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김유정)

주인아비는 행랑어멈 때문에 속이 책을 대로 섹었다. 나가래자니 그것이 고분이 나갈 것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두고 보자니 괘씸스러운 것이 하루가 다 민망하다. 어멈의 버릇은 서방님이 버려 놓은 것이 분명하였다.

아씨는 아직 이불 속에 들어 있는 남편 앞에 도사리고 앉아서는 아침마다 졸랐다. 왜냐면 아침때가 아니곤 늘 난봉피러 보다니는 남편을 언제 한 번 조용히 대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나마도 어제 밤이 새도록 취한 술이 미처 깨질 못하여 얼굴이 벌거니 늘어진 사람을 흔들멱,

「여보 ! 자우? 벌써 열 점 반이 넘었수. 기운 좀 채리우」 하고 말을 달이는 것은 그리 정다운 잎이 아니었다.

그러떤 서방님은 그 속이 무엇임을 지레채이고 눈 하나 떠보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술에 곯아서 못 들을 적도 태반이지만 간혹가다가 듣지 않을 수 없을 만한 그렇게 큰 음성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못 들은 척하였다. 이렇게 되면 안해는 제물에 더 약이 올라서 이번에도 설마 하고는,

「아니 여보 ! 일을 저질러 놨으면 당신이 어떻게 처칠 하든지 해야지 않노.」

「글베 관둬, 다 듣기 싫으니」 하고 그제서야 어리 늑는 소리로 눈살을 찌푸리다가,

「듣기 싫으면 어떡허우? 그 꼴은 눈허리가 시어서 두고 볼 수가 없으니 일이나 허면 했지 그래 쥔을 손아귀에 넣고 휘두르려는 행랑것두 있단 말이유?」

「글쎄 듣기 긴어 」

이렇게 된통 호령은 하였으나 원체 뒤가 딸리고 보니 슬쩍 돌리고,

「어서 나가 아침이나 채려오.」

「난 세상 없어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당신이 내 졸든지 치갈하든지‥‥‥」 하고 말끝이 고만 살며시 뒤등그러지며.

「어쩌자구 글쎄 행랑걸 ! 」

「주등아리 졸 못 파쳐 ?」

여기에서 드더어 낚편은 열병 든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앉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놋재떨이가 팍중을 란아와 벽에 부딪고 떨어지며 쟁그렁 하고 요란스러운 소리를 낸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서방넘은 머리에 떠오르는 그 징곽징각한 기억을 어떻게 턴어버릴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하기는 안해플 더 지껄이게 하였다가는 그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틸펀니 검도 나기니와 만익에 행랑어멈이 미단이 밖에서 엿듣고 섰다가 이 기맥윽 눈치챈다면 그는 더욱 우자스러운 저의 몸을 발건함에 틀림없을 것이다.

안해가 밖으로 나간 뒤 서방넘은 멀뚱히 앉아서 쓴 침을 한 번 삼히려 하였으나 그것도 잘 넘어가질 않는다. 누전증 틀린 손으로 머리맡에 냉수를 쭈욱 켜호는 이틸 속으고 들어가 다시 눈을 감아 널려 한다. 잠이 들먼 불쾌한 생자이 좀 덜어질 듯싫어서이다. 그러나 눈만 뙤송뽀송찰 뿐 아니라 감은 눈 속으로 온갖 잡귀가 다아 나타난다. 떠리를 풀어헤치고 손촙을 긱게 논인 거지귀신, 뿔 돋친 사자귀신, 치렁치렁한 긴 리글 휘저으멱 낄낄거리는 여우귀신. 그 중의 어떤 것은 한짝 눋깔이 물커건만 피래포 좋다고 아양을 부리며

「아이 서방닌」 하고 단려돈면 이번에는 다리 곽 없는 오뚜귀신이 저쪽에 올룽히

앉아서 「요녀석 ! 」 하괴 눈옥 똑따로 뜬다. 이것들이 모양은 다친다 할지라토 원 바탕은 한바탕이리라.

(에이 망할 년들 ! )

서방님은 진저리를 치며 벌떡 일어나 앉아서는 궐련에 불을 붙인다. 등줄기가 선뜩하며 식은땀이 흥건히 내솟는다. 그것도 콜으련만 부엌에서는 그룻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안해가 악을 산는 걸 덜면 행랑어멈과 또 말시단이 되는 듯싫다. 추슨 일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자네 피래 기어다니나?」 하니까,

「전 빨리 다니진 못해요」 하고 행랑어멈의 데퉁스러운 피 대닮‥‥‥

서방닌도 행링어밈의 음성만 돈어도 론서리곤 피며 사지가 졸아드는 픗하였다. 그리

(아 아 ! 내 뭔 보구 그랬던가? 건붉은 그 억관, 푸틴딩딩하초 꺼 칙한 그 임술, 그건 그렇다 하괴 찜찔한 짠지 냄새 가 랙 끼치는, 그리과 생후 똑물 한 번도 못해 왔랄 픗신은 때꼽낀 그 톤뚱아리는? 에잇 추해 ! 추해, 네윈 널구? 눌이다. 술. 덕텅히 술의 차용이었다) 하호 또다시 애꿎은 숟만 탓하지 않윽 수없다.

아 근리 생자을 안 하러 하여토악 밝시냈던 일이 추안한 과익이 서젊펀 머린쏙에서 텡하고 빙 도는 것이다.

롸연 새벽닉 십에 나다랐옳 때쓿 하여서는 하늙 땅이 움식이 푸록 눈이 삯뿍 옥랐다. 택시에서 내기 어언으허지고 다시 익어나다가 옆신 돈닳에 긱딧치어 면강옳 깐 것딴 턴아토 취한 것이 확식하였다. 그러나 대뚠온 익어 주고 군옳 력비고 섰는 어멈더러,

「왔나?」

「아직 안 왔어요, 아마 껸칠 묵어서 올 틴양인 가똬요. 」

그제야 안싫하고 그 허리긁 부둥커안고 행랑방으펀는 어간 건 널띤 전허 징긱이 없던 깃노 아니었다. 왜냐하련 아친 나선 아탠이 톤어와 저 간닌 괴향에 존 다녀오겠다고 인사존 하고 나간 것을 정막 취한 사란이면 생자해 냄윽 리가 있겠는가. 하나 년의 행싶이 터 고약했는지 토근다. 전일 근터 맥없이 웃으며 눈을 째괏이 꼬리곯 치던 것은 까만투호라도 방에서 그 알량한 낯관대기를 갖다 턱비력.

「전 서방닌하구 삭 실어요. 무엇인지 전 서방님만 뙤면 괜스레 좋아요.」

「그래 그래 삭아 보자꾸나 !」

「전 뭐 많이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집 한채만 사 주시면 얼마든지 살림하겠어요.」

그리고 가장 이쁜 듯이 팔로 그 목을 얽어들이며

「그령지 않아요? 서방님 ! 제가 뭐 기생 첩인가요, 색시 첩인가요, 더 바라기 ?」

더우기 앙큼스러운 것은 나중에 발램하는 그 태도이었다. 안에서 이 눈치를 채이고 안해가 기겁을 하여 뛰어나와서 그를 끌어 낼때 어멈은 뭐랬던가. 안 해보담도 더 분한 듯이 쌔근거리고 서서 그리고 눈을 사 박스리 흡뜨고는,

「행랑어멈은 일 시키자는 행랑어멈이지 이러 래는 거예요 ? 」

이렇게 바로 호령하지 않았던가. 뿔만 아니라 고대 자기를 보면 괜스레 졸아서 죽겠다는 년이 딴통같이,

「아범이 없길래망정이지 이걸 아범이 안다면 그냥 안 있어요. 얼는 사람이라구 너무 업신여기진 마셔요. 」

물론 이것이 쥔아씨에게 대하여 저의 면목을 세우려는 뜻도 되려니와 하여튼 년도 무던히 앙큼스러운 계집이었다. 그리고 나서도 그 다음 날 밤중에는 자기가 대문을 들어서 자마자 술취한 사람을 되는대로 잡아끌고 행랑방으로 들어간 것도 역시 그년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잘 따져 보면 모두가 자기의 불건실한 탓으로 돌릴밖에 엄고,

(문지방 하나만 넘어서면 곱고 깨끗한 안해가 있으련만 그걸 횔 보구? )

이렇게 생각해 보니 곧 창자가 뒤집힐 듯이 속이 아니꼽다.

그러나 이미 엎친 물이니 주워담을 수도 얼는 노릇이고 어째 볼래야 어째 볼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서방님은 생각다 못하여 할일없이 궁한 음성으로 아씨를 넌지시 도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거진 을통한 표정으로,

「여보, 설흑 내가 잘못했다 합시다. 이왕 이렇게 되고 난 걸 노하면 릴하오? 」 하고 속깩는 한숨을 휘돌리고는,

「그령다고 내가 나서서 나가라 마라 할 면목은 없고 허니 당신이 날 살리는 셈치고 그걸 조용히 불러서 돈 10원이나 주어서 나가게 하도륵 해보우.」

「당신이 못 내보내는 걸 내 말은 듣소?」

아씨는 아까 윽박질렀던 앙가풀이로 이령게 툭 쏘아붙이긴 했으나,

「만일 친구들에게 이런 걸 발설한다면 내가 이 낮을 들고 문 밖엘 못 나설 터이니 당신이 잘 생각해서 해주」 하고 풀이 죽어서 빌붙는 이 마당에는,

「그년에게 그래 괜히 돈을 준담 !」하고 혼잣소리로 종알거리고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수 없다. 더 비위를 긁었다가는 다시 재떨이가 퐁중을 날 것이고 그러면 집안만 소란할똴 외려 더욱 창피할 일이었다.

아씨는 마루끝에 와 응크리고 앉아서 심부름하는 계집애를 시키어 어멈을 부르게 하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어멈도 물론 괘씸하거니와 계집이면 덮어 놀고 맥을 못 산는 남편도 남편이었다. 그의 본처라는 자기 말고도 수하동에 기생첩을 치가하였고 또는 청진동에 쌀 나무만 대고 드나드는 여학생첩도 있는 것이다. 꽃 같은 계집들이 띠렇게 앞에 놓였으련만 무슨 까닭에 행락어멈은 그랬는지 그 속을 모르겠고,

(그것두 외양이나 잘랐음 물라두 그 상판대기를 뭘 보구? 에, 추해 ! ) 하고 아씨는 자기가 치른 것 같이 메스꺼운 생각이 안 날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란 언제든지 계집이 먼저 꼬리를 치는 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선 행랑어멈 이년이 더욱 숭착스러운 굴치라 안할 수 없다. 처음 을 적만 해도 시골서 살다 릊겨을라온 지 며칠 안되는데 방이 얼어서 이러구 다닌다고 하며 궁상을 떨은 것이 좀 측은히 본 것이 아니었던가. 한편 시골 거라 부려먹기에 힘이 덜드나 하고 둔 것이 단 열흘도 못 되어 까만 낮바대기에 분배기를 칠한다, 머리에 기름을 바른다, 치마를 외로 돌려 입는다 하며 휘두르고 다니는 걸 보니 서울서 자라도 어지간히 닳아먹은 계집이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일을 시켜 보면 됫간까지도 죽어 가는 시능으로 하고 하던 것이 행실을 버려 논 다음부터는 제가 마땅히 해야 할 걸레질까지도 순순히 하려질 않는다. 그리고 고기 한 메를 사러 보내도 일부러 주인의 안을 치기 위하여 열 나절이나 있다 오는 이년이 아니 었던가.

「자네 대리는 오곰이 붙었나?」

아씨가 하 기가 막혀서 이렇게 꾸중을 하면,

「저는 세상 없는 일이라도 빨리는 못 다녀요 ! 」

하고 시퉁그러진 소리로 눈귀가 실룩이 을라가는 이 년이 아니었던가. 그나 흐뿐이랴. 아씨가 서방님과 어쩌다 같이 자게 되면 시키지도 않으련만 아닌 밤중에 슬며시 들어와서 끓는 고래에다 불을 척지펴서 요를 태우고 알몸을 구워 놓은 이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막벌이를 한다는 그 남편 놈이 더 숭악할는지 모른다.

이년의 소견으로는 도저히 애뱄다는 자세로 며칠씩 그대로 자빠져서 네다 주는 밥이나 먹고 누웠을 그런 배짱이 못 될 것이다. 아씨가 화가 치밀어서 어멈을 불러들이어,

「자네는 어떻게 된 사람이길래 그리 도도한가, 아프다고 누웠고 애뱄다고 누웠고 졸립다고 누웠고 이러니 대체 일은 누가할 건가? 」

이렇게 눈이 빠지라고 톡톡히 역정을 내었을 제,

「애 밴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해요? 아이 별일두 !

아씨는 흘몸으로도 일 안하시지 않아요 ? 」 하고 저도 마주대고 눈을 똑바로 뜬 걸 보더라도 제 속에서 우러나온 소리는 아닐듯싶다. 순사가 인구 조사를 나왔다가 제 성명을 물어도 벌벌 떨며 더듬거리는 이년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생각하면 아씨는 두 녈 놈에게 쥐키어 그 농간에 노는 것이 고만 절통하여,

「그럼 자네가 쥔아씨 대우로 받쳐 달란 말인가?」

「온 별말씀을 다 하썬요, 누가 아씨로 받쳐 달랬어요 ? 」

어멈은 저로도 엄청나게 기가 막힌지 콧등을 한 번 찡긋하다가,

「애 밴 사람이 어떻게 몸을 움직이란 맡씀이야요?

아씨두 원 심하시지 ! 」

「애 애 허니 뉘 놈의 앨 뱄길래 밤낮 그렇게 우자스레 대드나?」 하고 될같이 골을 꽥내니까,

「뉘 놈의 애라니요? 아씨두 ! 그렇게 막 말씀할 게 아니야요. 애가 커서 이담에 데련팀이 될지 서방님이 될지 사람의 일을 누가 알아요?」

하고 저도 모욕이나 당한 듯이 아비 못지않게 큰 소리로 대들었다. 아씨는 이 말에 가슴뿐만 아니라 온 전신이 그반 뜨끔하였다. 터놓고 말은 없어도 년의 어투가 서방님의 앨지도 모른다는 음홍이리라마는 설흑 그렇다면 실지 지광쯤은 만삭이 되어 배가 태독 같애 야 될 것이다. 부른 배를 보면 댓 달밖에 안 되는 쥐새끼를 가지고도 틀림없이 서방님 애인 듯이 이렇게 숭중을 떠는 것을 생각하니 곧 달려들어 뺨 한대를 갈기고도 싶고 그러면서도 일변 후환될까 하여 가슴이 죄어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 었다.

(오늘은 이년을 대뜸‥‥‥)

아씨는 이렇게 맘을 다부지게 먹고 중문을 들어서는 어멈에게 매서운 시선을 보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얼러 딱딱거렸다는 더욱 내보낼 가망이 없을 터이므로 결국은 좋은 소리로,

「여보게, 자네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좀 핏하나」 하고 점잖이 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자네더러 나가라는 건 나부터 좀 섭섭한데 말이야. 자네가 뭐 밉다든가 해서 내솎는 게 아닐쎄. 그러면 자네 대신 딴 사람을 들여야 할 게 아닌가? 그런 게 아니라 자네도 아다시피 저 마당에 쌓인 저 세간을 보지 ? 인제 눈은 내릴 터이고 저걸 어떻게 주체 하나? 그래 생각다 못해 행랑방으로 척척 디려 쌀려고 하니까 미안하지만 자네더러 방을 내달라는 말일쎄.」

「그러나 차차 추워질 텐데 갑작스레 나가요?」

행랑 어멈은 짐작지 않았던 그 명령에 얼떨떨하여 젤쩍한 두 눈이 휘등그랬으나,

「그래서 말이지, 이런 일은 번이 없는 법이지만 내가 돈 10원을 줄 테니 이걸로 앞다리를 구해 나가세」 하고 큰 지전장을 생색있게 내줌에는,

「글쎄요 , 그렇지만 그렇게 곧 나갈 수는 없올 걸요 」 하고 주밋주밋 돈을 받아들고는 좋아서 행랑방으로 삥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씨도 이만하면 네년이 떨어졌구나 하고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마는 단 5분도 못 되어 어멈이 부리나케 들어오더니 그 돈을 내어놓으며,

「다시 생각해 보니까 못 떠나겠어요. 어떻게 몸이나 풀구 한 둬 달 지나야 움직일 게 아냐요? 이 몸으로 어떻게 이사를 해요」 하고 또라지게 딴청을 부리는 데는 아씨는 고만 가슴이 다시 달룽하였다. 이년이 필연코 행랑방에 나갔다가 서방놈의 훈수 듣고 들어와서 이러는 것이 분명하였다. 아씨는 더 맡할 형편이 아님을 알고 돈을 받아 든 채 그대로 벙벙히 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참 지난 뒤에야 안방으로 들어가서 서방님에게 일일이 고해 바치고,

「나는 더 할 수 없소. 당신이 내폰든지 어떡허든지 해보우 ! 」 하고 속썩는 한숨을 쉬니까,

「오죽 뱅충맞게 해야 돈을 주고도 못 내보낸담?

쩨 ! 쩨 ! 쩨 ! 」

하고 서방님은 도끼눈으로 혀를 채인다. 어멈을 못 내보내는 것이 마치 아씨의 말주변이 부족해 그런 듯 싶어서이다. 그는 무언으로 아씨를 이윽히 노려보다가,

「나가 ! 보기 싫어 ! 」 하고 공연스레 역정을 벌컥 내었다마는 역정은 역정이로되 그나마 행랑방에 들릴까봐 겁을 집어먹은 소리로 큰소리의 행세를 하려니까 서방님은 자기 속만 부잭부려 탈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서방님은 이걸로 말미암아 사날 동안이나 밖으로 랒을 들고 나오지 못하였다. 자기를 보고 실적게 씽괏씽긋 웃는 년도 년이려니와 자기의 앞에 나서서 멋없이 굽신굽신하는 피 서방놈이 더 능글차고 숭악한 것이 보기조차 두려웠다. 서방님은 이불을 머리까지 들쓰고는 여러가지 귀신을 손으로 털어가며,

「끙 ! 끙 ! 」 하고 앓는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밥도 잘 안 자시고는 무턱대고 죄없는 아내만 들볶아 대었다.

「물이 왜 이렇게 차? 아주 얼음을 떠오지 그래.」

어떤 때에는,

「방에 누가 불을 때랬어 ? 끓여 죽일 터이 ?」

이렇게 까닭모를 불평이 자꾸만 나오기 시작하였다.

아씨는 전에도 서방님이 이렇게 앓은 경험이 여러 번 있으므로 이번에는 며칠 밤을 새우고 술을 먹더니 주체가 났나 보다고 생각할 것이 도리였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잘 온전히 못 쓰고 저러나 싶어서 딱한 생각을 먹었으나 그래도 서방님의 몸이 축날까 염려가 되어 풍로에 으이를 쑤고 있노라니까.

「아씨, 전 오늘 이사를 가겠어요」 하고 어멈이 앞으펄 다가선다. 아씨는 어떻게 되는 속인지 몰라서 떨떠름한 탄으로,

「어떻게 그렇게 떠나게 됐나?」

「네 ! 앞다리도 다 정하고 해서 지금 이삿짐을 옮기려구 그래요」 하고 어멈은 안마당에 놓였던 새끼 뭉텅이를 가지고 나선다. 그 모양이 어떻게 신이 났는지 치마 뒤도 여밀 줄 모르고 미친 년같이 허벙거리며 나간 것이 었다.

아씨는 이 꼴을 가만히 보고 하여튼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하긴 하나 그러나 년이 갑자기 떠난다고 서두는 그 속이 한편 이상도 스러웠다.

좀체로 해서 앉은 방석을 아니 털던 이년이 제법 훌홀이 털고 일어설 적에는 여기에 딴 속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얼마 후 아씨는 궁금한 생각을 먹고 문간까지 나와 보니 어멈네 두 내외는 구루마에 짐을 다 실었다. 그리고 바구니에 잔 세간을넣어 손에 들고는 작별까지 하고 가려는 어멈을 보고,

「자네 또 행락살이로 가나?」 하고 물으니까,

「저는 뭐 행랑살이만 밤낮 하는 줄 아세요?」 하고 그전부터 눌려 왔던 그 아씨에게 주짜를 뽑는 것이다.

「그럼 삭월세루 ? 」

「삭월세는 왜 또 삭월세야요? 장사하러 가는데요 !」 하고 나도 인제는 너만 하단 듯이 비웃는 눈치이다가,

「장사라니 밑천이 빈어야 하지 않나?」

「고뿌술집 할 테니까 한 2백 뭔이면 되겠지요. 더는 해 윌 하게요?」 하고 네보란 듯 토심스리 내뱉고는 구루마의 뒤를 따라 골목밖으로 나간다.

아씨는 가만히 눈치를 봐 하니 저년이 정녕코 2백 원쯤은 수중에 가지고 히짜를 빼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젯저녁 자기가 뒤란에서 한참 바쁘게 약을 끓이고 있을 제 년이 안방을 친다고 들어가서 오래 있었는데 아마 그때 서방님과 수작이 되고 돈도 그때 주고 받은 것이 확적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고뚠 고분히 떠날 리도 없거니와 그년이 생파같이 돈 2백 원이어서 생기겠는가.

흐렇게 따지고 보면 벌써 70원이면 사 줄 그 신식 의걸이 하나 사 달라고 그리 졸랐건 만도 못 들은 척하던 그가 어멈은 하상 뭐길래 2백 원비 희떱게 내주나 싶어서 곧 분하고 원통하였다. 아씨는 새빨간 눈을 뜨고 안방으로 부르르 들어 와서,

「그년에게 돈 2백 뭔 주었수?」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서방님은 암말 없이 드러누워서 입맛만 다시너 아씨는 더욱 더 열에 띠이어,

「괄쎄 2백 원이 얼마란 말이오? 그년에게 왜 주는 거요? 기런 돈 나에겐 못 주?」

이렇게 포악을 쏟아놓다가 관기야는 눈에 눈물이 맺 힌다.

그래도 서방님은 입을 확 다물고는 대답대신,

「음! 음!」

하고 신음하는 소리만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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