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실패
금년 1년은 별난 성패가 없읍니다. ××에 다녀온 것밖에 특기할만한 것이 없군요. 그러나 적은 이야기나 하나 하지요.
우리집은 측후소 근처인데 큰 바위 위에 집을 지었읍니다. 그래서 좀처럼 정원을 만들고 화초를 심지 못했읍니다. 그러나 원래 화초를 좋아하는 터이 라 언제 한번은 삼월(三越)에서 옥상에 수목을 심어 놓은 것을 보고 나도 그것을 본받아 바위 위에 담을 쌓고 흙을 복돋우고 상록수(잣나무, 상나무) 와 화초를 심었죠. 그래서 매일 물을 20전어치씩 사다가 정성껏 주고 위하 였더니 신통하게도 그 나무들이 모두 살았더군요. 여간 기뻐하지 않았죠.
그러나 내가 ××에 가게 되고 아내는 입원하게 되어 몇 달 동안 물을 주 지 못한 까닭에 나무들이 모두 죽었군요.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니었어요.
그중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말라 죽고 작년에 심었던 나무만 남 아 있어서 꿈까지 꾸었지요. 꿈에는 내가 좋아하던 나무가 다시 살아나서 잎이 돋고 가지가 치는 것을 보았지요. 꿈에라도 퍽 좋아했읍니다.
내년에는 다시 그 나무를 심겠읍니다. 그리고 성공한 이야기는 별로 말씀 드릴 것이 없읍니다.
금년은 나에게 그리 복된 해가 아니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