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가 희극을 낳아

電車[전차]가 喜劇[희극]을 낳어


첫여름 밤의 해맑은 바람이란 그 觸覺[촉각]이 極[극]히 肉感的[육감적]이 다. 그러므로 가끔 가다가는 우리가 뜻하지 않엇든 그럼 이상스러운 作亂[작난]까지 할적이 있다.

淸凉里驛 [청량리역]에서 東大門[동대문]으로 向[향]하야 들어오는 電車線路[전차선로] 양편으로는 논밭이 늘려놓인 피언한 버덩으로 밤이 들며는 얼뜬 시골을 聯想[연상]케 할만치 閑暇[한가]로운 地帶[지대]다. 더욱이 午後[오후] 열한點[점]을 넘게되면 自轉車[자전차]나 거름구루마 或[혹]은 어쩌다 되는대로 醉[취]하야비틀거리는 酒酊軍外[주정군외]에는 人跡[인적]이 끊지게된다.

퀭하게 터진 平野[평야]는 그대로 暗黑[암흑]에 잠기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곰 허전한 孤寂[고적]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나긋나긋한 바람이 軟[연]한 綠葉[녹엽]을쓸어가며 옷깃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런 背景[배경]에서 마치자다가 눈부신 사람모양으로 꾸물거리며 빈電車[전차]가 오르나린다. 왜냐면 汽車時間[기차시간]때나 또는 손님이 많은때 라면 勿論[물론] 乘客[승객]으로 車腹[차복]이 터질 地境[지경]이나 그렇지 않고 이렇게 늦어서는 大槪[대개]가 空車[공차]다. 이 空車[공차]가 運轉手[운전수] 車掌[차장] 두사람을 싯고 볼일없이 왔다갔다 하는것이다.

電車[전차]도 中央地[중앙지]의 그것과 대면貌型[모형]도 舊式[구식]이려 니와 그動作[동작]좇아 支配[지배]를 如實[여실]히 받는다. 허나電車[전차]가 느린것이 아니라 實上[실상]은 그놈을 속에서 操縱[조종]하는 運轉手[운전수]가 하품을 하기에 볼일을 못본다. 그뿐 아니라 자칫하면 수째눈을 감고는 機械[기계]가 機械[기계]를 붓잡고 섰는 그런 病卦[병괘]까지 있는것이다. 그러면 車掌[차장]은 뒤칸에서 運轉手[운전수] 붑지않게 競爭的[경쟁적]으로 졸고 섰는것이 通例[통례]다.

내가 말하는 그車掌[차장]도 亦是[역시] 팔짱을 딱지르고 서서는 한창 졸고있었다.

새벽부터 줄창같이

“票[표]찍읍쇼 ─”

“票[표]안찍으신분 票[표]찍읍쇼 ─”

이렇게 多年間[다년간] 오여 오든 똑같은 소리를 질러가며 돌아다니기에 인둘리어 精神[정신]이 얼떨떨했을게다. 게다가 솔솔 바람에 뺨이 스치고 봄에는 압축 壓縮[ ]되였든 疲勞[피로]가 고만오짝피어올랐을지도 모른다. 車[차]가 뚤뚤 뚤뚤 가다가 우뚝 스면 그는 눈도 뜨지 않고 信號[신호]줄만 흔드는 이골난 車掌[차장]이었다. 하기야 東大門[동대문]으로 向[향]하야 올라가는 終車[종차]이니까 얼른 車庫[차고]에 부려놓고 집으로 가면고만이다.

永導寺[영도사]어구 停留場[정류장]에 다다랐을때 如前[여전]히 졸면서 發車信號[발차신호]를 하자니까 “여보! 사람안태요?”하고 뾰로진 소리를 내지르는 사람이 있다. 여긔에는 맑은 精神[정신]이 안날수 없었는지 다시車[차]를 세놓고 돌아보니 깡뚱한 머리에 당기를 디린 열칠팔되어 보이는 女學生[여학생]이 허둥지둥 뛰어 오른다. 그리고 今年[금년]에 처음 入學[입학]한듯 싶은 四角帽子[사각모자]에 말쑥한 세루洋服[양복]을입은 靑年[청년]이 뒤따라 올라온다.

그들은 앉을 생각도 안하고 손잡이에맞붙어 서서는 소군소군 하다가 한번은 豫約[예약]이나 한듯이 서루 삥긋 웃어 보이고는 다시 소군거리기 始作[시작]한다. 이걸보면 男妹[남매]나 무슨 親戚[친척]이 되지 않는것만은 確實[확실]하였다. 다만 젊은 男女[남녀]가 으식한 郊外[교외]로 散策[산책]하며 여지껏 滋味[자미]스러운 이야기를 맘껏 지꺼렸으나 그래도 더 남었는지 조곰뒤에 헤여질것이 퍽 哀惜[애석]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車掌[차장]에게는 그事情[사정]쯤 알것이없고 도리어 妨害者[방해자]에게 一種[일종]의 反感[반감]을 느끼면서 콘토라통에 기대어 다시 졸기로 하였다. 그리고 머리속에는 이따 冷麵[냉면]한그릇 먹고가서 푹신한 自己[자기]의 寢具[침구]우에 늘어지리라는 그런생각이 漠然[막연]히 떠오를 뿐이었다.

新設里近方[신설리근방]을 지나슬때까지도 車掌[차장]은 끄떡어리기에 餘念[여념]이 없었다.

“票[표]찍어 주서요 ─”

“여보서요! 이 票[표]안찍어 줘요?”

색씨가 돈을 내대고 이렇게 要求[요구]를 하였으나 그래도 車掌[차장]은 눈하나떠불랴지 않으므로

“아니여보! 票[표]안찍우!”

이번에는 四角帽[사각모]가 無色[무색]해진 색씨의 體面[체면]을 세우기 爲[위]하야 威嚴[위엄]있는 語調[어조]로 불넜으나 그래도 亦[역] 反應[반응]이 없다.

“票[표]는 안찍구 졸고만있으면 어떻게?”

“어제밤은 새웠나?”

“고만 두구려, 이따 그냥 나리지 ─”

그들은 若干[약간] 해여진 自尊心[자존심]을 느끼면서 이렇게들 뚜덜거리지 않을수 없었다.

車掌[차장]은 비록 눈은 감고 졸고 있었다하드라도 이런 귀거친 소리는 다 들을 수있었다. 그의 생각에는 票[표]찍을때 되면 어련히 찍을랴구 저렇게 發狂[발광]들인가 속으로 썩 괘씸하였다. 몸이 날척지근하야 움직이기도 싫거니와 한편 乘客[승객]의 애좀 키우느라고 意識的[의식적]으로 票[표]를 찍어주지 않었다.

그러나 색씨가 골을 내가지고

“돈 받아요!”

거반 악을 쓰다싶이 하는데는 脾胃[비위]가 傷[상]해서라도 그냥 더 참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이때 票[표]만 찍어받지 않었드라면 아무 逢變[봉변]도 없었을지 모른다.

車掌[차장]이 어실렁 어실렁 들어와서 하품을 한번 터치고는

“어듸로 가십니까?”

“鍾路[종로]로 가요 문안車[차] 안직 끊어지々[지지] 않었지요?”

“네 안직 멀었읍니다”

그리고 二區票[이구표] 두장과 돈을 거실러준다음 돈가방을 등뒤로 슬쩍 제처메고 車掌臺[차장대]로 나오랴할 때이다.

손잡이에 依支[의지]하야 섰든 색씨가 瞥眼間[별안간]

“아야!”

悲鳴[비명]을 내지르드니 목매 끌리는 송아지모양으로 車掌[차장]에게 고개가 딸려가는 것이아닌가. 四角帽[사각모]는 이意外[의외]의 突發事[돌발사]에 눈이휘둥그래서 저도같이 소리를 질러야 좋을지 어떨지 그것조차 모르는 모양이었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덤덤이서서는 색씨와 車掌[차장]을 번갈아 보고있을뿐이다. 왜냐면 었저다 그렇게 되였는지 車掌[차장]의 돈가방이 巧妙[교묘]하게도 색씨 당기의 한끝을 물고 잡아챈 까닭이였다.

색시는 금세 顔色[안색]을 變[변]해가지고 어리둥절하야 돌아섰는 車掌[차장]에게

“이런 無禮[무례]한……”

이렇게 毒舌[독설]을 놀릴랴 하였으나 고만 말문이 콱막킨다. 이것은 너머도 度[도]를 넘는 失禮[실례]이라 號令[호령]도 제대로 나오지를 못하고 結局[결국] 주저주저하다가

“남의 머리를 채는法[법]이 어듸있어요?”

“잘못 됐읍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길에 그렇게 됐읍니다”

“몰르긴요!”하고 색시는 무안한 생각 분한 생각에 눈에 눈물까지 핑그르 돌며

“몰랐으면 어떻게 댕기가 가방틈으로 들어가요?”

“몰랐걸래 그렇게 됐지요 알았다면 당신께서라도 그때 뽑아냈을게 안입니까? 그리고 또잡아채면 손으로 잡아채이지 왜 가방이 물어 차게 합니까?”

車掌[차장]은 凜凜[늠름]히 서서 如一[여일]같이 변명하였다. 따는 돈가방이 물어대렸지 決[결]코 손으로 잡아대린건 아니니까 조곰도 꿀릴데가 없다.

이렇게 車掌[차장]과 乘客[승객]이 옥신각신하는 서슬에 電車[전차]도 딱 서서는 움직이길 躊躇[주저]하였다. 運轉手[운전수]도 졸렵든 차에 심심破寂[파적]으로 돌아서서는 재미로운 이 光景[광경]을 이윽히바라보고 있는것이다.

이때 處地[처지]가 몹시 困難[곤난]한것은 四角帽[사각모]였다.

戀人[연인]이 侮辱[모욕]을 當[당]하였을 때에는 목이라도 비여내놓고 대들려는것이 젊은 靑年[청년]의 熱情[열정]이겠다. 마는 이 靑年[청년]은 그럴 血氣[혈기]도 보이지 않거니와 車掌[차장]과 是非[시비]를하다가 派出所[파출소]에까지 가게된다면 學生[학생]의 身分[신분]이 깎일것을 도리어 憂慮[우려]하는 모양이었다. 색시가 꺾인 自尊心[자존심]을 收拾[수습]하기 爲[위]한단 하나의 善後策[선후책]으로 電車[전차]가 東大門[동대문]까지 到着[도착]하기前[전]에 本券[본권]과 承換券[승환권]을 한꺼번에 車掌[차장]에게로 내팽개치고

“나 나릴테야요. 車[차] 세주서요”

그리고 쾌쾌히 나려올제 四角帽[사각모]도 默默[묵묵]히 따라 나려와서는 “에이 참! 별일두 다 먾어이!”하고 겨우 땅에 침을 배앝었다.

이것이 어떤 運轉手[운전수]가 나에게 들려준 한 實談[실담]이었다. 그는 날더러 그러니 아예 車掌[차장]을 없인녀기지 말라하고 “아 망할놈 아주 심술구진 놈이 아니야요?”하고 껄껄 웃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컨대 그行動[행동]이 單純[단순]히 심술굳은데서만 나온 것이 아닐 듯싶다. 勿論[물론] 저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시달리는 몸으로 郊外[교외]로 散歩[산보]를 할수있는 젊은男女[남녀]를 볼때 猜忌[시기]가 全[전]혀 없을것도 아니요 또는 票[표]찍고 鐘[종]치고 졸고 이렇게 單調[단조]로운 勞働[노동]에 있어서 때때로 그만 유모어나마 없다면 鬱積[울적]한 그 感情[감정]을 調節[조절]할 길이 없을것이다. 허지만 그보다 더 큰 理由[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異性[이성]에 대한 憧憬[동경]과 愛情[애정]의 發露[발노]일는지모른다. 누군 말하되 사랑이 따르지 않는곳에는 決[결]코 참된 미움이 成立[성립]되지못한다 하였다. 그럼 이것이 그哲理[철리]를 證明[증명]하는 한개의 好例[호례]이리라.

여기에서 車掌[차장]이 그색시에게 욕을보이기 위하야 그런 凶計[흉계]를 꾸몃다 하는것은 조곰도 該當[해당]치 않은 推測[추측]이다.

말하자면 첫여름 밤 電車[전차]가 바람을 맞었다. 하는것이 좀더 適切[적절]한 表現[표현] 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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