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선언문

겨레의 교육 성업을 수임받은 우리 전국의 40만 교직원은 오늘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결성을 선포한다.

오늘의 이 쾌거는 학생, 학부모와 함께 우리 교직원이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며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실천을 위한 참교육 운동을 더욱 뜨겁게 전개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민족과 역사 앞에 밝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의 현실은 모순 그 자체이다. 일제 강점기의 민족교육이 민족의 해방과 조국의 독립일꾼을 길러내는 과업을 담당해야 했듯이 오늘 우리의 교육은 수십년 군사독재를 청산하여 민주화를 이루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앞당길 동량을 키우는 민족사적 성업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우리 교직원은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린한 독재정권의 폭압적인 강요로 인하여 집권세력의 선전대로 전락하여 국민의 올바른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진실된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잘못을 저질러 왔다.

독재권력이 강요한 사이비 교육은 교원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고 교단의 존경받는 스승은 더이상 발 붙일 수 없이 지식판매원, 입시기술자로 내몰렸다.

누가 우리더러 스승이라 부르는가?

역대 독재정권은 자신을 합리화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교육을 악용하여 왔다. 그 결과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을 공동체적인 삶을 실천하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게도 이기적이고 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듦으로써 민족과 역사앞에서 제 구실을 잃어 버렸다. 가혹한 입시경쟁교육에 찌들은 학생들은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매고 있으며, 학부모는 출세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 받았다.

이러한 교육모순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학부모에게 위임받아 책임져야 할 우리 교직원들로 하여금 교육 민주화의 대장정으로 떨쳐 일어 나서도록 만들었다. 교육민주화를 향한 대장정은 독재정권의 가혹한 탄압의 물결을 헤치고 4.19 교원노조 선배들의 목숨을 건 눈물겨운 투쟁을 시발로 5.10 교육민주화 선언, 사학민주화투쟁 그리고 전국교사협의회 결성으로 이어져 왔다. 작년 교원들의 교육법 개정의 뜨거웠던 열기는 올해 발기인 대회로 이어져 드디어 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의 교직원노동조합은 민주시민으로 자라야 할 학생들에게 교원 스스로 민주주의의 실천의 본을 보일 수 있는 최선의 교실이다. 이 사회의 민주화가 교육의 민주화에서 비롯됨을 아는 우리 40만 교직원은 반민주적인 교육제도와 학생과 교사의 참 삶을 파괴하는 교육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더이상 민주화를 말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다. 누구보다도 우리 교직원이 교육 민주화 운동의 구체적 실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건설에 앞장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독재정권과 문교부, 대한교련 등 교육 모리배들은 우리의 참 뜻과 순결한 의지를 폭압적으로 왜곡하고 짓밟아 왔다. 역사의 진로를 막으려는 광란의 작태가 춤을 추고 있다.

그러나 보라 ! 민족사의 대의에 서서 진리와 양심에 따라 강철같이 단결한 40만 교직원의 대열은 저 간악한 무리들의 기도를 무위로 돌려 놓을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동지여 ! 함께 떨쳐일어선 동지여 ! 우리의 사랑스런 제자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굳게 뭉쳐 싸워 나가자 !

교육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 그리고 통일의 그날까지 동지여, 전교조의 깃발 아래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 !

민족교육 만세 ! 민주교육 만세 ! 인간화 교육 만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만만세 !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키백과
위키백과
위키백과에 이 글과 관련된
자료가 있습니다.

이 저작물은 저작권이 알려지지 않은 선언이나 성명, 연설, 또는 공개 편지로 퍼블릭 도메인이라고 가정합니다.

저작물에 저작권이 존재한다면 저작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 틀은 저작물의 정확한 저작물을 찾는 노력이 있은 다음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
주의

저작물이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고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 등이라면 {{정치적 연설}}을 이용하십시오.