워진것이었다. 그의 첫계획은 그동안 장만했던 가구를 전부 팔아버리려 한것이나 안해가 너무섭섭해하기도 했지마는 그들이 상상한것의 절반도 못되었다.
이백원도 못되는퇴직금이 그들의 유一한재산이었다.
소꼴지개와 함께 수택의一행이 싸리삽작 문에 들어서자 누렁이란 놈이 컹하고 물어 박는다. 빈집처럼 찬바람이 휘 돈다. 남의 집으로 잘못 들어온모양이다. 수택은 분얗게 나와 문패를 보나 분명히 자기집이다.
「짐이 들어왔으니까 마중들을 나가신 모양이군요.」
안해가 들어가도 나오도 못하고 있는데
「오빠!」
소리가 나며 와―들 몰려든다. 십년가까이 못본 늙은 아버지도 설명을 듣지않고는 모를 아이들 속에 끼었었다. 뒤미처 찢어진 고무신짝을 집어든 고모도 왔고 폭 늙은 어머니도 뒤딸아왔다.
「그래 이 몹쓸것아 그렇게두……….」
하고 막 어머니의 원망이 나오자 그는 사랑으로나갔다. 이간 장방에 새에 장지를 질러 웃방은 남에게 세를주었는지 주판 소리가 달그락거린다.
「저 밖엣게 너들 짐이냐?」
「네.」
「그래? 헌데 갑작이 이게 웬일이냐?」
「차차 말슴 들이겠읍니다.」
수택은 안으로 들어왔다.
안채 웃쪽으로 달린 골방이 치워졌다. 바람이 잔뜩 든 벽하며 벽흙을 안고 자빠진 종이짝이며 비어 두었던탓인지 곰팡내가 펄석한다. 색지를 붙인 궤짝이며 주동이도 없는 단지, 도까비라도 나와 멱살을 잡을듯싶은 방이다.
홧대에걸린 헌옷은 흡사 죽은사람같이 늘어졌다.
수택의 그 아름다운 농촌생활의 첫꿈이 깨진것은 이 방에서였다. 그의 공상에서는 방부터가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았었다.
그날밤 아버지와 아들은 오라간만에 자리를 마조했다. 웃방에서 주판알을 튀기던 장사치도 갔고 단둘이 호젓이앉았다. 고향으로 나려오기로 하기는 하면서도 기실 수택은 집안에 대한 지식이 전혀없다. 자기가 집을 나갈때는 논이 한 이십여 두락에 밭이 여나무갈이나 있었다. 그후 동경서 나와서 들렀을때는 논 닷마직이가 줄었고 밭이 하루갈이 남의 손에 넘어갔었다. 그런지 칠년 그동안 거의 딴남처럼 서신하나없이 지나온 아버지와 아들이다. 물론 이렇다는 원인이 있은것도 아니다. 의식적으로 그런것도 물론아니다, 다만 이 문화인인 아들은 원시인 그대로인 아버지를 경멸했고 아버지는 또 아버지대로 너무나 문화한 아들을 경이원지 했을뿐이다.
「흙냄새를 싫여하는것이 사람이냐. 그깟놈 눈만 다락같이 높았지.」
그는 이렇게 자기아들을 조소했다.
아들은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흙투성이가 되어 사는 꼴이 싫다했다. 흙에서나서 흙을 만지며 컸고 흙을 먹고 사는 아버지― 옷에까지 흙투성이가 되어 사는 흙인지 사람인지 모를 한낮 평범한 농부에게 털끝만한 존경도 갖지 못했다. 당당한문화인 인 아들은 흙투성이인 김영감을 내아버지로라고 내세우기조차 끄려했다. 이러한아버지를 가졌다는것은 자기의 큰치욕이라고까지 생각해 온터다. 결혼을 하면서도 자기 아버지를 청하지 않은것도 그자신은 친구가 동료들한테 달리 변명을 했겠지마는 기실 자기 아버지의 그 흙투성이꼴을 뵈고 싶지 않다는 허영에서였다. 김영감만해도 이런눈치를 못챌리는없었다. 집안에서고 동리에서 웨 며누리 보는데 안가느냐고 해도
「아 그 잘난놈 잔치에 못난 애비가 가? 댕꼴 곽주식이 아들놈처럼 저애빌보구 누구냐니까 「우리집 머슴」하고 대답하더라는데 그런놈들이 애빌 보구 행낭아범이라구 하지말란법이 있다든가?」
이렇게 격분을했었다. 또 사실 그때의 수택으로서는 늑중 그렇게 대답했을것이었다. 그러기가 싫으니까 차라리 못오게 한것이었을것이었다. 이런아들이 지금 도시에는 얼마나 많을겐고?………
「사람이란 흙내를 맡아야 하느니라. 대체(도회)사람들이 암만 고량진미로 음식을 만든대도 시골음식처럼 구수한맛이 없느니라. 마찬가지야. 사람이란 흙내도맡고 된장맛도 나고해야 구수―한 맛이 나는게지. 음식이나 사람이나 대체 사람이 맑구 정오(경우)야 밝지! 허지만 사람이란 정오만 가지고 산다드냐! 일테면 말이다. 내가 네발등을 잘못해서 밟았다고 치자꾸나. 그러면 넌 발끈할께다. 허지만 우리 시골사람들은 잘못해 밟았나보다 하군 그만이거든 정오로 친다면야 남의 발의 밟은사람이 글치. 그래 이 많은 인총에 정오만 가지도 살려구?」
수택이가 중학교를 다닐때 고향에 돌아온것을 붙잡고 김영감은 이렇게 자기의 지론을 폈던것이다. 그때만해도 도회물을 먹은 아들은 물론 코웃음을 쳤었다.
몇핸가후다. 음력과세를 한다고 고향에 나려온일이 있었다. 이십년내의 혹한이니 삼십년내의 치위니 날마다 신문이 떠들어 댈때였다. 그는 겉으로는 하도 오라간만이니 집에와서 과세를 한다고 꾸몃지만 기실은 근방 읍에까지 출장이 있어서 온김에 들린것이었다.
그날밤 수택의 집에는 도적이 들었다. 벽에서 나는 황토냄새와 그야말로 된장내처럼 쾨쾨한 냄새로 잠을 못이루고있을때 울안에서 발소리가 난다. 조곰있더니 누군지 밖에서
「아무것두 없으니 나오! 나오」
하는 애원소리가 들린다. 아버지의 음성이었다.
수택은 문구멍으로 가마니내다봤다. 도적이 분명하다. 밖에서는 나오라고하나 나갈길을 막아선지라 어쩔줄을 모르는모양이었다. 황당해 한 도적은 급기어 애원을 하기시작했다.
「나갈길을 좀 틔워주서유!」
이때 그는 벌서 부억을돌아서 울안에 와 있었다. 손에 흉기하나 들지않은 좀도적임을 발견한그는 「억」 소리와 함께 덮치어 잡아나꾸었다. 그는 학생시대에 배운유도로 도적을 메어다치고는 제 허리끈으로 두팔을 꽁꽁 묶었다.
온집안이 깨고 뒤미처 김영감도 달려들었다. 영감의 손에는 지개작대기가 쥐어 있었다. 도적놈도 그랬고 수택이도 그랬고 온 집안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 몽둥이에 마질사람은 그 도적이라고―.
그러나 아니었다. 지개작대기에 아래종아리를 얻어마진것은 아들이었다. 수택자신도 그랬고 도적도 그랬을게고 집안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것은 영감이 흥분한남어지 잘못때린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수택은 얼른 피했었다. 피하고는 안심을 했던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김노인의 작대기는 재차 아들에게로 향하고 겨누어졌다.
「이몰인정한 녀석 내물건 도적안맞었으면 그만이지 사람은 웨 친단말이냐! 응 이 치운겨울에 도적질하는사람은 여북해 하는줄 아냐? 우리에 시골 사람은 그런법이 없다!」
도적은 울고 있었다. 도적의 등에는 쌀한말이 짊어직혀졌다.
이튼날 수택은 지루할만큼 긴 설교를 듣지않으면 안되었다.
「사람이란 법만 가지구 사는게 아니니라. 법만 가지고 산다면야 오늘날처럼 법이 맑은세상이 또 어디 있겠니. 법으로만 산다면야 법에 안 걸릴놈이 또 어딨단말이냐. 넌 법에 안걸리는일만 하고사는상 싶지? 그런게 아니니라. 올갈에두 가다무라란 사람의 과수원에서 사괄하나 따먹다가 징역을 갔느니라. 남의것을 따는건 나쁘지, 나쁘기야 하지만 그게징역갈 죈 아니지. 어젯밤일을 본다면 넌두 네 과밭의 실괄 따면 징역보낼 사람이 아니냐 너 어제 그게 누군줄아냐? 모르는체 하긴 했다만 내 저 아버진 잘 안다. 알구보면 다 알만한 사람이야. 시골서야 서로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냐. 모두 한집안식구거든……… 사람사는 이치가 다 그런게란말야!」
―이러한 일이란 적어도 도회인의 감정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수택은 오늘 아버지와 마조앉아 이야기하는 동안에 막연하나마 이 이르는바 「흙냄새의감정」 이 이해되어 지는것같이 느껴지는것이었다.
김영감은 아들의 이 뜻하지 않은게획을 듣고는 뛸듯이 기뻐했다. 아들은 논 닷마직이에 밭 하루갈이만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자리 좋은논으로만 여듧마직이를 내주었고 집도 한채 세워주기로했다. 물론 소작권을 이동받은것에 불과했었다. 그의 집안에는 논닷마직이와 밭두어때기가 남어있을뿐이란것도 그제서야알았다.
「피란무서운것인가 보구나. 난 네가 아비 옆으로 와서 이렇게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드니라! 첨엔 담담하겠지마는 차차 농사에도 자밀 붙이구― 허지만 걔가 이런 구석에서 살려구 허겠느냐?」
「웬걸요 저 보다두 제가 서둘어서 한 노릇이니까 별말 없을겝니다.」
「그래? 그럼됐구나 뭐. 인저 나두 남들한테 떳떳스럽구―」
버젓이 아들을 둘씩이나 두고도 자식을 거느리고 있지못한것이 동리 사람들보기에 미않다는것이었다.
하여튼 이리해서 수택의 농촌생활은 시작이 된것이었다.
四
편집집은 조고만 동산밑 이동리 면장이 첩집으로 지었던것을 일백삼십 원에 사기로했다. 퇴직금이었다. 그앞으로 수택네집 소유인 천여평의 밭도있어 거기에 심었던 무와 배추도 그대로 수택의 소유로 이전이 되었다.
첩의 집이었던만큼 회칠도 했고 조그만 반침도 붙어 있었다. 그러나 아모래도 시골집이다. 수택이네 큰 이불장만은 역시 들어가지를 않아서 봉당에다 받힘을하고 놓기로했다. 그들 부처는 거기에다 마루라도 들였으면했으나
「얘들아 쓸데없는 소리말아라. 이 물까 비싼세상에 마룬 들여 뭣한다든? 마루가 없어 밥을못먹진 않는다.」
하는 바람에 안해는 실쭉해하면서도 댓구만은 없었다. 김영감은 아들내외가 대체사람 인체하는것이 마땅치않었다. 양복대기를 꼬이고 나오는것도 눈에 가시처럼 대했고 며누리의 틀에머리도 못마땅해한다. 그래서 그 처는쪽을찟고 수택은 고의적삼을 장만했다.
「시골 시골 해두 난 이런 시굴은 못봤어요. 산이 하나 변변한가 물한줄기가 시원한가 이런곳에와 살바에야 만주 벌판에 가서 황무지를 일구어 먹지.」
사실 수택이도 이 안해말에는 동감이었다. 전에도 무심히 보아 그랬던지 자연도 다른곳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으나 멀숙한 포푸라와 아가시아 숲이 실개천가에 하나 있을뿐 이렇다는 특징도 없는 산천이다. 장성해서는 가 본일도 없지만 어렸을 제의 기억대로라면 그 아가시아 숲앞에는 상당히 깊은물도 있었고 큰 고기도 은비늘을 번득이었고 숲에서는 매아미며 꾀꼬리도 울었든것같이 기억이 되었으나 다시 가보니 조고만 웅덩이에는 오굼에 차는물이 고였고 가문탓도 있겠지마는 송사리떼가 발소리에 놀라서 쩔쩔맬뿐이다. 숲 속의 원두막 정취도 그지없이 시적인듯이 기억이되었으나 막상 가 보니 그도 평범하기 짝이없다. 숲속은 그나마도 습했다. 월여를 두고 가물었다것만 발을 드놀때마다 지적지적한다. 꾀꼬리가 울었다고 기억한것도 그의 착각이었다. 이런 숲에 들어오면 꾀꼬리도 목이 쉬리라 싶었다. 이런데서도 우는 꾀꼬리가 있다면 필시 청상과부가 된 꾀꼬리라했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자연이었던가?」
속기나 한것처럼 허무해서 우두머니 섰으려니까 김영감이 꼴 지개를 지고 나온다.
「옜다 이건 네게다 이런데 와 살자면 모두 배워야지!」
숫돌물이 뿌여케 그대로 말라붙은 낫이다. 수영은 아모말없이 받아들고 딸아가다가 자연말을 했다.
「뭐? 경치? 얘 넌 경치만 먹구 살 작정이야? 여기 경치가 어때? 산이 없냐 물이 없냐. 숲이 있겠다 십리만 나가면 수리 조합 보가 있겠다…………」
「볼게 뭐 있어요?」
그것이 자기 아버지 탓이기나 한것처럼 퉁명스럽게 사방을 훑어보려니까
「그래 여기 경치가 서울만 못하단말이냐.」
하기가 무섭게 지개를 벗겨 내던지고는 상스러울 만큼 수택의 목 덜미를 잡아 가랭이 속에다 집어 넣는다.
「자 봐라! 먼산이 보이고 저숲이며 저물이며 이만하면 되잖았느냐!」
수택은 너무 흥분이 돼서 서드는 통에 어리둥절 하고만 있었다. 엄한 독선생을 만난때처럼 부자유했다.
「그래 보렴. 세상이란 모두 거꾸루 봐야하는게다. 경치 경치하지만 제대루 볼땐 보잘것 없던것이 가랭이밑으로 보니까 히한하잖으냐. 사람산다는것두 그러니라. 너들 눈엔 여기사람들 사는게 웃읍지? 허지만 여기 사람들은 상팔자야. 더 촌에 들어가보면 조밥이구 꽁보리밥이구간에 하루한낄 제대루 못얻어먹는다. 그런걸 나려다보면 되나. 거꾸루봐야지! 너들 눈엔 우리가 이러구 사는게 개돼지 같이 뵈겠지만서두 알구 보면 신선야. 신선. 너들 월급쟁이에다 대? 그 연기만 자옥한 돌판에서 사든 서울사람들에대 대? 보렴 네, 여기 사람들이 어떻든? 너들처럼 얼골이 새하얗진 않지? 그게 신선이 아니구 뭐냐?」
이 급조(急造)된 「젊은 신선」은 그날 해가 지도록 끌려다니며 왁새에 서뻑 서뻑 손을 비며 풀을 베었다. 하면 되리라고 생각한낫질이 그 좁은 원고지칸에 글자를 써넣기보다 이렇게 어려우리라고 생각지 못했던것이었다.
아침에는 새벽같이 끌리어 일어났다.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어험」 소리가 문턱에난다. 가나보면 김영감의 삼탬이에는 벌서 쇠똥이 그득하게 담겨져 있었다.
「네 봐라. 이놈이 줄땐 허리가 아파도 논에다 넣두면 베가 그저 시커매지는구나. 그까짓 암모니아에다 대? 그걸 한가마에 五원씩 주고 사다 넣느니 이놈을 몇칠 주었으면 돈 벌구 거름 생기구……… 자 어서 차빌 차려라. 네댁두 깨우구. 해가 똥구먹까지 치밀었는데 몸이 근지로워 어떻게 질퍼니 눴단말이냐.」
수택이 부처는 처음에는 허영이었다. 대학을 마추고 세수물까지 떠다 받히라던 수택이와처가 매일처럼 그 드센일을 한다해서 동리에서 한 화제꺼리가 될것을 상상만해도 유쾌한 일이었다. 그러고 사실 수택이가 헌 양복조각을입고 밭을맨다거나 삽을 집고 물꼬를 보러간다거나 비틀 비틀 꼴지개를 지고 개천을 건너올때 마다 동리 사람들은 경이의 눈으로 그를 맞었던것이었다. 그의 안해가 물동우를 이고 비탈을 내려가다가 발목을 삐끗해서 동우를 해 먹었을때도 그들은 웃는대신 동정의 눈으로 보아주었고 호미를 들고 남편뒤를 따라 나서는것을 보고는 이웃집 달순이며 앞집 봉년이를 큰일이나 난듯이 불러다 구경을 시키고 했던것이다. 그들은 동리 사람들의 이런 경이의 시선을 등뒤에 느끼며 일을 했다. 이런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심지어의 위안이기도 했다. 지금의 그들에게는 잘하는것이 자랑도 되었지마는 못 하는것도 부끄럼이되지 않는 유리한 조건이 있었던것이다.
「얘 애어마. 너 그렇게 호밀 깊이 묻으면 배추뿌리에 바람이 들잖겠냐. 요걸 요렇게 다루어 가지고 살짝 흙을 이르키고 이쪽손으로 풀을 집어내야지. 허 그래두 그러는구나. 옳지, 옳지.」
이렇게 새 며누리 (실상은 헌 며누리지만) 한테 잔소리를 하는가 하면 어느새 수택의 등뒤에 와서 서 있는것이었다.
「에이끼 미련한것! 배추밭 매는걸 밥먹듯 하는구나. 밥한술 떠 넣구 반찬 한가지 집어먹구― 그식이 아니냐. 아 이쪽으룬 흙을 이렇게 이르키면서 왼손으룬 풀을 집어내야지. 그걸 어떻게 따루따루…….」
「아직 손에 안익어 그렇습니다. 아버지.」
수택은 이렇게 변명을 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밤에는 꺼적한닢이 등에 지워진다. 물꼬를 지키라는것이었다.
「네게 준건 난 모른다. 농사 다 지어논게니까 걸음세까지 네손으로 해서 꼭꼭 챙겨놔야 삼동을나지!」
동구를 벗어나오니 약간 일그러진 달이 아가시아 숲에 걸렸다. 말복도 지난지 오랫건만 아직도 바람은 무더웠다. 천변에는 여기저기 동리 부인네들이 보리밥 먹기에 흘린땀을 드리고 아이들은 조약돌들을 또닥또닥 뚜드린다. 실개천 물소리도 제법 여물다. 풀섶에서 반디불이 반작이고 개구리 소리가 으수이 어울리는것이 역시 아직도 여름밤이다.
수택은 빨래자리로 놓은 돌우에 쪼그리고 앉어서 양치를 쳤다. 아침 저녁으로 반죽한 치분으로만 닦아온 이가 물로만 웅얼웅얼 해뱉아도 입안이 환한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는 삽을 질질 끌고 징검다리를 건너 논길로 들어섰다. 광대줄타듯 하던 논두덩도 어느새 평지처럼 평탄해진것 같고 아래 종아리에 채이는 이슬이 생기없는 감촉을준다. 애스팔트를 거닐다가 상점에서 뿌린물이 한방울만 튀어도 시비를 걸던일이 마치 옛날 꿈 같았다.
「이만하면 나도 농촌 제一과는 마춘셈인가?」
구수한 풀행기가 코를 통해서 가슴속까지 스며드는것을 그것이라고 느끼며 수택은 이렇게 혼자 중얼거려본다. 밤 이슬에 눅눅하니 젖은 샤쓰에서도 차츰 차츰 불쾌한 감촉이 없어저간다. 쫄쫄쫄 웃논뱀이서 아랫논으로 떨어지는 물꼬소리에 금시 벼폭이 부쩍 부쩍 살이 찌는것 같이 느끼어지는것은 벌서 그의 문학적인 감각때문만이 아닌것같았다.
여나무 다랭이건너 도독한 밭 모롱이에서 누군지 단소를 처량스러이 불고있다. 역시 물꼬 보는 사람이리라. 그 마즌편 아가시아가 몇주 선 둔덕 원두막에서는 젊은이들의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술집 여인들이 놀러나왔는지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가끔 섞여나온다.
수택은 물꼬를 삑 한번 둘러보고 원두막으로 어슬렁 어슬렁 올러갔다. 발소리에 노래소리가 딱 그치며 누군지 소리를 딱 질른다.
「누구요!」
「나요!」
「어 서울 서방님이시오. 그래 요샌 꼴지개가 등에 제법 붙든가.」
꺼르르 웃음이 터진다, 시골 살면 그야말로 말소리에도 흙내와 돈장내가 나는겐가……… 수택은 원두막 새다리를 한칭 한칭 올러가며 이렇게 생각해 보는것이었다.
「내게선 언제부터나 흙냄새가 나려는고……….」
五
편집분명한 울음소리다. 그도 여자의―. 아니 듣고 있을 스록에 그 울음 소리에는 귀가 익다. 누굴까?……… 이런 생각하는동안에 눈이 아주 뜨였다. 어느땐지 멀리 물방아 돌아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릴뿐 어린것들의 숨소리 조차 고요하다.
옆을 더듬어 보니 어린것들만이 만저지고 응당 그옆에 누었어야할 안해가 없다. 수택은 그대로 죽은듯이 누어 눈에 정기를 뫃았다.
또 울음소리다. 그것은 마치 앵금줄을 그리는듯싶은 애절한 울음소리다― 안해였다.
「여보!」
「…………」
「여보!」
대답대신에 울음소리가 한칭 높아진다. 그도일어나서 안해의 옆으로갔다.
「웨 그러오?」
「말을 해야알지. 뉘가 뭬라 그럽디까?」
「안요.」
「그럼 어디가 아프오?」
또말이 없다.
「말을 해야 알잖소. 왜 그러오?」
「설사가 나요!」
안해는 이 한마디를 하고는 그대로 흙 흙 느낀다. 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탁 터졌다.
「나이 삼십이 가까운 여자가 설사난다구 자다말구 일어나 앉아 운다? 흐흐흐흐.」
「설사가 자꾸 자꾸 나니까 그렇지요.」
울음반 말반이다. 그는 또한번 커다랗게 웃었다.
「여보. 그래 설사가 나건 약을 사다 먹든지 밥을 한끼 굶고서………」
하는데 안해는
「그만 둬요. 당신처럼 무심한이가 어딨어요!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오던날부터 설살 하구 눈이 퀭하니 들어가도 일언반사가 없으니.」
「그러기에 약을사다 먹으랬지. 내야 집에 붙어있어야 알지.」
안해는 또 모를소리를 한다.
「이떻게 나는 설사에 약이 무슨소용야요. 밥을 갈아 먹어야지!」
그제야 수택은 설사 나는 원인을 눈치 챘던것이었다. 그렇게 말을 듣고 생각하니 자기도 오던 이튼날부터 설사가 났다. 갑작이 물을 갈아 먹은 관계려니 했으나 며칠을 두고 설사가 계속되었다. 기실은 아직까지도 소화가 그렇게 좋지는 못한 폭이었다.
「보리끝이 자꾸 배속에 들어가서 장을 꼭 꼭 찔르나바요. 필련이두 자꾸 배가 아프다고 저녁마두 한바탕씩 울고야 잔대요.」
「흥 창자두 흙내를 맡을줄 알아야 할까 보구나………」
그는 아모말도 못했다. 아직 살림 연모가 가추어지지도 못했고 여름에 딴불을 때느니 반만은 집에서 함께 먹기로 했던것이다. 그러자니 시골의 이철은 꽁보리 밥으로 신곡장을 대는 동안이다. 쌀밥만 먹던 창자에 갑자기 깔깔한 보리쌀만이 들어가니까 문화생활만 해오던 소화기가 태업을 시작한것이었다.
「그럼 쌀을 좀 두어달라지. 기실 난두 늘 배가 살살 아팠는데 그걸 난 몰랐구려.」
「야단나게요! 아버님이 이번엔 또 창자를 꺼꾸로 달구 먹으라고 걱정 하잖으시겠어요?」
가랭이 속으로 경치를 본이야기를 안해는 생각 해 낸 모양이었다.
「그만 자우. 내 낼 아버지께 말슴해서 당분간은 쌀을 좀 섞어 먹도록 할께니까.」
그는 어린애를 달래듯 안해를 재웠다. 추수만 끝나면 남편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수 있다는데 유일한 히망을 붙이고 있는줄을 알고 근 이십일이나 설사를 하면서도 군말한마디 않었다는데 표시는 안했지만 여간 감격한것이 아니었다. 부디 그런마음을 버리지 말라 했다.
이튼날 부터는 쌀이 반은 섞이어졌다. 아버지의 성미를 잘 아는지라. 수택은 용기를 못내고 필련이란년을시켜 하라버지를 졸르게 했던것이다
「할수없구나. 그것들이 창자까지 사람창잘 못가졌으니 딱한 노릇이다. 그러시겠지」
딸년은 할아버지의 흉내를내며 자미낳게 웃었다.
그러나 쌀의 분량은 점점 줄어갔다. 그대신 보리가 늘었고 조가 뛰어들었다. 감자니 기장같은 잡곡도 간혹 섞였다. 하로바삐 신곡이 나기를 기다리는것이― 지금의 수택부처와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낙이었다.
이때부터 수택의 창작욕도 벗적 늘어갔다. 오래전부터 그의 머리속에서 매댁이를 치던 어떤 역사소설의 상이 거의 가다듬어질 무렵에는 수택이가 물꼬를 매고 이듬매이를 해준 벼도 누렇게 익어갔다. 집앞 터밭의 배추도 제법 자리를잡고 토실토실 살쪄갔다. 사람이란 이렇게 욕심이 많은겐가 싶었다. 손이라야 몇번 댄 곡식도 아니것만 야므지게 여믄 벼알이며 배추 한폭에까지도 맛보지 못한 그윽한 애정을 느끼는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일즉이 깨알처럼 씨워진 원고지의 글자를 보는때의 그 애정 그 감격과도 같은것이었다. 일년내 피와 땀을흘려야 벼한톨 얻어먹지 못하고 빈손만 털고 일어나는 소작인들의 그애절해 하던 심정도 지금서야 이해되는것 같았고 매년 그러리라는것을 빠안히 내다 보면서도 그 농사를 단념하지 못하는 그네들의 심정도 이해되는것 같았다. 타적 마당에서 벼한톨이라도 더 차지할것을 전제로한 애정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마는 단지 그러한 이욕만으로 그처럼이나 벼한폭 배추 한닢을 사랑할수가있을까. 그것은 마치 종이값도 못되는 원고료를 전제한 작품이기는 하지마는 쓰는동안에는 그러한 관념이 전혀없이 그저 맹목적인 정렬을 글자 한 자 한자에마다 느끼는것과 무엇이 다르랴 했다. 애정이란 이해관계를 초월한다는것을 수택은 또한번 생각한다.― 이애정― 그것으로 인류는 살아가는것이오 이애정으로 도덕을 삼는데서만 인류는 행복될것이다 싶었다. 아버지의 늘 말하던 소위 「흙냄새」와 「된장내」란 결국 이런 애정을 의미한것이 아닐까. 그렇게도 생각해본다. 「대체사람」들에게서는 흙냄새가 안난다는 그 말은 곧 이 이해를 초월한 애정이 없다는 말이 아닐까. 언젠가 집안에 도적이 들었을때 도적을 잡았다고 자기 아버지는 그를 따렸다. 도적질은 분명히 악이다. 악을 제지하고 악을 미워하는것은 선이다. 이것은 사람이 가진 그러고 가져야할 위대한 정신인동시에 본능이다. 이 선 이 본능에대해서 그의 아버지는 지개작대기로써 예물했다. 그러면 그의 아버지는 도적질을 악으로서 인정치 않는것일까하면 그렇지는 않다. 흙속에서 나서 흙과 같이 자라고 흙과더불어 살아온 그에게는 포근포근한 흙의 감정과 김가고 이가고 정가고간에 씨만 뿌려주면 길러주는 그러한 흙의 애정속에서만 살아온 그는 없어서 남의것을 훔치는 도적놈보다도 흙의 냄새를 맡을줄 모르고 흙의 애정을 유린한 철두철미 「대체사람」인 아들에게 보다더 증오를 느꼇기때문이었으리라.
수택은 무서운 정렬로 자기의 농작물을 사랑했다. 그것은 자기의 작품을 사랑하던 그 정렬이었다. 문득 꺼추해진 벼폭을 발견하고는 인쇄된 자기작품에서 전부 뒤바뀐구절을 발견할때와 똑같이 놀랐다. 그것은 그지없이 불쾌한 순간이었다. 수택은 그대로 논으로 뛰어들었다. 아래똥아리 부터 벼폭이 노랗게 말러든다. 이삭은 알맹이 한개 안든 빈 쭉쟁이었다. 격한 남어지 그는 벼폭을 잡고 나꾸었다. 각충이란 놈이 밑 대궁에 진을 치고 보기좋게 까먹은것이었다.
그는 삼십여년의 반생동안 이처럼 격한일이 없었다. 이만큼 어떤 물건이나 생물에 대해서 징오를 느껴본일이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또 자기 혈관속에 이토록이나 잔인한 피가 흘르고 있었다는것도 오늘서야 처음 발견 했던것이었다. 그는 벼폭을 발기고 일일히 각충을 잡아냈다. 그래서는 돌우에다놓고 짓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것이 었다. 그는 일생 처음으로 미움다운 미움을 경험했다고 생각하였다.
수택은 처음 고향에 돌아와서 동리사람들의 시선에서 차디찬것을 느끼었었다. 말만 고향이지 눈에 익은얼굴도 거의 없었다. 파도에 밀린 배쪼각처럼 이리밀리우고 저리쫓기어 태반은 타곳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때 그 차디찬 시선에 그는 일종의 반감까지 이르킨일이 있었으나 지금 가마니 생각하니 그래도 자기 아버지가 아들에게 품고 있던 그징오보다는 오히려 나은것이었다 싶었다.
「그렇다. 하로바삐 나도 대체사람의 탈을벗고 흙과친하자. 그래서 흙의 냄새를 맡을줄 아는 사람이 되자.」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타일를때 누군지 귀에다 대고 소리를 꽥 질른다.
「그것은 퇴화다!」
그것은 대체사람인 또한 다른 수택이었다. 물방울 한개만 튀어도 시비를 가리고 파리한마리에 상을 찡그리고 데파―트에서 한시간식이나 넥타이를 골르던 도회인의 반역이었다.
「퇴화? 퇴화 좋다.」
「아니 패북이다! 패북자의 액변이다. 도시생활― 문명사회에서 생활경쟁에 진 패북자의 자위수단이다. 그것은―」
「아무것이든 좋다.」
그는 이렇게 발악을 했다.
이러한 마음의 투쟁은 날을 거듭할수록에 직력해 갔다. 수택이가 자기의 피에는 흙의 전통이 흘르고 있다고 생각한것은 한 착각이었다. 눌르면 눌를 수록에 문화에 주린 도회인의 반항은 억세갔다. 포근 포근한 흙을 밟는 평범한 감촉보다도 가죽을 통해서 오는 포도(鋪道)의 감촉이 얼마나 현대적인가 했다. 그것은 마치 필대로 핀 낡은 지페를 만질때와 빠작소리가 그대로 나는 손이 부어질것 같은 새지폐를 만질때의 감촉과의 차이와도 같았다. 사람에게서나 자연에서나 입체적인 선(線)의 미가 그리웠다.
「아니다. 참자. 흙과 친하자!」
수택은 벌떡 일어났다. 참새떼가 와―하고 풍긴다. 이 젊은 도회인이 도회의 환상에 사로 잡힌동안 참새떼들은 양양해서 벼톰을 까먹고 있었던것이다.
「우여 우이!」
건너 다랭이로 옮겨앉는 참새를 쫓아서는 두덕을 달리었다. 참새떼는 적어도 수백마리는 되는것같았다. 한마리가 한알씩만 까 먹었대도 수백톨을 까먹었을것이다. 그는 달리다말고 벼이삭에 눈을 주었다. 누―렇게익은 벼폭들이 생기가없다. 그때 울컥하고 가슴에 치미는것이 있다. 징오였다. 도시생활에서 세련이 된 현대인의 징오였다. 이 가진 정성과 피와땀으로 가꾼 곡식을 작난하듯 까먹고다니는 참새에 대한 징오가 현기증이 날정도로 머리에찬다.
「우여! 우이!」
꼼작도 않고 참새떼는 몸견디어 하는 이삭에 그대로 조롱조롱 매달렸다. 그는 무서운 정렬로 기관총을 사모했다. 전쟁 영화에서 보듯이 삥 한번 둘렀으면. 톡톡소리와 함께 쏘나기 처럼 떨어질 참새떼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 도회인의 간담은 기분간의 위안을 받는것이었다.
도적놈을 따릴때 아버지가 자기에게 느끼던 징오도 이런것이었을까?………
六
편집행결 볕이 엷어졌다. 벌레소리도 훨씬 애조를 띠고 달빛도 감상(感傷)을 띠었다. 이집저집에서 마당질소리가나고 밤이면 다드미소리도 야므러갔다.
수택이네집에서도 새벽부터 타적이 시작되었다. 한모로는 벼를 져날르고 한모에서는 「뛰려라」 소리를 연발하며 위세를 올렸다. 한모에서는 도급기(稻扱機)가 붕붕하고 돌아간다. 여인네들의 치마자락에서도 바람이 난다.
수택이도 벗어붙이고 지개를 젔다. 아직 다리는 헌청거리나 그래도 대여섯 묶음씩 저날렀다. 인저는 벌써 그의 노동을 신성시하는 사람도 없었고 동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명실공히 한 농부였다. 서투른 낫질에 손가락을 두개나 첨맺지만 보는사람도 그랬고 그자신도 그것은 큰 상처로 알지도 않을정도까지 이르렀다. 안해 역 호미자루에터진 손바닥이 아물지를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혼자 일어나앉아서 밤을 패워가며 울지는 않았다. 아프니 자시니 했다가 그말이 시아버니 귀에 들어가면 동정대신에 핀잔을 맞을것을 알기때문이기도 했을것이다. 가끔 그에게는 아버니가 남에게만 후하지 자식들한테는 너무 박하다는 불평을 말하는때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가 시인을 하는정도로서 갈아앉았다. 사실 그 자신도 다소 심하지 않은가 하는 불평은 여러번 품었었다. 손에 익잖은 자식이 서투른 낫질을하다가 손을 다치어도 먼저 핀잔부터 주었다. 그것은 어떻게보면 징오와도 같은것이었다.
그도 분얗게 벼단을 져 날렀다. 이 벼단의 대부분이― 아니 어쩌면 거의 전부가 낡아빠진 맥고모자를 뒤꼭지에 붙인 되바라진 젊은친구의 손으로 넘어가리라는것을 잘 알면서도 수택은 그것을 억지로 생각지 않으려 했다.
그의 아버지도 그 위인이 나와서 버틔고 선후로는 분명히 얼굴에 검은빛을 띠웠다. 자식에게 그런 눈치를 안보이려고 비상한 노력을 하는것이 그것이라고 엿보였다. 수택도 아버지의 이 노력에 협조를 했다.
도합 스물 두마직이에서 사십석이 났다. 사십석에서 스물닷섬이 소작료로 제해졌다. 사십석에서 스물닷섬― 열닷섬. 그의 지식은 처음 긴요하게 씨어졌다.
그러나 이지식은 정확성을 갖지못한것이었다. 거기서 비료대로 한섬두말이 제해졌고 안해와 게집사아이들의 설사를 치료한 쌀값으로 장리벼를쳐서 열두말이 뜨였다. 지세도 작인과 지주가 반분해서 물기로되어 있었다. 지세로 또 몇말인지 뜨였다. 그는 말질을 하는 되강구가 바루 지주나 되는것처럼 그의 손목이 미웠다. 우루루 덤비어 되강구의 목덜미를 잡아 나꾸고 벼덩이 속에다 쿡 처박고 싶은 충동을 이를 악물고 참는것이었다.
수택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 옴팡하니 들어간 눈에서는 황혼을 뚫고 무시무시한 살기띤빛을 발하는것이었다. 그는 방공연습을 할때의 그 휘황한 몇줄의 탐조등 광선을 연상하였다.
김영감은 꼼작도않고 한자리에 서 있었다. 베덤이는 보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사음을 노리는가하면 그것도 아닌것 같았다. 영감은 내년 이때까지 살아갈길을 궁리하는것이었다.
「자. 질머저라!」
수택은 깜작 놀랐다. 남은 벼 여나문섬이 가마니에 채워졌다. 전혀 자신은 없었으나 벼 이백근을 못지겠노란 말도하기 싫어서 지개발을 디어밀었다
「엇차.」
옆에서는 벌써 지고 일어나서 성큼 성큼 걸어간다. 그도 엇―ㅅ 차소리를 첬다. 땅짐도 않는다.
「자. 들어줄께니― 엇 차―」
그는 있는힘을다해서 무릎을 세우려했다. 그러나 오금은 뜨는둥 마는둥 하다가 그대로 똑꺾인다. 안되겠니 다른사람이 지라노니 이론이 분분하다. 그래도 그는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지기까지는 버티였다. 이를 북북갈며 기를썼다. 힘을 북주었다. 오굼이 떨어젔다. 그러나 다리가 헌청하며 모여선 사람들의 「저젓 저것」 소리를 귀결에들으며 그대로 픽 한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넘어간 순간
「에이끼 천치자식」
하는 김영감의 소리와 함께 빗자루가 눈앞에 휙한다. 머리에 동였던 소군이벗겨졌다.
「나오게 내 짐세. 나와」
하는 누군지의 말을 영감의 호통같은 소리가 삼키었다.
「놔 두게! 놔 둬! 나이 사십이 된 자식이 벼한섬 못지겠는가. 져라 져 어서 일나!」
그는 이를 악물고 또 힘을 북주었다. 오굼이 번쩍 떳다. 뒤뚝 뒤뚝 몇걸음 옮겨놓는데 눈과 코속이 화끈하며 무엇인지가 흘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저 피! 코필 쏟는군. 나려 놓게!」
하는 동리사람들 소리끝에
「놔들 두게! 제손으로진 제 곡식을 못저다 먹는것이 있단말인가! 놔들두게.」
수택은 눈물과 코피를 좍좍 쏟아가면서도 그래도 자꾸 걸었다. 내일은 우리논 닷마직이의 타작이다! 그는 이런생각을 억지로 즐기려 노력을했다. 一四•七月
作者(작자) 付記(부기). 이런것을 달고 싶지는 않으니 不得已(부득이)하다. 이는 農村(농촌)을主題(주제)로한 어떤長篇(장편)의 序曲(서곡)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短篇(단편)으로 볼수있을것 같기에 敢(감)히 發表(발표)하는것이다.
라이선스
편집- ↑ 패배자(敗北者)의 北를 「북」으로 읽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