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선언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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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에 여러분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내리신 선택입니다.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입니다.

노무현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부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6년 전 저는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제 평생의 꿈이었습니다. 진정한 개혁으로 제대로 된 나라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비록 실패했지만 누군가가 언젠가는 이 뜻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여러분의 큰사랑에도 불구하고 제가 부덕하고 불민한 탓에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여러분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빕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동지 여러분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숱한 고생을 같이 해오면서 여러분의 저의 분신이었고 저는 여러분의 분신이었습니다. 동지 여러분께서 또다시 가시밭길을 걷게 한 이 못난 사람은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든 게 제 불찰이고 제 책임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합니다. 6년 전 정치에 들어온 당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패배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이제부터 동지 여러분은 뭉쳐서 희망의 새길을 찾아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 간절히 이를 원하고 있습니다. 환골탈태하여 국민의 마음에 가까이 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꼭 만들어 주십시오. 여러분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한민국의 국가안전을 지키고 그리고 경제안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재무장하고 자기혁신을 해주십시오.

진정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의 길을 간다면 언젠가 국민들은 여러분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저 이회창, 비록 정치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에 있든지 국민 여러분과 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12월 20일

이회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