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말 1
< 정지용 시집
청대나무 뿌리를 우여어차! 잡어 뽑다가 궁등이를 찌였네.
짠 조수물에 흠뻑 불리워 휙 휙 내둘으니 보라ㅅ빛으로 피여오른 하늘이 만만하게 비여진다.
채축에서 바다가 운다.
바다 우에 갈메기가 흩어진다.
오동나무 그늘에서 그리운 양 졸리운 양한 내 형제 말님을 잦어 갔지.
「형제여, 좋은 아침이오.」
말님 눈동자에 엇저녁 초사흘달이 하릿하게 돌아간다.
「형제여 뺨을 돌려 대소. 왕왕.」
말님의 하이한 이빨에 바다가 시리다.
푸른 물 들뜻한 어덕에 해ㅅ살이 자개처럼 반쟈거린다.
「형제여,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사랑이 부질없오라.」
바다가 치마폭 잔주름을 잡어 온다.
「형제여, 내가 부끄러운데를 싸매였으니
그대는 코를 불으라.」
구름이 대리석 빛으로 퍼져 나간다.
채축이 번뜻 배암을 그린다.
「오호! 호! 호! 호! 호! 호! 호!」
말님의 앞발이 뒤ㅅ발이오 뒤ㅅ발이 앞발이라.
바다가 네귀로 돈다.
쉿! 쉿! 쉿!
말님의 발이 여덜이오 열여섯이라.
바다가 이리떼처럼 짓으며 온다.
쉿! 쉿! 쉿!
어깨우로 넘어닷는 마파람이 휘파람을 불고
물에서 뭍에서 八月[팔월]이 퍼덕인다.
「형제여, 오오, 이 꼬리 긴 英雄[영웅]이야!」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곱슬머리가 자랑스럽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