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 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박 키쪼각이 있을뿐이다. 체량 그릇이랑 이낀 좀하나 깨지고 헐고하야 아무짝에도 못쓸것이다. 그나마도 들고나설랴면 안해의눈을 기워야할턴데 맞은쪽에 빤이 앉었으니 꼼짝할수없다. 허지만 오늘도 밸을좀 긁어놓으면 성이뻐처서 제물로 부르르나가버리리라. 아래묵의 은식이는 저녁상을 물린뒤 두다리를 세워 얼싸안고는 고개를 떠러친채 묵묵하였다. 묘한 꼬투리가 선뜻 생각키지않는 까닭이었다.

웃방에서 나려오는 냉기로하야 아랫방까지 몹씨 싸늘하다. 가을쯤 치받이를 해두었든면 좋았으련만 천정에서 흙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찬바람이 새여든다. 헌옷때기를 들쓰고앉어 어린아들은 화루전에서 킹얼거린다. 안해는 그 아이를 옆에끼고 달래며 감자를 구어먹인다. 다리를 모로 느리고 사지를 뒤트는냥이 온종일 방아다리에 시달린몸이라 매우 나른한 맧이었다. 하품만 연달아 할뿐이였다.

한참지난후 남편은 고개를들어 안해의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두터운 입살을 찌그리며 데퉁스럽게

“아까 낮에 누가 왔다갔어?” 하고 한마디 내다붙었다.

“면서기밖에 누가 왔다갔지유” 하고 안해는 심심이 받으며 들떠보도않는다.

물론 전부터 밀어오든 호포를 독촉하러 면서기가 왔든것을 자기는 거리에서 먼저 기수채웠다. 그때문에 붙잡히면 혼이 뜰까바 일부러 몸을 피한바나 어차피 말을 꼴랴니까

“볼일이있으면 날불러 대든지할게지 왜 그놈을 방으로 불러드려서 둘이들 뭐했어그래?” 하고 눈을 부르뜨지 않을수없었다. 안해는 이마를 홱들드니 잡은참 눈꼴이 돌아간다. 하 어이없는 모양이다. 샐쭉해서 턱을 족곰소치자 그대로 떨어치며 잠잣고 아이에게 감자를 먹인다. 이만하면 하고 다시한번 분을 솎았다.

“헐말이 있으면 밖에서 허던지 방으로까지 끌어드릴건 뭐야”

“남의속 모르는소리 작작하게유 자기때문에 말막음하느라고 욕본생각은 못하구……” 하고 안해는 감으잡잡한 얼굴에 핏대를올렸으나 표정을 고르 잡지못한다. 얼마 그러더니 남편의낯을 똑바루 쏘아보며

“그지말고 밤마닥 집신짝이라두 삶어서 호포를 갖다내게유”하다가 좀 사이를두곤 들릴듯말듯한 혼자소리로

“계집이 좋다기로 집안물건을 모조리 들어낸담”하고 모지게 종알거린다.

“집안물건을 누가 들어내?”

그는 시치미를 떼며 펄석 뛰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찐하였다. 모르는줄 알았드니 안해는 벌서 다안눈치다. 어젯밤 안해의속곳과 그젯밤 맺돌짝을 훔으려낸것이 탈로되었구나 생각하니 불쾌하기 짝이 없다.

“누가 그런소리를 해? 벼락을 맞을라구”

한팔로 아이를 끌어드려 젖만 먹일뿐 젊은안해는 받아주지않었다. 샘과 분에 못 이겨 무슨 호된말이 터질듯터질듯하련만 꾹꾹 참는 모양이라.

“누가 그따위소리를 해그려?”

“철쇠어머니지 누군누구야”

“뭐라구?”

“들뼝이와 배맞었다지 뭔뭐야 맺돌하고 내속곳은 술사먹는거라지유?”

남편은 갑작스레 얼굴이 벌갯다. 안해는 살고자 고생을 무릅쓰고 바둥 거리는데 남편이란 궐자는 그속곳으로 술사먹다니 어느모로 보던 곱지못한 행실이리라. 그도 안해의시선을 피할만치 양심의가책을 느꼈다. 마는 그렇다고 자기의 의지가 꺾인다면 남편된 도리도 아니었다.

“보도못하고 애맨 소리를 해그래 눈깔들이 멀랴구” 하고 변명삼아 목청을 돋았다. 그러나 아무 효력을 보이지않으매 약이올랐다. 말끝을 슬몃이 돌리어

“자기는 뭔데 대낮에 그놈을끼고 누었드람” 하야 안해를 되순나잡았다.

이말에 안해는 독살이 뾰로졌다. 젖먹이든 아이를 방바닥에 쓸어박고는 발닥이러슨다. 공도모르고 게정만 부리니 야속할게라. 찬방에서 혼자좀 자란듯이 천연스레 뒤로 치마다리를 여미드니 그대로 살랑살랑 나가버린다. 아이는 요란히 울어대인다.

눈우를 밟는 안해의 발자취소리가 멀리 사라짐을 알자 그는 속이놓였다. 방문을열고 가만히 나왔다. 무슨즛을 하던 볼사람은 없을것이다. 벜으로 더듬어 들어가서 성냥을 그어대고 두리번거렸다. 생각대로 함지박은 부뚜막우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그속에 담긴 감자나부렁이는 그자리에 쏟아 버린뒤 번적들고 뒤란으로 나갔다. 앞으로 들고나가단 안해에게 들키면 혼이난다. 뒷곁 언덕우로 올라가서 울타리밖으로 던저넘겼다. 그담엔 예전 뒤나보러 나온듯이 싸리문께로 와서 유유히 사면을 돌아보았다. 하얀 눈뿐이다. 울타리에 몸을 비겨대고 뒤를돌아 함지박을 집어들자 뺑손을 놓았다.

은식이는 인가를 피하야 산기슭으로 돌았다. 함지박을 몸에다 착붙였으니 들킬염여는 없었다.

매섭게 쌀쌀한 달님은 푸른하늘에 댕그머니 눈을떳다. 수어리골을 흘러 나리든시내도 인젠 얼어붙어서 날카롭게 번득인다. 그리고 산이며 들, 집, 낫가리, 만물은 겹겹눈에 잠기어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산길을빠저 거리로 나올랼제 어데선가 징소리가 울린다. 고적한 밤공기를 은은히 흔들었다. 그는 가든다리를 멈추고 멍허니섰다. 오늘밤이 진흥회총회임을 깜박 잊었든것이다. 한번 안가는데 궐전이오전, 뿐만아니라 괜은 부역까지 안담이씨우는것이 이동리의 전레이었다. 허나 몸이아퍼서 앓았다면 그만이겠지, 이쯤 마음을 놓았으나 그래도 끌밋하였다. 진흥회라고 없는놈에게 땅을 배채해준다든가 다른 살방침을 붓들어준다든가 할진저 툭탁하면 굶는놈을 붙잡아다 신장노 닦으라고 부역을시키기가 난당 껀듯 하면 고달픈 놈 불러앉치고 잔소리로 밤을 패는것이 일수이니 가뜩이나 살림에 쪼들리는 놈이라 도시 성이가셔서 벌서부터 동리를 떠날나구 장은댓으나 옴치고뛸 터전이없었다. 하지만 진흥회가 동리청년들을 쓸어간것만은 고마운 일이었다. 오늘밤에는 저혼자 들뼝이를 차지할수있으리라.

술집가까히 왔을때엔 기쁠뿐더러 용기까지 솟아올랐다. 길가에 따로떨어저 호젓이 놓인 집이다. 산모롱이 옆에 서서 눈에쌓여 흔적이 진가민가나 달빛에 빗기어 갸름한 꼬리를 달았다. 서쪽으로 그림자에 묻기어 대문이 열렸고 고곁으로 등불이 반찍대는 지게문이 있다. 이방이 게숙이가 빌려 있는 곳이었다.

문을열고 썩 들어스니 게집은 이러스며 반긴다.

“이게 웬함지박이지유?”

그태도며 얕은 우슴을 짓는냥이 사흘전 처음 인사할제와 조곰도 변치않었다. 어젯밤 자기를 사랑한다는 그말이 알톨같은 진정이리라. 하여튼 정분이란 히얀한 물건.

“왜우서 어젯밤 술값으로 가저왔지” 하였으나 좀 제면적었다. 계집이 받아들고서 좋아하는걸 얼마쯤 보다가

“그게 그래봬두 두장은 넘을걸”

맞우 싱그레 우서주었다. 게숙이의 흥겨운 낯은 그의행복 전부이었다.

계집은 함지를 들고 안쪽문으로 나가드니 술상을 바처들고 들어온다. 미안하야 달라도않는 술이나 술값은 어찌되었든 우선 한잔하란 맧이었다. 막걸리를 화로에 거냉만하야 딿아부며

“어서 마시게유 그래야 몸이 풀류” 하드니 입에다 부어까지준다. 한숨에 쭉 들어켰다. 한잔 두잔 석잔

계집은 탐탁히 옆에 붙어앉드니 은식의 얼은손을 젖가슴에 품어준다. 가여운 모양이다. 고개를 접으며

“나는 낼떠나유” 하고 떨어지기 섭한 내색을 보인다. 좀 더있을랴했으나 진흥회회장이왔다. 동리를 위하야 들뼝이는 안받으니 냉큼 떠나라하였다. 그러나 이밤에야 어델가랴 낼아츰 밝는대로 떠나겠노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은식이는 낭판이 떨어저서 멍멍하였다. 언제던 갈줄은 알았든게나 급작이 서들줄은 꿈밖이었다. 따로 떨어지면 자기는 어찌 살려는가. 게숙이에겐 번이 남편이 있었다. 곧 아랫묵에 누어있는 아이의 아버지. 술만 처먹고 노름질에다 훅닥하면 안해를 뚜들겨패고 벌은 돈푼을 뺏어가고 함으로 해서 견딜수없어 석달전에 갈렸다는것이었다. 그럼 자기와 들어내고 살아도 무방할게다. 허나 그런말은 참아하기 어색하였다.

“난그래 어떻게살아 나두 딿아갈가?”

“그럼 그럽시다유” 하고 그말을 바랐단듯이 선듯 받아가

“집에있는 안해는 어떻게 하지유?”

“그건 염여없어”

은식이는 기운이뻗혀서 게집을 얼싸안었다. 안해쯤은 치우기 손수웠다. 제대로 내버려두면 어데로 가던마던 할터이니까 다만 게숙이를 딿아다니며 벌어먹겠구나 하는 새로운 생활만이 기쁠뿐이다.

“낼 밝기전에 가야 들키지않을걸!”

야심하여도 술군은 없었다. 단념하고 문고리를 걸은뒤 불을껏다. 계집은 누어있는 은식이팔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후지운다.

“살림을하려면 그릇쪼각이라두 있어야할텐데 ──”

“내 집에가서 가저오지”

그는 아무 꺼림없었다. 안해가 잠에 고라지거던 들어가서 이거저거 후무려오면 그뿐이다. 내일부터는 굶주리지않어도 맘편히 살려니 생각하니 잠도 안올만치 가슴이 들렁거린다.

우풍이 시었다. 주인이 나뻐서 방에 불도 안핀모양 까칠한 공석자리에 들어누어서 떨리는몸을 노기고자 서로 꼭품었다. 한구석에 쓸어박혔든 아이가 잠이깨었다. 킹얼거리며 사이를파고 들려는걸 어미가 야단을치니 도로 제자리로 가서 끽소리없이 누었다. 매우 훈련받은 젖먹이었다.

은식이는 그놈이 몹씨싫였다. 우리들이 죽도록 모아노면 저놈이 써버리겠지 제애비번으로 노름질도하고 어미를 두들겨패서 돈도 빼았고하리라. 그러면 나는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격으로 헛공만드리는게 아닐가 하고 생각하니 곧 얼어죽어도 아깝진않었다. 그러나 어미의환심을 살려닌까에그놈 착하기도하지 하고 두어번 그궁뎅이를 안뚜덕일수없으리라.

달이 기우러 지개문을 밝힌다. 있다금식 마구간에 뚜벅어리는 쇠굽소리 평화로운 잠자리에 때아닌 마가들었다. 뭉태가 와서 낮은 소리로 계집을 부르며 지게문을 열라고 찔걱어리는 것이다. 게숙이에게 돈좀쓰든 단골이라 세도가맹랑하다. 은식이는 골피를 찌프렸다. 마는 계집이귀속말로 “내잠간 말해보낼게 밖에나가 기다리유” 함에는 속이 든든하였다. 그말은 남편을 신뢰하야 하는 속셈이리라. 그는 바람같이 안문으로 나와서 방벽게로 몸을 착붙여세웠다.

은식이는 귀를 기우려 방의말을 였드렀다. 뭉태가 들어오며 “오늘도 그놈 왔었나” 하드니 계집이 아무도 안왔다닌까 그자식 웨 요새 바람이 나서 지랄이야 하며 된통비웃는다. 그놈이란 자기다. 이말저말한참을 주언부언지꺼 드리니 자기가 동리의평판이 나쁘다는둥 안해까지 돌아다니며 미워남편을 숭본다는둥 혹은 게숙이를 집안 망할 도적년이라고 갖은 방자를 다하드라는 둥 자기에대한 흠집은 모조리 들추어낸다. 그럴적마다 계집은 는실난실 여신이 받으며 가치웃는다. 그리곤 남못드를만치 병아리소리로들 속은거리는 것이었다.

은식이는 분이올라 숨도 거츠렀다. 마는어쩨볼 도리가없다. 게숙이좇아 핀잔도 안주고 한통이 되는듯 야속하기 이를데없다. 그는노기와 추움으로 말미아마 팔장을끼고는 덜덜떨었다. 농창이 난 버선이라 눈을 밟고섰으니 쑤시도록 저렸다. 안해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집으로만 가면 따스한 품이 기다리련만 왜이고생을 하누, 하지만 안해는 싫였다. 아리랑타령하나 못하는 병신, 돈 한푼 못버는천지, 하긴 초작에야 물불을 모르도록 정이 두터웠으나 인제는 다삭었다. 뭇사람의 품으로 옮아안기며 에쓱어리는 들뼝이가 천하다할망정 힘 안드리고 먹으니 얼마나 부러운가, 침들을 게제흘리고 덤벼드는 뭇놈을 이손저손으로 후둘르니 그영예 바히 고귀하다할지라. 그는 설한에 이까지 딱딱어린다. 그러면서도 불러드리길만 고대하야 턱살을 바처대고 눈이 빠질지경이다.

계집이 한문으로

“잘가게유 낭종 맞납시다”

“응 내 추후로 한번가지”

뭉태를 내뱉자 또 한문으로

“가만히 들어오게유”

은식이를 집어드린다. 그는 닝큼 들어스며 얼은 손을 썩썩문탯다.

“그자식 남자는데 왜아 쌩이질이야……”

“그러개말이유 그건 눈치코치도 없어”

계집은 빌틈없이 여일하였다. 등잔에 불을대리며 건아하야 생글생글 웃는다.

“자식이 왜그뻔세야 거짓말만 슬슬하구” 하며 아까의 흉잡혓든 대갚음을 하였다. 뭉태란놈은 돈도 신용도 아무것도 없는 건달이란둥 오입질하다 들키어 되게 경을 쳤다는둥 남의 집 버리를 훔처내다 붙잡혀서 구메밥을 먹었다는 헛풍까지 찌며 계집을 얼렁거리다가 깜짝 놀랜다. 안말에서 첫홰를 울리는 게명성이 요란하였다. 시간이 촉박하다. 계집의뺨을 문질러보곤 벌덕 이러섰다.

“내 밖에좀 갔다올게 꼭 기달려 응”


은식이는 즈집싸리문을 살몃이 들어밀었다. 달은 아주 넘어갔다. 뜰에 깔린 눈의반영으로 할만하였다. 우선 봉당으로 올라스며 방문에 귀를 기우렸다. 깊은 숨소리, 안해는 고라젔다. 그제선 맘을놓고 벜으로 들어갔다. 더듬거리며 부뚜막에 다리를얹자 솥을뽑았다. 사년전 안해를 얻어드릴제 행복을 게약하든 솥이었다. 마는 달가운 꿈은 몇달이었고 지지리 고생만하였다.인젠 마땅히 다른데로 옮겨야 할것이다. 벜벽에걸린 바구니에는 수까락이 세가락있다. 덕이(아들)먹을 한개만 남기고는 모집어 궤춤에 꽂았다. 좁쌀이 서너되 방에있다마는 그걸 꺼내다간 일이 빗나리라. 미진하나마 그대로 그림자같이 나와버렸다.

수아릿골 꼬리에 달린 막바지다. 양쪽산에 끼어 시냇가에 집은 얹엿고 쓸쓸하였다. 마을복판에 일이라도 있어 돌이깔린 시냇길을 오르나리자면 적쟌히 애를씨웠다. 그러나 그것도 하직을하자니 귀엽고도 일변 안탁까운 생각이 안남는다. 그는 살든집을 두어번 돌아다보며 술집으로 힝하게 달려 갔다.

“어서 들어오우 춥지유?”

게숙이는 어리삥삥한 우슴을 띠이며 반색한다. 아마 그동안 눕지도않은듯 떠날 준비에 서성서성하였다. 계집의 의견대로 짐을 뎅그먼이 묶어놓았다. 먼동트는대로 질머만메면 된다. 만약 아츰에 주저거리단 술집주인에게 발각이 될게고 수동리에 소문이퍼진다. 그뿐더러 안해가쫓아온다면 모양만 창피하리라.

떠날 차보를 다하고나서 그는 게집과자리에 맞우누었다. 추위를 덜고자 몸을맞붙였으나 그대로 마찬가지 덜덜 떨었다. 얼른 날이 밝아야할텐데 ─ ─ 그러다 잠이 까빡들었다.

그건 어느때나 되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칭칭거리며 머리우로 기어올라서 눈이띠었다. 군찬하서 손으로 밀어나릴랴할제 영문모를 일이라 등뒤 웃묵쪽에서

“이리온 아빠 여깃다” 하고 귀설은 음성이 들린다. 걸걸하고 우람한 목소리. 필연코 내버린 번남편이 결기먹고 딿아왔을것이다. 은식은 꿈을꾸는 듯 싶었다. 겁이나서 두러누은채 꼼짝도 못한다. 안해의정부를 현장에서 맞닥드린 남편의 분노이면 매일반이리라. 낫이라두 들어 찍으면 찍소리못하고 죽을밖에 별도리없다. 등살이 꼿꼿하였다. 생각다못하야 게숙이를 깨우면 일이좀 피일가하야 손꼬락으로 넌즛이 그배를 몇번질렀다. 마는 계집은 그의허리를 잔뜩 끌어안고 코골음에 세상을 모른다. 부쩍부쩍 진땀만 흘렀다. 남편은 어청어청 등뒤로 거러온다. 언내를 번적들어안고 “왜성가시게 굴어 어여들 편히자게유” 하며 웃묵으로 도로간다. 그래도 그말씨가 매우 유순하였고 맘세좋아 보였으나 도리어 견딜수없이 살을저몃다. 계집은 얼마만에 이러났다. 어서 떠나야지 하고 눈을 부비드니 웃묵을 나려다 보고 경풍을 한다. 그리고 입을 봉하고는 잠잠히 있을뿐이다.

날은 활닥 밝았다. 벜에선 솥을 가신다. 주인은 기침을하드니 씨걱그리며 대문을 연다.

이판 새판이었다. 은식이도 딿아이러나 옹크리고 앉으며 어찌될건가 처분만 기다렸다. 곁눈으로 흘깃살피니 키가 커다랗고 감대는 사납지않으나 암기좀 있어보이는 놈이 책상다리에 언내를안고 웃묵에 앉었다.

“떠나지들 ──”

마샛군은 이러나서 언내를 계집에 맡기드니 은식이를 향하야 손을빈다.

“여보기유 이러나서 이짐좀 지워주게유”

은식이는 허란대로 안할수없엇다. 번시는 자기가 질짐이었되 부축하야 지워주었다. 솥, 맺돌, 함지박, 봇다리들을 한태 묶은것이니 조히 무거웠다. 허나 남편은 힘들기커녕 홀가분한 모양, 싱글거리며 덜렁덜렁 밖으로 나슨다. 계집도언내를 퍼대기에 들싸업곤 딿아 나섰다. 은식이는 꿈을 보는듯이 얼이빠젔다. 그들의 하는냥을 볼라고 설설 뒤묻었다.

아츰공기는 더욱 쑤셨다. 바람은 지면의 눈을 품어다간 얼굴에 뿜고뿜고 하였다. 산모룽이를 꼽드러 언덕길을 나릴랼제 남편은 은식이를 돌아보며

“왜 섯수? 가치 갑시다유”

동행하길 곤하였다. 그는 아무대답없이 우두머니 섯을뿐. 그러자 산모룽이 옆길에서 은식이안해가 달겨들었다. 기가 넘어 입은 버렸으나 말이 안나왔다. 헐덕어리며 얼굴이 새빨개지드니

“왜 남의솥을 빼가는게야?” 하고 게집에게로 달라붙는다.

동리 사람들은 전눈을 두부비며 구경을 나왔다. 멀직이 떨어저서 서로들 붙고 떨어지고 수군숙덕.

“아니야 아니야”

은식이는 안해를 뜯어말리며 볼이 확근거렸다. 그래도 발악을 마지않는다. 악담을 퍼붓는다. 그렇지마는 들뼝이내외는 귀가 먹었는지 하나는 짐을 하나는 아이를 들러업은채 언덕을 늠늠히 나려가며 돌아보도 않었다. 안해는 분에 복바치어 눈우에 털뼉 주저 앉으며 울음을 놓았다. 은식이는 구경군쪽으로 시선을 흘깃거리며 입맛만 다실따름.종국에는 안해를 잡아 이르키며 울상이 되었다.

“아이야 우리솥이 아니라닌깐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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